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가수이자 작곡가 그리고 배우인 마돈나
연합뉴스/EPA
한국에서 70대의 유튜버 박막례가 화제를 모으는 동안 물 건너 외국에서는 60대의 여성 가수가 새로운 앨범을 냈다. 바로 마돈나다. 마돈나는 컴백과 함께 소소한 논란을 만들었다. 지난 6일 SNS를 통해 자신을 밀착 취재한 뉴욕타임스 기자를 비판한 것이다. 마돈나는 자신을 취재한 기자가 '나이를 먹는 것'에 대해 끊임없이 질문했으며 동년배의 남자 가수라면 같은 질문을 받는 일은 없었을 것이라 말했다. 또한 그녀는 뉴욕타임스가 '가부장제의 아버지'와 같은 존재이며 이를 부수기 위한 싸움을 멈추지 않겠다고 말했다.
마돈나가 겪은 일은 아마 성공한 그리고 나이 든 여성이 마주할 수 있는 전형적인 차별 사례일 것이다. 특히나 연예계에서 활동하는 여성들은 외모와 몸매에 대한 질문에 자주 시달리며 이는 필연적으로 노화와 나이에 대한 물음으로 이어진다.
하지만 내가 보다 주목하고 싶은 것은 마돈나의 대응 방식이다. 자신을 둘러싼 어떤 이슈이건 간에 마돈나는 이를 논란과 논쟁으로 폭발시키기를 반복해 왔다. 그렇게 소란이 벌어지면 그녀의 팬이 아닌 사람조차도 그 중심에 선 마돈나의 존재를 무시하기가 어려웠다. 그런 방식으로 마돈나는 항상 대중들의 관심 속으로 들어왔다. 섹스와 종교, 성차별을 거쳐 이제는 그 주제가 '나이'로 옮겨진 것뿐이다.
물론 사람들은 마돈나가 60대에 접어든 것을 두고 계속해서 조롱을 반복한다. 사실 이미 40대부터 그녀는 팝가수로서는 너무 나이가 많다는 소리를 들어왔다. 사람들은 마돈나가 60대 여성으로서 보다 성숙하고 차분한 모습을 보이기를 요구했지만 그녀는 이를 들은 척도 하지 않았다. 심지어 그것은 음악에 있어서도 마찬가지였다. 팬들은 마돈나가 디스코 음악으로 돌아와 과거의 영광에 기대어 상업적 성과를 거두길 바랐다. 마치 <컨페션 온어 댄스 플로어>(Confession On A Dance Floor) 앨범에서 그랬던 것처럼. 하지만 이후 마돈나는 늘 새로운 음악인들과 교류하며 다양한 형식을 실험해나갔다. 새로 발매된 음반 <마담 엑스>(Madame X)도 마찬가지 결과물이다.
이러한 마돈나의 행보를 보면서 그런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마돈나는 사람들의 예상과 요구에 맞추어 행동하고 모험보다는 안정을 택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녀가 그런 식으로 자신을 놓았을 때, 마돈나는 끊임없이 새롭고 흥미로운 사람으로 남을 수 있었을까?
우리에겐 더 많은 마돈나와 박막례가 필요하다
예상하건대 마돈나는 70대, 80대가 되어서도 하고 싶은 음악을 하고 말하고 싶은 대로 말하며 아주 소란스러운 커리어를 이어나갈 것이다. 그리고 '이제 마돈나는 끝났다'고 말했던 모든 이들이 '세상에 저 늙은 여자는 아직도 죽지 않고 여전히 저렇게 시끄러운 거야?'라고 생각할 것이다. 하지만 누구도 그녀의 존재를 못 본 척 할 수는 없을 것이다.
흥미롭게도 유튜버 박막례씨가 출간하여 화제를 모은 자서전의 제목이 <박막례, 이대로 죽을 순 없다>이다. 사회는 나이 든 여성에게 지나가는 세월을 기다리며 조용히 사라지기를 암묵적으로 요구해왔다. 같은 연령대의 남자들이 여전히 활동할 수 있는 영역을 가지고 있으며 그들이 그 공간에서 정말 '살고 싶은 대로 산다'는 내용이 신문의 사회면을 장식하는 것과는 반대로 말이다.
그래서 자신의 존재 그대로, 자기만의 방식대로, 무엇보다 스스로가 하고 싶은 일을 하는 나이 든 여성의 존재는 소중하다. 그리고 그들이 존재할 수 없으리라 생각했던 곳에 불쑥 나타날 때 새롭고 재미있는 일은 발생할 수밖에 없다. 우리에겐 더 많은 마돈나와 박막례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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