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is my history, it is my love story'

국제구호단체 <개척자들> 류복희 사역팀장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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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향림(hyanglim87)등록 2018.12.02 11:09
'개척자들'에서 발룬티어를 모집한다. 개척자들은 어떤 단체이며 발룬티어는 어떤 활동을 하게 되는건지 류복희 사역팀장을 만나 자세한 얘기를 들어보았다.  
 

개척자들 류복희 사역팀장 최근에 재밌게 본 드라마 얘기를 하며 밝게 웃고 있다 ⓒ 수피아

 
Q 개척자들 소개 좀 해주세요
: 분쟁이나 재난 지역에서 소외된 사람들을 만나 그들과 '함께 있다'는 마음으로 시작한 단체이다. 주로 평화복무와 평화 캠프를 진행한다. 평화캠프는 한 달 정도이고, 평화복무는 1~2년 정도로 청년들을 모집해서 파견한다.

Q 평화캠프는 어떤 활동인지
: 분쟁이 현재 일어나고 있는 지역에 들어가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분쟁이 끝난 지 얼마 안됐거나 분쟁이 일어날 것 같은 곳, 심각한 재난을 당한 곳에 긴급하게 조사팀을 보내서 더 많은 사람들이 해야 할 일들을 찾는다. 예를 들어 2000년에 티모르 분쟁 이후 바로 들어가서 재건하는 캠프를 진행했다. 그리고 축하를 해줬다. 

Q 축하할 일이 무엇이었는지
티모르가 유엔의 도움으로 독립 투표를 해서 독립을 할 수 있었다. 그건 축하할 일이었지만 그 과정에서 독립을 반대했던 인도네시아 측 사람들(민병대, 시민군)이 철수하면서 어마어마한 거리의 집들을 태워버리고 갔다. 전쟁으로도 힘들었지만 끝난 이후에도 파괴를 하고 가서 그 과정에서 재건이 중요했다. 그래서 한 지역을 지정해서 집을 지어줬다. 또한 난민촌 같은 경우에 아이들이 방치돼 있는데 그 아이들 위한 평화학교를 2주간 진행하기도 하는데 길게는 한 달 정도를 하기도 한다. 당시 티모르에서는 80명 정도가 모였는데 지역에 따라 규모는 다르지만 10~80명 정도를 모집한다. 

우리가 캠프를 진행했던 곳이 거의 분쟁 있었던 지역이다. 즉 가해자와 피해자가 항상 공존하고 있기에 화해하는 프로그램 등을 캠프 때 넣는다. 분쟁을 경험했던 아이들은 그 안에 증오나 미움이나 타인에 대한 불신이 팽배해 있어서 그런 것을 포커스로 커리큘럼을 짰기 때문에 평화캠프라는 말을 사용한다.  

Q 평화복무라는 말은 더 생소하다
월드서비스 라는 말이 친근할 수 있겠다. 전쟁을 하는 군대를 대신해서 봉사하는 개념이다. 세상을 향한 섬김이다. 기간은 평화캠프와는 달리 1~2년 정도이다. 평화캠프를 했던 지역에 장기로 남아서 캠프 마무리를 하고, 계속해서 지역사람들과 관계를 맺는다. 과거에 파키스탄에서 5년, 아프가니스탄에서 7년, 티모르에서 10년, 인도네시아 아체에서는 14년 정도 관계를 맺어왔고, 현재는 현지 청년들과 함께 현지 공동체를 만들었다. 현지 오피스가 생기는 것이다. 

평화복무를 하는 발룬티어는 개척자들 활동을 길게는 1~2년 정도 진행하지만 현지 오피스가 생기면 그것을 책임지는 한국인 현장 매니저가 되는 것이다. 
Q 발룬티어 기준이 있나
: 나이, 성별, 학업 등 그런 일반적인 기준은 없다. 다만 우리가 활동하는 현장이 녹록지 않다. 한국에 있는 개척자들 오피스라고 할 수 있는 '샘터'조차도 편안한 삶을 보낼 수 있는 곳은 아니다. 의식주 문제를 말한다. 그런 고생에 대해서 기꺼이 하려고 하는 마음이 있어야 지속할 수 있다. 우리는 그런 것을 '자기 비움'이라고 한다. 또한 타인에 대한 공감능력이 필요하다. 세상에 대한 안타까움이랄까. 

우리는 호봉제가 없다. 활동을 마음껏 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해주지만 생활은 책임지지 않는다. 활동할 수 있는 활동비 정도만 지급한다. 그래서 누군가 '열정페이'라는 말을 쓸 수 있다. 그러나 다른 점은 우리 단체 안에 그 어느 누구도 그들의 열정을 뺏어가지 않는다. 세상, 현장을 위한 페이를 스스로 하는 거라서 그런 마음을 가지고 와야 한다. 

Q 발룬티어를 하다가 계속 개척자들 활동을 하고 싶으면 할 수 있나
: 가능하다. 다만 일정기간의 발룬티어 이후 스텝이 되는데 현재 스텝들과 서로간의 합의가 되어야 한다. 

Q 발룬티어와 스텝 차이는 무엇인가?
: 발룬티어는 1년 정도의 기간 동안 활동을 하며 개척자들 정신이나 원칙에 따라서 굳이 살지 않아도 된다. 스탭은 개척자들의 신조나 규정, 정신을 따라서 산다고 결심을 해야 한다.

Q 개척자들 정신이 무엇인지
: 개척자들 10개의 신조가 있다. 그리고 우리는 24시간 파견 대기조이다. 그렇게 동의하고, 그렇게 살도록 결심하는 것이 그 정신이다. 기초는 개척자들 창립멤버 송강호 간사가 만들었고, 다른 스텝들도 동의하였다. 송강호 간사는 교회 전도사이자 저를 포함하여 개척자들 초창기 스텝들 모두의 스승이었다. 첫 번째 발룬티어들도 그분의 학교 강의를 듣고 왔었고, 저 또한 아신 신학대 학생이었을 때 교육학 강의를 듣다가 알게 되었다. 그때는 개척자들이 아니라 기도모임이 있었다. 

Q 어떤 기도모임이었는지 
: 처음에는 일주일에 한 번씩 외국에서 고생하는 선교사들을 위해 기도를 하였다. 그리고 필리핀 피나투보 화산이 폭발했을 때 방문을 하여 그 지역을 위해 기도를 했다. 이후 세상을 위한 기도를 할 곳이 필요하다 생각했고 1998년에 송강호 간사가 독일에서 공부하고, 돌아오셔서 "기도를 행동으로 옮겨야 될 때가 온 것 같다"고 하였다. 이후 송 간사는 1999년에 티모르로 갔다 왔고, 2000년에 '개척자들' 이라는 단체를 세우고, 신조도 만들어 발룬티어도 모집했다. 

Q 당시, 본인은 어떤 마음으로 기도모임을 함께 하게 됐는지
: 송강호 간사의 말이 진정성 있게 들렸다. 하루는 꿈 얘기를 해줬는데 신탁을 받으셨다고 하더라(웃음). 지평선으로 마른 볏섶들이 불에 타서 내게 다가 왔는데 그렇게 불에 타듯이 젊은이들이 일어나서 세상을 위해 헌신하는 꿈을 꿨다며 우리도 할 수 있을 거라고 했다. 당시 얘기를 들은 건 21살 때 였지만 학교를 졸업하고 25살 때부터 기도모임에 참가했다. 내가 88학번이니까 92년에 참여한거다. 그리고 10년 있다가 '개척자들' 단체가 만들어졌다. 

Q 발룬티어는 꼭 기독교인들만 가능한지
: 그건 아니다. 처음에 시작한 사람들은 기독교인들이고 기독교에서 가르치는 자기 부인, 자기희생을 통하여 타인을 구원했던 예수 그리스도의 정신을 우리도 따르자는 그런 마음들을 가지고 시작했지만 자기를 희생하여 타인을 섬기는 사람들은 다 동료라고 생각한다. 쉽게 얘기하면 인류애적인 마인드를 갖고 있는 사람은 누구나 일할 수 있다. 지금 일하는 사람들 중에도 종교가 없는 사람들, 불교인, 무슬림도 있다. 인류애라는 것으로 함께한다. 이타적인 삶을 몸으로 실천하는 삶에 동의하기에 기독교인이 아니라도 함께 일할 수 있고 그러고 있다.

Q 주로 본인이 했던 활동은 무엇인지 
: 처음에 티모르부터 아프가니스탄에서 사전 조사를 했다. 그렇게 가다보니 길어도 1년 안에는 한국에 돌아오는데 2005년 아체에서 쓰나미 때문에 들어가게 됐고 오피스 만들 때 까지 있어야겠다 싶었다. 주로 고아가 된 아이들을 돌보는 일이었기에 빨리 끝날 수 있는 일이 아니라고 생각됐다. 그렇게 세월이 흘러 12년 정도 거주하며 아이들이 자랐고, 현지 친구들이 생겨서 인수인계를 하고 재작년에 한국으로 돌아왔다. 지금도 1년에 한 두 번 정도는 들른다.  

Q 어떤 마음으로 개척자들 활동을 계속 하는 것인지
: 대단한 결심으로 시작한 게 아니었다. 개척자들 활동은 세상을 살아가며 따라야 할 구체적 신앙의 길을 보여줬다. 그래서 시작했는데 그것이 나를 실망시키지 않았고, 여전히 앞에 풀어야할 숙제가 있고, 그래서 다른 생각 안하고 풀리지 않은 숙제를 계속 푸는 마음으로 하고 있다. 보통 대의를 가진 사람들이 변하는 모습들을 보게 된다. 개인의 삶에 묻혀버리거나 또 다른 명예나 권력욕으로 겉으로는 대인배인데 속은 그러지 못하고, 대의 또한 권력이 돼 버리는 경우들이 있다. 그 경계에서 항상 개척자들은 안 되는 길, 더 고생스러운 길, 십자가의 길을 포기하지 않았다. 그래서 나도 계속 할 수 있었다. 만약 동료들이 계속 남아있지 않았다면  그리스도를 좇는 다른 길을 가고 있지 않았을까

Q 외람된 말씀이지만 국제구호단체들 하면 다른 이름들이 먼저 떠오른다. 어떤 차별점이 있나
: 개척자들은 위험하거나 병에 걸릴 수도 있는 지역에서도 누군가 평화활동을 하겠다하면 수용한다. 단체가 한 사람의 안전을 책임 지겠다하는 것은 용기가 필요한 일이다. 

Q 미래의 발룬티어들에게 한마디를 한다면
: 우리는 우리의 이야기를 쓸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야기를 어떻게 만드는지는 우리 자신에게 달려있다. 여러분이 아름다운 이야기를 만드는데 개척자들이 한 부분을 담당할 수 있지 않을까. 여러분의 이야기를 써라. 여러분의 러브스토리를 써라. 최근에 드라마 '미스터 선샤인'을 재밌게 봤다(웃음). 'It is my history, it is my love story'라는 말이 나오는데 사실 나도 예전부터 생각한 것이긴 하다(웃음). 예전에 <나의 이야기>라는 책도 감명 깊게 봤다. 책에서 보니 피폐하게 살다가도 내 이야기를 만들어낼 수 있더라. '나의 이야기를 써라'는 말을 항상 생각하며 살았다.
 
덧붙이는 글 개척자들 발룬티어 문의: 010-4084-5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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