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은 바뀌었는데, 왜 민중총궐기?

2018년도 전국민중대회 : 촛불정부를 향한 민중들의 경고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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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태은(agseulgi)등록 2018.12.04 08:46
지난 2016년도의 겨울은 대한민국 역사상 가장 추운 날들의 연속이었지만, 동시에 그 어느 겨울보다도 따뜻한 순간이었다. 사상 최악의 헌법유린과 국정농단에 분노한 민중들이 서로의 손을 맞잡았고, 그 뜨거운 마음의 불씨들이 피워낸 촛불의 물결이 한반도 전역에 일렁였기 때문이다. 서울 한복판의 광화문 광장을 비롯해 전국의 모든 거리에서 수많은 민중들이 함께 손을 맞잡고 박근혜 정권의 타도를 외쳤다. 20차례가 넘는 촛불집회에 1700만 명의 국민들의 함께 촛불을 들고 보수적폐정권을 향해 부당함을 외친 것이다.
 
그렇게 추웠던 겨울을 뜨거운 투쟁과 싸움으로 보내고 난 이후 마침내, 우리는 '피청구인 대통령 박근혜를 파면한다'라는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이는 대한민국이 국민이 뽑은 대통령을 국민이 탄핵시킬 수 있는, 국민이 국가의 주인인 민주주의 국가임을 다시 한 번 전 세계에 확인시켜주는 계기가 되었다. 거대권력에 당당히 맞서 싸워 얻어낸 우리 민중의 값진 승리였다.

그런데 적폐청산과 새로운 시대를 열망하던 이들의 요구와 바람대로 세상은 과연 바뀌었을까? 민중들이 스스로 박근혜 정권을 몰아내고 탄생시켰던 촛불정부는 과연 촛불민심을 반영하여 새로운 시대를 만들었을까? 결코 아니다. 이번 민중공동행동을 가득 메운 수많은 민중들의 절박한 외침이 그 증거이다.
 

지난 12월 1일, 국회에서 전국민중공동대회가 진행되었다 ⓒ 윤태은

 
지난 1일 국회 앞에서 민중공동행동이 열렸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과 50여 개 시민단체로 이뤄진 민중공동행동은 현 정부의 정책과 방향에 대해 규탄의 목소리를 높였다.
 
이번 집회는 지난 2016년 박근혜 전 대통령 퇴진 이후 2년 반 만에 열렸다. 참가자들은 문재인 정부의 개혁이 민중의 뜻과 반대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탄력근로제, 쌀 값 정책, 노점상총량제, 규제샌드박스 등 현 정부가 추진하는 개혁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또한 아직 청산되지 못한 사법적폐청산에 대한 요구도 이어졌다. 마지막으로 이들은 국회를 포위하는 '인간 띠 잇기' 퍼포먼스를 하려했으나 경찰의 제지로 진행되지 못했다.
 
집회에 참가한 김 모 씨는 "촛불 정부가 세워졌음에도 아직도 많은 적폐세력이 남았다"며 "촛불 정부를 세우기 위해 앞장섰던 노동자 농민들의 삶이 아직도 나아지지 않은 상황이 마음 아프다"고 전했다.
 
또 다른 참가자 윤 모 씨는 "문재인 정부의 개혁은 슬쩍 보면 합리적이고 민중을 위한 것 처럼 보이지만 조금 더 파고들면 기득권들에게 꼼수의 기회를 제공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촛불정부가 촛불민심을 역행해서는 안된다"며 "최소 공약을 지키는 모습은 보여야 한다"고 피력했다.
 
이러한 민중들의 분노는 비단 이번 2018년도 민중공동대회에서 뿐만이 아니었다. 지난 박근혜 정권 때부터 이어진 수차례의 민중총궐기에서는 사회 각기 다양한 부문에서의 요구들이 빗발쳤고 수많은 민중들이 거리에 나와 목소리를 높혀왔다.
 
2015년도 민중총궐기 : 백남기 농민, 민중 투쟁의 불씨가 되다
 

지난 2015년 11월 14일, 경찰의 민중총궐기 진압과정에서 故 백남기 농민이 살수차를 맞고 쓰러졌다. ⓒ 한겨레

 
2015년도 민중총궐기는 11월 14일부터 12월 19일까지 세 차례에 걸쳐서 진행되었며, 가장 처음 열렸던 1차 민중총궐기에선 시위에 참가했던 백남기 농민이 경찰이 쏜 물대포에 맞고 317일 동안 사경을 헤매다 숨지는 사태가 발생하였다. 이에 12월 5일 2차 민중총궐기에선 박근혜 정부 이후 논란이 되고 있는 각종 사회적 문제와 11월 민중총궐기 때 경찰의 물대포 사용으로 인해 인명피해가 발생한 점을 들어 경찰의 과잉 진압 규탄, 그리고 노동 개혁 반대 등을 내세우게 되었다.
 
2015년의 세 차례 민중총궐기에선 다양한 부분의 주요 요구사항들이 있었다. 대표적으로 쉬운 해고와 노동개악을 중단하며 모든 노동자의 노동기본권을 보장하라는 일자리노동에 대한 내용, 밥쌀 수입 저지와 쌀 및 농산물의 적정 가격 보장을 요구하는 농업 부문에 대한 내용, 한국사교과서 국정화 저지와 국가보안법 폐지, 양심수 석방을 외치는 민주주의에 대한 내용, 5.24 조치해제를 주장하는 자주평화에 대한 내용이 있었다.
 
이 외에도 차별금지법 제정과 여성·이주민·장애인·성소수자 차별 및 혐오 중단,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과 안전사회 건설 등 정부에게 우리 사회에 다양한 부분에 대해 문제점을 제기하는 대회가 2015년도의 민중총궐기였다고 할 수 있다.
 
2016년도 민중총궐기 : 기억해요, 우리 촛불의 바다를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로 인해 2016년 민중총궐기의 열기는 매우 뜨거워졌다. ⓒ 한겨레

 
2016년 2월 27일에 4차 민중총궐기가 이어졌다. 주된 요구 내용은 앞선 세 차례의 민중총궐기와 비슷하였다. 북한이 제4차 핵실험을 시행함에 따라 박근혜 대통령이 신년 기자회견에서 "사드 배치는 우리의 안보와 국익에 따라 검토할 것"이라고 주장하면서 사드배치가 이슈화 되자 '사드배치 반대'가 주요 요구사항으로 추가된 점이 눈에 띈다. 이어 3월 26일에 5차 총선투쟁승리 범국민대회를 진행하며 2016년 총선을 앞두고 노동개악중단, 민중생존권 보장, 한반도 평화실현, 총선투쟁승리 등의 구호로 뜨거운 분위기를 이어나갔다.
 
한창 촛불의 물결이 일렁일 무렵인 11월에 6차 민중총궐기가 진행되었다. 이는 2016년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관련 비리 척결과 박근혜 대통령의 하야를 요구하는 집회였다. 지하철 승객을 기반으로 빅 데이터 분석을 통한 추정 계산으로 약 132만 명의 인파가 몰렸으며, 시민들과 1천500여 시민단체가 함께 연대한 '박근혜정권 퇴진 비상국민행동'에서 주최하였다.
 
이 집회 역시 노동개악, 성과퇴출제 폐기, 최저임금 1만원 실현, 쌀 수입 중단, 대북 쌀 교류 등을 비롯한 일자리노동, 농업 부문의 요구와 함께 장애등급제·부양의무제 폐지, 양심수 석방, 국가보안법과 테러방지법의 폐지 등의 구호가 외쳐졌다. 또한, 한일 위안부합의 무효화 재협상 추진과 함께 한반도 사드배치 반대, 백남기 농민 국가폭력 책임자처벌, 한상균 위원장 석방,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과 책임자처벌 등 다양한 부문에서의 요구가 있었다.

2016년도 민중총궐기는 총선 승리로 인한 적폐타도의 분위기와 더불어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로 인해 박근혜 대통령 퇴진까지 함께 요구하는 뜨거운 투쟁의 분위기가 형성된 대회라고 할 수 있다.
 
이 외에도 2017년도 2월 7차 민중총궐기는 박근혜 대통령의 하야와 퇴진 그리고, 탄핵을 요구하며 매주 토요일에 진행되었다. 박근혜 대통령의 하야와 퇴진, 탄핵요구와 특검연장을 주장한 이 대회는 17번째 대규모 촛불집회이자 11월 12일에 진행된 6차 민중총궐기에 이어 촛불집회 중에 두 번째로 진행되었던 것이다.
 
이후, 2017년 5월 9일 제19대 대통령 선거를 통해 문재인 정권이 탄생하였으며, 많은 국민들은 이를 1700만 민중의 촛불이 탄생시킨 '촛불정부'라고 불렀다. 그러나, 정권 교체 이후에도 많은 농민, 노동단체와 시민단체들이 수차례 집회와 행진, 시위를 통해 '변한 것이 없다'고 이야기한다. 적폐의 탑을 무너뜨리고 촛불정부를 세웠으나, 정작 그런 정부는 촛불민심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2018년도 전국민중대회: 촛불정부를 향한 민중들의 경고장
 

지난 12월 1일, 국회에서 전국민중공동대회가 진행되었다. ⓒ 윤태은

 
이번 2018년 전국 민중대회는 스스로를 개혁정부라고 자칭해왔던 문재인 정부를 향해 엄중한 경고를 보내는 대회였다. 그동안 촛불항쟁의 적자라고 자임하며 등장한 문재인 정권은 집권하자마자 비정규 제로 정책을 선언하고 소득주도 성장론을 주장했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는 지난 2월 노동시간을 빙자한 임금삭감 중심의 근로기준법 개악, 5월 산입범위 확대를 통해 최저임금 효과를 무력화 한 최저임금법 개악, 그리고 지금의 탄력 근로제와 능력급제를 중심으로 한 임금체계 개편으로 인해, 과연 누구를 위한 정권이냐는 비판을 받고 있다.
 
문재인 정권이 자본가 계급의 위기인 경제위기를 극복하고자 노동자 민중에게 희생을 강요하고 있다는 목소리도 이어졌다. 문 정부가 경제위기라는 자본가 계급의 위기를 극복하고자 노동자 민중의 목줄을 겨누고 있다는 것이다.
 
이번 민중총궐기에서는 문 정부를 상대로 노동자 민중이 노동악법, 반민주악법 철폐 투쟁과 노동자 민중의 온전한 권리인 민중권리를 쟁취하기 위한 투쟁으로 떨쳐 일어서야 함을 명확히 밝혔다. 그런 의미에서 2018년도 전국 민중대회는 최소한의 인간다운 삶을 위하여 노동조합을 결성하고 자본가 계급을 상대로 단체행동을 할 수 있고 파업이라는 투쟁을 할 수 있는 노동자의 권리, 자본주의 자체가 문제라고 선언하고 새로운 사회 건설을 위해 투쟁할 수 있는 권리를 온전하게 요구하고 쟁취하기 위한 투쟁을 결의하는 자리였다고 할 수 있다.

세월호 참사, 2015 한일합의, 故 백남기 농민 사망, 한반도 사드배치, 박근혜-최순실게이트. 수년 간 차디찬 겨울을 지내던 마침내 국민들은 뜨거운 1700만 촛불의 물결을 통해 사상 첫 대통령 탄핵이라는 역사적인 쾌거를 이루었다. 이러한 촛불로 인해 탄생할 수 있었던 문재인 정부, 절박하게 외치고 있는 민중들의 목소리에 다시 한 번 귀를 기울여야 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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