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도 사랑할 수 있을까> 책 표지
오마이북
그러다 <우리도 사랑할 수 있을까>를 읽고 나서야 웃으며 책장을 덮을 수 있었다. 우리도 충분히 바뀔 수 있다는 '희망'이 느껴졌고 가능성이 보였고 자신감이 생겼다. 바로 이 책의 저자 오연호 선생님의 강연을 듣고 난 후의 사람들의 반응과 이미 새로운 씨앗을 뿌리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이 생생하게 담겨 있기 때문이다.
나는 대학에 들어와 학보사 일을 시작하면서 학생운동을 했고, 최근까지도 노동조합 활동이나 한반도 평화를 위한 실천 등 소위 사회 변화를 위한 활동을 해왔다. 지금은 9개월 된 아이 덕분에(?) 활동은커녕 육아에 정신을 못 차리고 있지만.
세상을 바꾸는 활동을 하면서도 한편에는 '정말 가능할까'라는 좌절의 마음도 자주 고개를 들었던 게 사실이다. 사람들의 '인식'이 쉽게 바뀔까 하는 걱정이 컸고, 그 마음에는 우리나라의 교육, 입시, 집값, 노동에 대한 인식의 문제가 단단히 얽혀 있어 쉽게 바뀌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자리 잡고 있었다.
지금도 이러저러한 사안에 대해 "문제 있다", "바꿔보자"며 집회에도 나가고 사람들과 이야기도 많이 해보지만 마음속 한편에는 '과연 우리나라에서 바뀔 수 있을까?', '정권이 바뀌고 통일이 된다 해도 사람들의 의식과 인식이 바뀌지 않는다면 덴마크 같은 사회는 오지 않을 텐데…' 하는 답답한 걱정이 반복되었다.
그런데 <우리도 사랑할 수 있을까>를 읽으며 깨달았다. 내가 모르고 있을 뿐, 이미 많은 사람들이 일상에서 실천을 해나가고 있고, 예전과 다른 방식으로 저마다의 행복을 찾아가고 있으며, 그러한 변화들이 쌓여가고 있었다.
이런 사실을 몰랐다는 것이 부끄러웠다. 거대한 흐름을 바꿔야 한다는 생각 속에 (건방지게도) 혼자 걱정만 하는 척했지 사실 내 삶과 일상을 바꾸는 것에는 게을렀는데, 많은 사람들은 이미 행동을 시작하고 있었던 것이다.
부끄러운 고백을 더 하자면, 아이까지 낳고 나니 사회 변화를 고민하고 실천하고 있다는 나조차도 중심을 잡기 힘들었다. 남편과 함께 "우리는 아이가 스스로 인생을 결정하게 하자", "우리는 아이의 행복을 먼저 생각하는 부모가 되자"는 이야기를 하면서도 정작 '주변에서 누구는 무슨 교육을 시작했다는데 우리 아이도 뭔가 해야 하는 건 아닐까?', '어떤 엄마들은 지금부터 그림책을 읽어준다는데 나도 그래야 하나?', '최고로 해주진 못해도 남들만큼은 해줘야 한다는데…' 등등 벌써부터 주변의 분위기에 우왕좌왕하고 있었던 것이다.
처음 책을 읽으면서는 자연스레 '내 인생'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졌다. 초등학교 시절 내 꿈은 작가였는데, "작가는 돈도 못 벌고 힘든 직업이야"라는 엄마의 한마디에 '아, 그럼 작가는 하면 안 되나 보다' 하면서 바로 장래희망을 바꿨던 옛날 일부터 인생과 진로에 대한 주체적인 고민보다 '사회적 인식'에 눈치 봐야 했던 청소년기까지. 아니, 아이를 낳고 벌써부터 주변을 의식하고 있는 지금의 모습까지.
'지금부터라도 내 인생을 행복하게 찾아나가야지'라는 생각으로 마지막 책장을 덮었다. 단순히 '나의 인생'에 대한 고민뿐 아니라 이렇게 일상에서 다른 고민을 해나가고 실천하는 사람들이 우리 사회를 변화시키겠구나, 우리나라도 이렇게 바뀌어가겠구나, 하는 생각에 몹시 든든해졌다.
"내일은 반드시 온다. 하지만 그 내일은 그냥 오지 않는다. 내일은 우리의 오늘이 만들어간다. 정권 교체 시기는 5년 만에 온다. 그러나 사회 교체는 매일매일 이뤄진다. 내가 결심하는 지금 이뤄진다. 내가 나를 사랑하고 그 힘을 기반으로 이웃을 내 몸처럼 사랑하는 꿈틀거림을 시작할 때, 사회 교체는 이미 진행 중이다."
이 책은 작지만 큰 결심, '나로부터'를 결심하게 해준 고맙고도 무거운 책이다. 책은 '스스로, 더불어, 즐겁게'를 보여주며 우리도 "할 수 있다, 할 수 있다"를 계속 외치는 듯하다. 저자의 강연을 듣고 자식의 행복을 생각하게 된 부모님의 이야기에서, 주변의 시선과 눈치가 아니라 스스로 자기 삶을 선택해가는 청년들의 모습에서, (내가 다시 중3으로 돌아간다고 해도 그런 선택을 할 수 있을까 부끄럽게 만든) '꿈틀리 인생학교' 학생들의 모습에서 덴마크 부럽지 않은 '희망'을 볼 수 있었다.
무엇보다 "우리도 할 수 있을까"라는 의문을 털어내고 "우리도 할 수 있다! 바로 나로부터"라는 결심을 심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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