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둔황시 막고굴 장경동 유물 전시 모습 (중국 둔황박물관)
김기동
중국 간쑤성 둔황시에는 둔황박물관이 있다. 둔황시는 인구 8만 명이 사는 작은 도시다. 그래서 둔황박물관도 규모가 크지 않다. 하지만 둔황시에 세계문화유산 막고굴이 있어서, 박물관에는 막고굴 17호실 장경동 유물이 전시돼 있다.
둔황시 막고굴 장경동은 신라 출신 혜초 스님이 쓴 <왕오천축국전>이 발견된 곳이다. 둔황박물관에 있는 막고굴 장경동 출토 유물은 종류가 다양하다. 불교 경전도 있고, 국가 공식 문서도 있고, 개인 기록물도 전시돼 있다.
그런데 전시 상태가 너무 허술하다. 아무렇게나 펼쳐져 있고, 유물이 있는 유리 가림막 안에는 온도·습도 조절 장치도 없다. 유물이 방치돼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혹시 복제품인가 하는 생각이 들어 소개 글을 자세히 읽어 보니 놀랍게도 모두 진품이었다.
전시실을 지키는 안내인에게 유물을 너무 성의 없게 전시한 것 아니냐고 물었다. 하지만 안내인의 답변을 듣고 나서 그럴 수도 있겠다고 이해하게 됐다.
둔황시는 중국에서 서역으로 가는 실크로드 사막 초입에 있는 도시다. 지리적으로 굉장히 중요한 지역이었다. 약 천 년 동안 13개 왕조가 막고굴을 관리했다.
막고굴 장경동에서 출토된 유물은 5만 점이 넘는다. 종류 또한 다양하다. 불교 경전뿐만 아니라 13개 왕조의 정치, 경제, 군사, 역사, 철학, 민족, 언어, 문학, 예술, 과학 분야를 망라한다. 다양한 사람이 지나는 길목 초입을 천년 동안 지킨 결과, 이곳에서 발견된 유물은 중국어, 범어, 장족어 등 10여 개의 문자가 사용돼 있다고 한다.
박물관 안내인은 유물의 숫자가 워낙 많아서 중요한 유물은 별도로 보관하고, 비교적 가치가 떨어지는 유물만 이곳에 전시하다 보니 보존 시설이 좋지 못하다고 했다. 중국의 '규모'를 다시 한번 실감했다.
극진히 모시는 '야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