싹 사라진 KT 포인트

검토 완료

김상희(beginner72)등록 2019.06.06 16:32
KT 포인트로 조금이라도 할인을 받을까 해서, 인근 빵가게를 놔두고 이백 미터 가량 떨어진 가맹점에 갔다가 황당한 일을 경험했다.
 
"포인트가 부족해서 안 돼요."
점원이 그렇게 말했지만, 내가 깔은 클립에는 여전히 삼만 포인트가 표시되어 있었다. 내가 새로 고침을 안 해서, 작년 포인트가 여전히 화면에 표시되고 있었다는 것을 나중에 알았다.
 
집으로 돌아와 KT 고객센터로 문의를 했다. 작년 말에 남아 있는 포인트가 소멸되었다는 것이다. "네?" 나는 반문했다. 상담 직원의 설명이 내게는 충분하지 않았다. 사실 KT 포인트라는 것이 다른 마트 포인트처럼, 모은 만큼 쓰지 못하도록 되어 있지 않은가.
 
가령 어떤 대형마트는 포인트가 오천 점이 있다면, 물건을 사면서 오천 점을 사용할 수 있다. 그런데 KT는 가맹점에서 사용한도를 십 퍼센트로 정했다면, 오천 원어치 물건을 사더라도 포인트는 오백 원밖에 쓸 수 없다. 그래서 아무리 열심히 쓰려 해도 그 포인트를 그 해에 다 사용하기란 내 입장에서는 불가능해 보인다.
 
KT 멤버십 앱에 들어가 보면 온갖 할인혜택이 휘황찬란하게 나열되어 있다. 마치 많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처럼 눈속임을 한다. 그러나 그 서비스란 것이 또 다른 소비를 해야만 아주 일부 할인을 받을 수 있다. 그리고 조건도 까다롭다. 어떤 것은 온라인에서만 되고, 어떤 것은 현장에서만 된다. 쿠폰을 준다고 해서 들어가 보면 십만 원 이상 구매해야 이천 원을 할인 받을 수 있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별로 사용할 것이 없다. 결국 통신사 포인트는 제휴사로 소비를 확장시키거나 아니면 포인트를 쓸 수 없도록 설계되어 있다.
 
무엇보다 부당한 것은 KT 요금에 포인트를 사용할 수 없다는 것이다. 가입자가 왜 꼭 다른 곳에서 포인트를 써야 한단 말인가? 백화점이든 마트든 심지어 안경점까지도 그곳의 물건을 사고 적립한 포인트를 그곳에서 재사용할 수 있다. 그런데 왜 통신사는 그 통신사를 사용하고 모은 포인트를 그 통신사 요금결제에 사용할 수 없다는 말인가? 고객에게는 다른 선택지가 없다. 알면서 호구가 된다. 모르고 당하는 것이 아니라 알고 당해서 약탈당한 기분을 더 떨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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