새로운 방향성(길) 제시받은 소중한 경험, 교생실습

[구현정 시민기자 / 교생실습 체험기]

검토 완료

구현정(hjkoo1)등록 2019.07.10 08:15
"안녕하셔요."

"좋은 아침입니다."


매일 오전 7시 30분, 나는 학생들과 인사를 나누기 바쁘다.

3월, 아직 겨울의 한기가 채 가시기도 전 입김을 호호 불며 교문을 통과한다. 운동장은 학생들의 차가운 입김으로 채워졌다. 이들은 졸린 눈을 비비며 삼삼오오 들어온다. 왁자지껄한 이른 아침. 전날 하지 못한 말이 많은 모양이다.

"밑단!"

"밑단!"


교문 지도를 하시는 선생님이 교복 바지 밑단을 접은 아이들에게 하는 소리다. 학생들은 일제히 밑단을 풀고 툴툴거리며 교실로 들어간다. 저마다 각자의 사연을 담고 하루를 시작한다.

나도 출석부에 서명하면서 하루 일과를 출발한다. 새 학기가 시작한 지 한 달도 되지 않은 3월의 설렘과 긴장감을 동시에 안고 교생 실습실로 올라간다. 나는 한 달간 선생님이 된 것이다. 학생도 아닌, 그렇다고 완벽한 선생님도 아닌 '교생'이라는 중간 지점에서 학교의 일부가 되었다.

대학교의 자유로운 강의 시간에 익숙해져 있던 나는 실습기간 중 한번도 지각하지 않고 제시간에 가는 것을 가벼운 목표로 세웠다. 출석부에 서명을 할 때마다 이 목표를 되새기며 하루를 시작한다. 마음 한켠에는 사람들 앞에서 말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과 걱정이 자리 잡고 있었다. 복잡 미묘한 감정을 안고 나의 교생실습이 시작되었다.

지금도 첫 출근의 추억을 잊을 수 없다. 처음 학생들과 인사를 나누던 날은 인생에서 가장 큰 환호를 받은 날이었다. 인사를 나누기 전 복도에서 날 발견한 아이들은 온갖 호기심으로 나를 바라보았고 "교생 선생님이다" 하면서 큰 관심을 보였다. 그런 관심을 애써 모른 척하고는 깊게 심호흡을 하였다. 학급 담임 선생님의 소개 아래 나는 학급 문을 열고 천천히 걸어들어갔다.

"와아~."

아주 큰 함성과 함께 맞이하는 아이들의 눈에는 호기심이 가득했다.

"안녕하셔요. 한 달 동안 잘 부탁드려요. 여러분과 좋은 추억 많이 만들고 싶어요."

짧게 인사한 뒤 종례를 하였다. 몇몇 아이들은 먼저 다가와 이것저것 물어보았다. 아직까지는 선생님이라는 호칭이 꽤 낯설게 느껴졌다.

또 다른 설렘을 안고 수업 참관을 하였다. 수업을 하시는 선생님들 모습에서 여유를 찾아볼 수 있었다. 50분 수업을 적절한 농담을 곁들여 자연스럽게 진행하시는 모습이 대단하게 느껴졌다. 칠판 판서를 하면서 강의하시는 선생님, 화면에 인터넷을 연결하여 활용하시는 선생님 등 수업 방식은 다양했다. 같은 교과, 같은 수업 내용을 누가, 어떻게 가르치고 어디에 집중하느냐에 따라 완전히 다른 수업으로 탈바꿈하였다. 수업을 참관하며 다가오는 수업 실연에서 교수방법을 구상하였다.

직접 수업을 준비하는 과정은 꽤 힘든 일이었다. 나에게 주어진 할당량은 영어지문 두 개로 한 차시를 진행하는 것이다. 학생들이 마주하게 될 수능에서는 1분도 채 걸리지 않을 지문을 50분 동안 설명해야 하는 것은 많은 준비가 필요했다. 수업지도안을 작성하며 어떻게 가르치고 진행해야 할지 처음과 끝을 그려보고 연습했다. 영어지문의 문장마다 한 문장을 세분화하여 설명해야 할 문법과 단어를 찾고 또 찾았다. 학생들의 수준이 상이하여 어디까지 설명해야하는지 고민이 되었다. '학생들이 잘 들어줄까, 반응은 어떨까, 내가 잘 가르칠 수 있을까.' 한 번도 경험해 본 적이 없는 일이었기에 걱정을 안고 있었지만 무사히 수업 준비를 끝냈다.

첫 수업을 들어간 반의 분위기는 좋았다. 수업 전 학생들이 먼저 다가와 힘내라고 응원을 해준 덕분에 긴장을 풀 수 있었다. 책임감과 부담감으로 긴장했던 나날들이 무색할 만큼 긴장하지 않고 무사히 끝냈다. 하지만 처음이라 그런지 시간배분을 잘못하여 수업시간보다 일찍 끝내버렸다. 수업을 마친 나에게 질문을 하는 학생, 이것저것 물어보는 학생 하나하나 감사한 순간들이었다. 오늘 수업이 어땠을까 하는 나의 궁금증은 한 학생의 말을 통해 풀렸다. 그 학생이 해준 말은 고민했던 것들에 도움이 되었다.

"반 아이들 중에서 아무것도 모르는 애들도 많아요. 하나도 모른다고 생각하고 가르치는 것이 좋아요. 오늘 수업 좋았어요."

학생들 처지에서 보는 나의 모습이 궁금했었는데 이것이 일부 해결된 느낌이 들었다. 교과 선생님께서는 목소리를 조금 더 크게 하고, 판서를 할 때는 학생들에게 등이 안 보이게끔 옆으로 적으라고 조언해 주셨다. 다른 반들을 수업하며 조언해 주신 것들을 고쳐 나갔다. 시간이 남으면 학생들과 함께 지문을 읽어보고 해석을 하게 하여 시간조절을 할 수 있었다. 조언과 함께 수업을 할수록 점점 더 좋은 수업을 할 수 있었다.

아이들은 생각했던 것 보다 순수했다. 덕분에 이전과 생각을 달리할 수 있었다. 어느 날, 점심을 먹고 쉬고 있었던 내게 담당학급 아이 네 명이 찾아왔다. 부끄러워하며 쭈뼛거리는 모습이 마냥 귀엽게 보였다.

"선생님이랑 친해지고 싶어요. 점심시간에 우리 반에 놀러 와서 이야기도 하고 같이 벚꽃 앞에서 사진도 찍고 싶어요."

이 말을 듣고 아이들에게 좀 더 적극적으로 다가가지 못한 것에 반성하였다.

"선생님이 수업에 들어오면 좋겠어요. 선생님이 영어를 가르쳐 주시면 잠을 안 잘 텐데."

아쉬워하는 모습에 다음 날 수업을 참관하여 아이들과 함께 했다. 한 아이는 그때 상담을 가야 해서 나와 수업을 못 듣는다고 다음 수업에 또 들어오라고 아쉬워하였다. 그 모습이 고맙고 귀여웠다. 이전에는 고등학생들은 다 큰 아이라고 생각했었는데 생각과는 달리 순수하고 더 해맑고 귀여웠다. 마지막 날 케이크와 꽃다발과 함께 노래를 불러주던 아이들의 모습이 기억에 남는다.

나는 여러 가지 상황을 경험하며 인생의 새로운 방향성을 제시해준 소중한 경험을 잊지 못할 것이다. 교생 실습을 다녀온 후 사람들 앞에서 말하는 것에 전보다 자신감이 생겼다. 스스로 뿌듯했다. 수업을 긴장하지 않고 잘한 나에게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할 수 있었다. 매일 아침에 일찍 일어나 한번도 지각하지 않으며 나와의 작은 약속을 지켰다. 저녁에는 대학수업을 병행하며 한 달간 실습을 무사히 마친 나에게 칭찬을 해주고 싶다.

한 달간의 교생실습을 통해 나는 내가 잘하는 것, 부족한 부분을 되돌아볼 수 있었다. 선생님이란 직업이 학생들 앞에서 항상 말하고 가르쳐야 하는 직업이라 나에게는 절대 맞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실습은 하나의 또 다른 가능성, 길을 열어주었다. 수업을 하며 느낀 것은 지금 내가 가르치는 부분에 대해 스스로 정확하게 알고 있다면 긴장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어느 발표든지 내가 철저히 준비하는 것의 중요성도 느꼈다. 학생들에게 더 적극적으로 다가가지 못한 아쉬움도 들었다.

이전과 비교할 때 많이 발전한 부분들이 보였다. 의미 있는 변화들을 느낀 실습 경험을 잊지 못할 것이다. 이러한 소중한 경험이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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