캔터베리 대성당과 세인트 폴 대성당

고태규의 유럽 자동차 집시여행

검토 완료

고태규(tgko)등록 2019.06.17 10:54
87일째: 5월 30일 (목) 날씨 흐리고 비바람 불다
 
쵸오서의 <켄터베리 이야기>의 배경을 찾아서 - 캔터베리
 
영국은 유럽에서 유일하게 왼쪽 주행이라 조심스럽다. 어제 밤에는 도버항에 도착해서 호텔이 바로 부근에 있었기 때문에 별로 어려운 점이 없었다. 그러나 오늘부터는 서너 시간씩 운전을 해야 한다. 호주에서 10여 년 동안 왼쪽으로 주행을 했음에도 왠지 긴장된다. 길가에는 '왼쪽 주행'이라는 안내판이 여러 곳에 붙어 있다. 유럽 본토에서 넘어오는 운전자들에게 주의를 주는 것이다. 도로 상태가 별로 좋지 않다. 점점 쇠락해가고 있는 영국의 위세를 보는 듯하다.

별 문제 없이 도버에서 캔터베리로 이동했다. 라운드 어바우트(round about - rotary)에서만 좀 헷갈린다. 다른 나라에서는 오른쪽으로 회전을 하지만, 영국에서는 왼쪽으로 회전을 한다. 그러니까 오른쪽에서 들어오는 차들을 잘 살펴야 한다. 그리고 주행 중에는 왼쪽 차선에서 차들이 진입을 하기 때문에 왼쪽을 잘 살펴야 한다. 아무튼 영국은 뭐든지 삐딱해서 대륙과 차별화 하려고 한다. EU에도 가입을 안해서 파운드화로 환전을 해야 하고.
 
영국 기독교의 총본산인 캔터베리는 대성당 뿐아니라 영국의 대문호 제프리 초오서의 <캔터베리 이야기>로도 유명하다. 캔터베리성당은 중세의 모습이 그대로 잘 보존되어 있었다. 성당으로 이어지는 구시가지는 옛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어서 타임머신을 타고 중세로 다시 돌아간 것 같은 느낌을 준다. 카페, 레스토랑, 선물 가게 등이 모두 옛 건물의 외관을 그대로 살린 채 리모델링해서 밖에서 보기에는 그냥 옛 모습 그대로다.
 
캔터베리대성당은 성당 자체도 유명하지만, 교회의 독립을 지키기 위해 순교한 성 베케트 대주교로 인해 더 유명해졌다. 베케트 대주교는 교회의 권한을 제한시키려한 헨리 2세와 맞서 싸웠으나, 1170년 결국 그가 보낸 네 명의 기사에게 암살당하고 말았다. 1173년 베케트 대주교는 성인으로 추대되었으며, 교회 안에는 그가 암살당한 장소가 그대로 남았다. 벽에 걸린 세 자루의 검이 Thomas라고 적힌 돌이 박힌 바닥을 가리키고 있다. 칼은 실제 칼이 아니고 조각품인 듯 보였다. 중세는 종교적 권력인 교회와 세속적 권력인 왕권이 치열하게 힘을 다투던 때였다.
 
런던으로 이동 중에 억수 같은 장대비가 쏟아진다. 런던에 진입하자 대도시답게 차량 체증이 엄청 심하다. 오후 네 시쯤 세인트폴대성당 부근 지하주차장에 주차를 하고 성당을 찾아갔다. 이 성당은 로마 바티칸에 있는 베드로대성당의 본당을 모방하여 지은 것이다. 우리에게는 다이아나와 챨스 황태자가 결혼식을 올린 곳으로 유명하다. 아내는 내일 런던패스를 사서 들어가기로 하고 나만 들어갔다. 입장료가 16파운드(3만 2천원). 터무니없이 비싸다. 교회가 관광객을 상대로 장사를 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사진 촬영은 철저히 통제한다. 천장 모자이크화가 일품이다. 동방 정교의 비잔틴 양식이 여기까지 영향을 미친 것이다. 전체적으로 예산이 부족하여 미완성인 듯한 느낌을 받았다. 창문도 스테인드글라스가 아니고 맨 유리로 된 것이 많았다. 서유럽에 있는 큰 성당은 거의 다 가보았기 때문에 이제는 교회에 들어가면 금방 그 차이점을 알 수 있다.
 
오후 5시에 아내와 함께 미사를 보았다. 성당을 나오는데 미사를 알리는 공지가 있었다. 그래서 내가 밖으로 나가 아내를 만나 다시 들어온 것이다. 오늘 미사를 볼 줄 알았으면 16파운드나 내고 방금 전에 입장을 안하는 건데. 아내는 그동안 관광정보센터에 가서 런던패스도 사고, 내일 일정을 알아보았다고 한다. 이렇게 해서 내가 미사를 보고 싶었던 교회에서 모두 미사를 보게 되었다. 파리 노트르담대성당, 로마 바티칸 베드로대성당, 스페인 산티아고대성당, 바르셀로나 파밀리아성당, 비엔나 왕궁 예배당, 런던 세인트폴대성당. 그건 내가 신앙심이 깊어서 그런 것이 아니라, 지역별 교회의 건축양식이 어떻게 차이가 나고, 어떤 영향을 서로 주고 받았는 지를 파악하기 위해서 그런 것이다.
 
우리가 이번 여행에서 투숙했던 한인 민박 중에서 최악의 민박집에 투숙했다. 가격이 55파운드로 싸서 그런지 샤워 시설조차 제대로 되어있지 않아서 샤워하기조차 힘들다. 샤워 박스는 있는데 더운 물이 제대로 안 나오고 너무 시끄럽다. 욕실에 놓여 있는 욕조에서 샤워를 했는데 물이 밖으로 나갈까봐 조심하느라 너무 불편하다. 이런 민박은 처음이다. 아내가 무조건 싼 걸 좋아하다보니까 이런 집이 걸린 것이다. 갑자기 예약한 집도 아니고 몇 주 전부터 인터넷을 뒤져서 구한 집이 이 모양이다. 이번 여행의 유종의 미를 숙박 때문에 망칠 거 같다.
 
*주행 및 숙박 내역
 
주행 경로: 2/M2
주행코스: 도버-켄터베리-런던
주행거리: 130km
주행시간: 3시간
도로유형: 고속/무료
숙박(유로): 한인민박
주차장(유로): 도로
아침식사: 포함
인터넷: 가능/유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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