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웨덴 국회의원 같은 '마을형 국회의원'을

[한국혁명/정치/1-3. 국회] 연동형 비례대표제로, 지역대표에서 국민대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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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석(tourmali)등록 2019.03.11 09:48
오늘날 한국 정치의 문제, 국회 적폐의 문제는 거대 양당 독과점 체체에서 비롯된다. 거대 보수와 거대 중도가 양분·독점해온 정치판의 구조와 질서는 공고하다. 마치 미꾸라지 양식장 같은 국회에는 진보라는 메기가 공존해야 한다. 그래야 한국의 정치생태계는 상식적으로, 정의롭게, 공정하게, 역동적이고 혁신적으로 신진대사 시스템을 작동할 수 있다. 비로소 민의의 전당, 민생의 전당으로 정상화될 수 있다.
 
새로운 야당, 힘있는 진보, 제3, 제4의 원내교섭단체가 다채롭게 진입, 정립해야 한다. 새로운 원내정당은 당연히 헌법 제10조(모든 국민이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갖는다)의 실현을 목적으로 하는 '국민의 정당'이라야 한다. 특정 지역을 대리하고 대표하는 패거리정당이 아니라, 국민 공공의 국익을 공평무사하게 대리하고 대표하는 '국민의 대표'라야 한다.
 
그러자면 '독일식 정당명부비례대표제'가 최적의 해법이다. 그래야 유권자의 국민대표성과 정당의 사회적 책임을 동시에 보장할 수 있다. 마치 동업자처럼 암묵적으로 담합, 양분하는 망국적 지역주의 적폐도 함께 근절할 수 있다. 그래야 국민의 민생과 복지, 그리고 생태전환의 지속가능한 사회를 걱정하는 혁신적 진보정당의 출현과 생존이 가능하다.
 
그러나 여전히 국회 적폐 청산, 국회 개혁의 시계와 전망은 어둡다. 비록 여당이 연동형과 기존의 병립형을 혼용하는 절충안을 내밀었으나 여론과 명분에 밀려 억지로 끌려가는 양상이다. 여당의 적지 않은 현역 의원들은 자기 지역구가 없어질 걱정을 못버리고 있다. 거대야당은 초지일관 반대 일변도, 요지부동이다. 일반 국민들의 민심이 그대로 반영되는 선거에서는 선전할 자신이 없기 때문이다. 그나마 고수하던 협소한 지역기반마저 상실할 우려가 크기 때문이다. 정당의 존립기반이 크게 잠식, 붕괴될 위험이 크기 때문이다.
 
국민에게 국회 해산권, 국회의원 소환권을
 

사실 한국 국회의원들의 특권은 해도해도 너무한 수준이다. 그런 매력적인 특권을 차지하고 저 높은 곳에 올라앉아 과연 낮은 곳으로 임할 수 있을지, 민초들의 현장 민생고를 챙길 수 있을지 의문이다. 그 정모라면 국회의원 스스로 특권을 포기하기는 어려울만하다. 심지어 그들 스스로 특권을 마음대로 포기할 수 없도록, 법으로 안전하게 막아놓았다.. "국회의원이 국민의 대표자이고 독립된 헌법기관으로서의 직무를 자주적이고 독립적으로 수행하도록 하기 위해 헌법상 특권을 부여하고 있다"는 게 그런 입법취지라고 한다.
 
그렇게 헌법으로 자가보장한 국회의원의 특권 가운데 백미는 '면책특권과 불체포특권'이다. 헌법 제45조에 "국회의원은 국회에서 행한 직무상 발언과 표결에 관하여 국회 외에서 책임을 지지 아니한다"고 명시했다. 1689년, 민주주의와 언론의 자유를 지키려는 영국의 권리장전이 모태다. 그러나 한국의 국회 안에서는 오·남용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아니면 말고 식'의 정치적 흉기나 무기로 사용되기도 한다.
 
불체포 특권은 헌법 제44조에 "국회의원은 현행범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회기 중 국회의 동의 없이 체포 또는 구금되지 아니한다"고 규정했다. 국회의원이 신체가 자유로워야 행정부등 외부의 견제와 감시로부터 국회기능이 보장된다는 취지일 것이다. 그러나 범범 사실이 명백하고 죄질이 불량한 동료의원조차 체포할 수 없도록 '방탄 임시국회'가 상습적으로 열린다. 얼마든지 악용된다.
 
이밖에 국회의원들의 특권은 다종다양하고 무궁무진하다. 1인당 매년 1억6천만 원 가량의 자기 세비를 자기들 마음대로 결정한다. 피고용자인 국회의원이 고용자인 국민과 임금협상도 하지 않고 승인도 받지 않는다. 45평이 넘은 의원회관 사무실, 9명의 보좌관과 비서관 인건비. 매월 차량 유류비 및 차량유지비, 통신요금, 국고 지원 여행성 해외시찰, 후원회 정치자금 모금 등의 특권을 누리고 있다는 것이다. 가히 한국 정치생태계야말로 국회의원을 위한, 국회의원에 의한, 국회의원의 치외법권 지상낙원인 셈이다.

국민의 국회해산권, 국회의원 소환권, 전과자 출마제한, 불체포 특권폐지, 면책특권 박탈 등이 절실하다. 국민의 손으로 선출한 국회의원을 국민의 눈으로 감시, 감독, 견제, 징벌하지 못한다면 선거제도 개혁만으로는 아무 소용이 없을 것이다.
 
스웨덴 국회의원같은 '마을형 국회의원'을
 

한국의 국회의원 특권층과 정반대의 환경에 처해있는 국회의원들이 스웨덴에 있다. 스웨덴 국민들은 '세계에서 가장 열심히 공부하고 일하는 정치인'이라고 자국 국회의원들을 칭찬한다고 한다, 스웨덴 국회의원들은 특권을 누리지 않기 때문이다. 특권은 고사하고 적은 월급을 받고 밤낮없이 일한다. 특권을 누리려고 국회의원이 된 게 아니라 일하고 싶어서 국회의원을 하기 때문이다.
 
스웨덴 국회의원은 스스로 근로기준법을 대놓고 위반한다. 평균 노동시간은 주당 평균 80시간으로 일반 국민의 2배 이상이라고 한다. 국회는 일년 내내 문을 닫지 않는다. 일반 월급쟁이들처럼 매일 국회로 출퇴근해야 한다. 그렇다고 관용차나 차량유지비를 지원하지도 않는다. 돈도 안 되고 폼도 나지 않는 국회 일이 힘들어 중간에 그만 두는 국회의원들까지 발생하는 지경이다.
 
스웨덴의 국회의원은 면책특권과 불체포특권 조차 누리지 못 한다. 민주주의가 성숙되고 언론의 자유가 보장되어 있으니 애초부터 그럴 필요가 없다. 또 스웨덴 국회의원은 주로 혼자 일한다. 1명의 정책보좌관이 4명의 의원을 공동으로 보좌한다. 이른바'가방모찌'도, 전화 받아주는 비서조차 없다. 그럼에도 의원마다 발의하는 의안 수는 4년 임기 중 평균 100여 건으로 세계 최고 수준이라고 한다. 사회민주당의 '올로프 팔메' 같은 훌륭한 정치인이 나올 수밖에 없는 정치토양이다.
 
한국의 국회의원 수는 오히려 유럽의 정치선진국처럼 더, 많이 늘릴 필요가 있다. 독일, 프랑스, 영국 등 민주주의가 정상적으로 작동되는 정치 선진국의 경우 한국보다 거의 2배가 넘는다. 프랑스는 6200만 명 인구에 577명의 국회의원, 독일은 인구 8200만에 598명, 영국은 인구 6200만 명에 648명이다. 한국은 5000만 인구에 299석 일뿐이다. 독일 비율로 하면 364명, 프랑스 비율로 하면 465석, 그리고 영국 비율로 하면 522명 수준으로 한국의 국회의원은 증원해도 된다. 국회의원을 늘리되 세비 등 국회의원의 특권은 그만큼 또는 그 이상 줄이면 된다. 국회의원이 늘어난다고 우리의 세금이 더 낭비된다는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는 말이다.
 
아예 마음 같아서는 도시는 동 단위, 농어촌은 면 단위마다 국회의원을 한명씩 선출하면 어떨까 싶다. 스웨덴 국회의원처럼 특권은 다 내려놓고 일만 열심히 할 준비와 자세를 갖춘 그런 진정한 일꾼이라야 한다. 독일식 정당명부 연동형비례대표제를 통해 농민, 도시빈민, 청년, 장애인, 다문화, 성소수자 등 다채로운 전문가와 소수자들도 대거 국회에 입성시키자. 그러면 국회의원의 허세와 갑질과 특권의식은 저절로, 제도적으로 사라질 것이다. 누릴 특권도, 폼 잡을 기회도 없는 국회는 재미는 없고 힘에 겨운 일터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 국회는 친일 민족반역자, 양아치, 모리배, 사기꾼 등 시정잡배들에게 더 이상 흥미롭지도 매력적이지도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덧붙이는 글 정기석 : 마을연구소(Commune Lab) 소장, 작가.시인, '농부의 나라', '행복사회유럽', '농민에게 기본소득을', '마을학개론(근간)' 등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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