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기본법, 이쯤이면 될때도 됐잖아?

서울청년정책LAB 청년정책칼럼?#18

검토 완료

서울청년정책네트워크(seoulyouth2014)등록 2018.12.26 15:21
                                                                                                                                       엄창환
                                                                                                        전국청년정책네트워크 대표

청년기본법안이 얼마 전 국회 입법예고를 마치고 법률심사에 들어갔으며, 연내 본회의 통과 절차가 남아있다. 국회 청년미래특별위원회의 구성부터 여야합의안 도출, 소관위 배정까지 청년기본법 제정을 위해 국회는 순항중이지만 이 과정에 이르기까지는 수많은 일이 있었다.
   
사실 19대 국회서부터 청년기본법의 필요는 논의가 되었다. 그 당시 발의된 법안도 존재했지만 난항을 겪었고, 그 이후 전국에 있는 청년들의 참여로 최근에서야 속도를 내고 있는 상황이다. 따라서 청년기본법의 필요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청년세대가 마주한 사회 환경의 변화에 따른 청년운동과 청년담론의 변화, 그리고 지역을 중심으로 한 제도개선 활동을 알아야 할 것이다.
 

정말, 정말 긴 시간 동안 많은 노력이 있었다. ⓒ mbc


  우리 사회는 일자리와 근로소득으로만 모든 사회문제를 해결해왔으며, 현재도 동일한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과학 기술의 발전, 4차 산업 등으로 인한 고용 없는 성장과, 일자리 쪼개기로 인한 불안정한 일자리의 확산, 프리랜서와 같은 비전형 노동의 확대 등 일자리로 삶을 유지하기 위한 환경은 지속적으로 변하고 있다. 평생직장이라는 것이 당연하고, 누구나 사회에 진출하면 적절한 일자리를 구할 수 있는 시대가 지나고 있는 것이다. 이전과 같은 환경은 밀레니얼 세대에게는 예전의 이야기로, 다음세대에게는 단 한 번도 접하지 못한 꿈에서나 나오는 이야기로 들릴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흐름을 인지하지 못한 제도는 교육과정을 마친 청년에게 빠른 일자리로의 이행만을 주문했을 뿐, 이행이 힘든 청년에게 자산형성의 기회가 박탈된다는 것, 불안정한 일자리에서 겪는 감정적 어려움이 존재한다는 것, 뒤쳐진 교육환경으로 인해 진로설정에 어려움이 있다는 것 등을 이해하지 못했다.
   
결과적으로 주어진 환경에서 실질적으로 가능한 선을 찾아가던 청년세대에게는 이기적인 세대, n포 세대라는 꼬리표가 붙었고, 부동산으로 대표되는 세대 간 부의 격차와 사회적으로 부가 분배되지 않은 상황에 놓여 건국 이래 부모보다 못사는 세대라는 오명을 얻게 되었다. 이 흐름 안에서 청년들은 "더 이상 예전처럼 살 수 없다."고 외치며 변화를 이야기하였으며, 그 시작은 청년을 '취업을 원하는 사람'으로 정의하고 있던 청년고용촉진 특별법의 한계에 대한 문제제기였다.
 

그렇다, 이제는 더 이상 예전으로 돌아갈 수 없게 된 것이다! ⓒ 구글

 
우리나라에서 청년을 정의하고 있는 법률은 청년고용촉진 특별법이 유일하기에 일자리, 주거, 부채, 건강 등 청년이 겪는 사회문제가 시간이 흐를수록 복합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을 해결할 수 없다는 관점이 문제제기의 핵심이었으며, 이는 지방정부 청년 기본 조례 제정과 청년정책 도입 운동의 시발점이 되었다.
 

법률에서 말하는 청년이란? ⓒ 국회 의안정보시스템

 
2015년 1월 첫 청년 기본 조례가 서울에서 제정되었다. 2018년 2월에는 광역지방정부 마지막 청년 기본 조례가 인천에서 제정되면서 17개 광역시도 모든 곳에서 청년 기본 조례를 제정하고 청년정책을 도입하게 되었다.
   
이 과정에서 시흥에서는 청년들이 직접 조례 제정운동을 결성하여 주민청구발의로 청년 기본 조례를 제정하였고, 전주에서는 청년활동가들의 네트워크인 '청년들'에서 전주 청년 1,000여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해 전주 청년 실태조사를 발표하면서 청년이 겪는 사회문제는 청년 당사자가 전문가라는 관점을 제시하기도 하였다.
 

주민발의를 통한 조례 발의, 당사자가 주도한 청년실태조사까지 모두 지역현장에서 큰 화제가 되었다. ⓒ 시흥 및 전주 청년단체

 
자연스럽게 청년정책의 성장과정에서 당사자 주도의 원칙은 강화되었다. 청년들은 청년정책네트워크와 같은 당사자 참여기구를 설치하고 적극적으로 제도개선활동에 참여하였고 청년수당, 청년건강검진과 같은 정책을 직접 개발하고 전국으로 확산시키는 계기를 마련하기도 하였다. 
   
이러한 흐름은 자연스럽게 바텀업(bottom-up) 방식으로 모법 설치의 정당성을 강화시켰다. 작년 11월, 청년기본법 제정에 찬성하는 전국 청년 1만 여명의 서명부가 국회에 전달되었고 전국청년정책네트워크와 청년유니온, 청년참여연대 등 전국 40개 단체가 참여하고 있는 '청년기본법 제정을 위한 청년단체 연석회의'에서는 청년기본법이 다음사회를 준비하기 위한 변화의 시작과, 청년문제해결의 출발선임을 밝히며 다양한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청년기본법은 한순간에 시혜적 관점으로 등장한 것이 아니다. 사회 변화에서 나타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새로운 청년운동의 시작과 일하는 청년으로 책임만 부여되는 것이 아닌 시민이자 국민으로 책임과 권리를 함께 행하고자 하는 청년세대의 담론이 발전하며 지방정부 기반으로 많은 실험을 거치면서 나타난 것이다.
 

이제, 공은 국회로 넘어갔다. ⓒ 청년기본법연석회의단

 
따라서 청년기본법과 중앙정부 청년정책은 우리가 맞이할 다음 사회를 위한 패러다임 전환과 이전보다 넓고 깊은 당사자의 참여를 보장하는 방식의 고민이 담겨야 하며, 지방정부별 특수성을 고려해야 모법으로 온전히 그 역할을 다할 수 있을 것이다.
   
청년이 겪는 사회문제의 심각성은 나날이 커져가고 있으며, 모두가 함께 맞이해야 할 다음사회는 한치 앞도 보이지 않는 시기를 우리는 걷고 있다. 청년기본법을 통해 앞을 가로 막고 있는 안개를 걷어내며 변화를 모색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덧붙이는 글 해당 칼럼은 서울청년정책LAB 블로그 및 페이스북을 통해 2018년 10월 10일 발행된 칼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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