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일주일 50시간 공부, 수면시간 6시간 이하, 중고생 81% "학업 스트레스 받아"···'입시공장'으로 전락해버린 학교

학습의 비효율성, 떨어지는 흥미도, 엄청난 학업 스트레스 속 대한민국 교육의 방향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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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태은(agseulgi)등록 2018.12.04 08:47
대한민국 학생들은 그동안 각종 국제 학업 성취도 평가에서 상위권의 성적을 유지해 왔다. 수학, 과학, 읽기 국제학업성취도 평가(PISA)와 수학·과학 성취도 추이변화 국제비교 연구(TIMSS) 등에서 항상 5위권 안에 들었다. 그러나, 많은 이들이 높은 성적을 성취하기 위해 학생들이 감수할 수밖에 없는 문제들을 지적하며 입시, 사교육 중심의 현행 교육방식에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일주일 평균 공부시간 50시간, 6시간도 안 되는 수면시간, 중고생 81% "학업 스트레스 받아". 겉으로 번지르르 해 보이는 학업성취도 수치 이면의 대한민국 교육 실태를 평가해주는 문장들이다.
 
학습시간이 훨씬 많음에도 비슷한 성취도···효율성에 의문
 

. ⓒ 윤태은

 
보건복지가족부가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에 의뢰해 작성한 '아동·청소년의 생활패턴에 관한 국제비교연구'에 따르면 국내 15~24세 청소년의 평일 학습시간은 학교수업, 사교육, 개인공부시간을 합쳐 7시간50분이나 되는 것으로 조사됐다.

5시간 전후인 다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청소년과 비교하면 학업에 투자하는 시간이 2시간 길다는 의미다. 주요 국가별 청소년의 공부시간은 핀란드 6시간6분, 스웨덴 5시간55분, 일본 5시간21분, 미국 5시간4분, 독일 5시간2분 등이었다. 뿐만 아니라 국내 청소년이 일주일에 공부하는 시간은 49.43시간으로 OECD 평균(33.92시간)에 비해 15시간이나 많았다. 하지만 더 많이 공부했음에도 불구하고 학업성취도 면에서는 별 차이가 없거나 오히려 낮은 결과를 보였다. 

실제로 만15세 대상의 2003년 OECD 국제학업성취도조사(PISA) 결과 핀란드 학생은 조사기간 하루 평균 4시간22분 공부했지만 수학과목의 경우 점수는 544점으로 8시간55분 공부한 우리나라 학생보다 2점 높았다. 일본 학생도 6시간 22분 공부했지만 534점을 받아 큰 차이가 없었다. 
 
공부는 잘한다지만···​​​​​​​​​​​​​​현저히 떨어지는 학생의 흥미도
 
한국경제연구원의 '제4차 산업혁명이 요구하는 한국인의 역량과 교육 개혁' 보고서에 따르면, OECD에서 시행하는 국제학업성취도평가(PISA)에서 2015년 우리나라 학생의 과학 성적은 일본, 에스토니아, 핀란드, 캐나다에 이어 OECD 국가 중 5위를 차지했다. 반면 과학 흥미도는 26위로 OECD 평균 이하 수준이었다.

그러나 OECD 국가 중 우리와 과학 성적이 비슷한 캐나다(성적 4위, 흥미도 3위)와 뉴질랜드(성적 6위, 흥미도 12위)의 경우 흥미도는 OECD 평균 이상으로 우리나라보다 높았다.
 
수학의 경우는 2012년을 기준으로 OECD 국가 중 가장 성적이 높았지만, 흥미도는 28위로 과학과 마찬가지로 OECD 평균에 미치지 못했다.

OECD 비(非)회원국을 포함한 분석 국가(65개국) 중에서 수학 성적과 흥미도가 모두 상위권인 국가는 싱가포르(성적 2위, 흥미도 4위)가 차지했다.

턱없이 부족한 수면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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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과적인 학업을 위해서 충분한 수면시간을 가지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는 것은 상식이다. 하지만 우리나라 고등학생들은 평균 밤 10시에 하교하고, 수면시간이 6시간이 채 안 된다는 실태 조사 결과가 있다. 매일 12시간 넘게 학교에 머물며 '공부 머신'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초등학생과 중학생도 학교 학습시간이 각각 6시간21분, 8시간3분이나 됐다.
 
청소년인권행동 아수나로와 전국교직원노조가 전국 초등학교 4학년부터 고등학교 3학년 학생 6천261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초·중·고 학생 학습시간과 부담에 관한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일반고 학생 96.8%가 야간 자율학습을 하고 있다고 응답했다. 또한, 10명 중 4명은 밤 10시가 넘어야 하교한다고 답했고, 학교 강요에 의해 야간 자율학습이 실시된다는 답변이 40.2%였다. 일반고 학생 67.3%는 학교에서 주말 보충수업과 주말 자율학습을 하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들의 평균 수면시간은 5시간50분으로, 82.7%가 "수면시간이 부족하다"고 답했다. 

초등학생과 중학생도 야간 자율학습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초등학생 12.6%, 중학생 17.7%가 야간 자율학습을 하고 있다고 답했다. 평일에 휴식을 취하거나 여가활동을 할 수 있는 자유시간은 초등학생이 하루 평균 2시간58분, 중학생이 2시간44분, 일반고 학생이 1시간53분에 불과했다.

또한, 통계청이 지난 2004년 발표한 생활시간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청소년의 평균 수면시간은 7시간30분으로 75.3%가 적정 수면시간 미만이었다. 미국(8시간37분), 영국(8시간36분), 독일(8시간6분), 스웨덴(8시간26분), 핀란드(8시간31분) 보다 짧아 수면부족이 심각했다. 미국 수면재단(NSF)이 청소년에 대해 평균 9시간 수면을 권유하고 있는 데에 비해 우리나라 학생들의 수면시간은 턱없이 부족한 것이다. 수면 운동시간도 하루 13분으로 미국(37분), 독일(24분), 스웨덴(26분), 핀란드(22분)의 절반에 그쳤다.  

그렇다면 대표적인 교육 선진국이라고 평가받는 다른 OECD 국가들의 교육은 어떤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을까?
 

핀란드는?모든 국민들에게 동등한 교육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초등학교에서부터 대학과정까지?무상 공교육을 실시한다 ⓒ 윤태은

 
핀란드는 모든 국민들에게 동등한 교육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초등학교에서부터 대학과정까지 무상 공교육을 실시하며 종합학교를 이수하고 상급학교에 진학하는 모든 학생들은 경제적인 형편에 따라 소정의 장학지원혜택을 받을 수 있다. 핀란드는 GNP의 약 6.5%를 공공교육부문에 지출하고 있기도 하다.
 
핀란드에서의 보편교육은 19세기 후반 민족주의 운동과 함께 보급되어 20세기 초 이미 문자 해독률이 유럽인 중 가장 높은 수준에 도달하였으며 1921년 법에 의한 의무교육제도가 도입되었다. 1970년대까지 6년제 초등학교제도가 유지되었으나 70년대 교육개혁을 통해 9년제 기초교육과정으로 개편되었다.
 
핀란드의 학제는 초등학교와 기초중등교육이 통합된 기본 교육과정(7-16세, 9년), 일반 인문계 고등학교 또는 실업계 고등학교에서 이수하는 상급 중등교육과정 3년, 전문대와 대학으로 구성되어 있는 고등교육과정으로 구분된다.
 
가장 눈에 띄는 점이 핀란드에는 입시제도가 없다는 것이다. 핀란드는 무상교육, 통합교육을 실시하며, "'학생 선발'이라는 개념 자체가 없는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너희가 공부를 못하면 대학을 못 간다'고 말하지 않는다. 원하면 언제든지 무상교육을 받을 수 있는 제도가 정착돼 있기 때문이다. 수학능력 시험이나 본고사처럼 성적순으로 학생을 선발하는 일은 없다. 나라에서 치르는 자격시험만 통과하면 어느 대학이든 지망할 수 있고, 각 대학은 집단 토론 등 간단한 절차를 거쳐 학생들을 선발한다. 대학수능능력시험을 치룬 성적을 기반으로 대학에 진학하는 대한민국의 정시제도와 가장 차이를 보이는 점이라고 할 수 있다.

기초교육(종합학교)단계에서는 국가수준의 학력평가시험이 없지만 고등학교 졸업단계에서는 대학입학자격시험(Matriculation Exam)이 있다. 이 시험의 목표는 학생들의 학업성취수준을 체크하여, 중등교육을 잘 마쳤음을 확인하는 것이다. 대부분의 대학은 이 시험성적을 중심으로, 경우에 따라서는 고등학교 내신 성적을 고려하여 학생을 선발하며, 특정 전문직 양성과정(가령 교육학부, 의학부)에서는 해당영역의 적성검사를 추가로 실시하기도 한다. 대입자격시험은 실업계 학생들도 볼 수 있는데, 네 과목을 공통으로 하며, 이외에 선택과목을 추가로 치르게 된다. 고등학교의 교과과정을 필수와 선택으로 구분, 이수하는 것은 고등학교 졸업단계에서 치르는 대입자격 시험과목과 긴밀한 관련이 있다. 각각의 교과과정은 학년 구분이 없이 제공되기 때문에 학생들은 과목별로 각기 다른 수준의 학습을 할 수 있다.
 
캐나다 같은 경우에는 주(Province)별로 대학입시가 모두 다르다. 온타리오주주 소재 대학들은 주정부대학입시센터를 이용하기도 하지만, 다른 주의 대학들은 학생들이 바로 대학에 지원할 수 있다. 개별대학은 주정부 입시절차와 무관하게 대학입학요건을 정해놓는데, 학과별 적성시험을 봐야하는 경우도 있고, 일반능력시험결과를 매우 제한적으로 활용하기도 하지만, 캐나다 현지학생의 경우는 대부분 고교 내신으로 입학을 결정하는 제도를 따른다.
 
또한, 스웨덴 같은 경우는 대학입학에 필수적인 요소로 구성된 스웨덴수학능력시험(SweSAT)을 본다. 1991년 이전에는 성인(직장인) 수험생만 SweSAT를 봤으나, 이후로는 모든 수험생이 시험을 볼 수 있게 되었다. 모든 학생이 의무적으로 보는 시험은 아니며, 학생은 대학 입학을 위해서 중고등학교내신 또는 SweSAT 성적을 제출할 수 있다. 스웨덴고등교육센터에서 전체 대학입시를 관리․감독하는데, 각 대학은 특정 연도에 입학하는 신입생 중 SweSAT 성적으로 1/3 이상 선발하고, 고교내신으로 1/3이상 선발하며, 기타 방식(학습 경험, 특정분야 재능, 면접)은 1/3이하로 선발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입시경로에 구분을 두는 목적은 대학신입생이 보다 다양하게 구성되도록 하기 위해서 이며, 특히 내신과 수능시험의 구분은 소외계층의 입학을 더 늘리기 위함이다.
 
물론 대학입학시험제도는 각 국가의 문화 및 역사와 밀접히 관련되어 있고, 매우 다양한 방식으로 이루어지고 있어 일괄적인 비교는 어렵다. 하지만, 입시제도는 그 국가가 어떠한 교육을 지향하고 있는지를 대략적으로 파악할 수 있는 지표이기도 하다.
 
위에서 언급한 대표적인 교육 선진국이라고 평가받는 OECD 소속 국가들과 비교했을 때, '경쟁'을 중시하고 경쟁력 있는 인재를 기르기 위해서 노력하는 한국의 교육철학과는 달리, 이 국가들의 교육은 평가보다는 배움이 우선이라는 자세와 모두를 위한 평등교육을 추구하는 점에서 차이를 보인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입시에 있어서 대한민국의 대학수학능력시험같은 표준화 된 시험만이 큰 비중을 차지하지 않는 점과 학생의 재능과 창의성, 입시에 있어 자율적인 선택을 존중해주는 방식이라는 점 또한 중요한 차이점이라고 할 수 있다.
 
배움의 요람이 되어야 할 학교인데··· '입시공장' 대한민국 교육은 어디로?
 
제대로 된 정책철학도 정책방향도 없는 대학입시제도 체계에서 대한민국 청소년들은 어릴 때부터 피곤한 몸을 이끌고서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학교로 학원으로 내몰리고 있다. 학부모들은 안타까운 마음으로 아이들을 바로 보면서도 한편으로는 엄청난 사교육비에 마음 조려할 뿐이다. 미래 인재양성과 인성교육을 책임져야 할 초, 중, 고등학교는 길을 잃고 헤멘지 오래이며, 국가는 자신들이 만들어 놓은 제도에 대한 비판에 줏대도 없이 이리저리 땜빵식 제도를 공장에서 물건 찍어내듯이 만들어 내고 있다. 배움의 요람이 되어야 할 학교가 단순히 대학입시라는 획일화된 목적만을 지닌 '입시공장'으로 전락해버린 것이다.
 
취업공장으로 전락해버린 대학교의 문제를 지적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오로지 대학에 입학하기 위해 수많은 학생들이 과열된 경쟁으로 뒤범벅된 '입시공장'속에서 매일 12시간을 살아갈 수밖에 없는 비참한 현실 또한 직시해야 할 필요가 있다. '경쟁', '1등'이라는 수식어를 시도 때도 없이 머릿속에 주입시키며 끊임없이 학습을 요구하는 이 곳에서 학생들이 엄청난 스트레스와 압박을 받는 것은 이상한 일이 아닐 것이다.

이주호 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는 "모든 학습의 초점을 대학 입시에서의 성공에 맞춰 주입식·암기식 교육으로 일관하는 것이 가장 큰 문제점이다"이라고 지적했다. 대한민국의 교육이 '모두를 위한' 방향점을 가지고 학교가 다시금 배움의 요람이 되기 위해선 수능이나 대학입시에 있어 분명한 개혁이 필요하다. 또한, 학생들의 엄청난 학습시간과 심적 부담, 스트레스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종합적인 대책과 접근이 있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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