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몸도 지킬 기회도 주지 않으면서 나라를 지키라는 병무청

질병사유 재병역판정검사 비상식적 규정과 책임회피, 고가의 검사자료 내밀었더니 해석 못하기도

검토 완료

김경태(blacklabel)등록 2018.10.10 07:58
지난해, 질병사유로 재병역판정검사를 받기위해 병무청지정병원에서 받은 병무용진단서를 들고 서울지방병무청을 방문한 26살 이모군은 담당의사로 부터 황당한 발언을 들었다.

"의학적으로는 심각한 상태임이 분명한데, 국방부령으로는 현역을 가야한다" 

그 이유는 과거력이 없어서 인정해줄 수 없다는 것이었다. 오늘 해당 질병으로 아프지만, 이전에 아프지 않았으니 아픈게 아니라는 이상한 논리였다. 결국, 이모군은 입영통지서를 받고 훈련소까지 가게되서야 군의관을 통해 귀가조치를 받고 다시 재검을 받을 수 있었다. 

지난 7월, 인천병무지청을 방문해 재병역판정검사를 받은 김모군(27)도 불편한 일을 겪었다. 망막 및 황반변성으로 인해 시력이 많이 떨어졌으며 교정을 할 수 없다는 내용이 담긴 진단서를 제출했고, 4급 보충역으로 급수가 조정되었다. 그런데 김모군은 손에 들린 판정 서류를 보고 이상함을 느꼈다. 판정 질병이 '시력장애'로 표기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김모군은 주치의에게 해당 내용을 알렸고 주치의의 소견을 검사장 측에 전달하며 재판정을 요구했지만 돌아온 대답을 차가웠다.

"그건 민간의사 기준이고요, 실명되신거 아니면 6개월 후에 재검신청해서 다시 오세요."

진행성으로 꾸준히 상태가 나빠지고 있던 김모군이었기에 '해당 질병이 악화되었다'는 내용이 담긴 진단서를 들고 이번엔 서울지방병무청을 찾았다. 그리고 그 곳에서 담당의사를 통해 인천지청에서 느꼈던 이상함의 이유를 알았다. 전산상에 시력이 0.05에서 0.5로 10배나 더 좋게 잘못 입력되어 있었다는것. 결국 김모군은 서울지방병무청에서 '서류보완' 처분을 받았다.

김모군은 전산상에 잘못표기된 배경을 묻고자 인천병무지청에 문의했고, 담당의사가 '의무기록사본에는 0.05라고 적혀있었는데, 병무용진단서에는 0.5'로 적혀있어서 0.5라고 전산상에 입력했다'는 답변을 들었다. 병무용진단서에 오타가 있었던 것이다. 제출한 자료에 오류가 있었다면 인천병무지청의 안과 담당의사가 다시 서류를 제출하라고 했어야 한다. 그러나 그 담당의사는 그저 본인의 판단으로 선택하여 잘못된 정보를 전산에 남겼다. 이에 대해 김모군은 국민신문고를 통해 시정을 요청했고 병무청 민원 상담 담당자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병무용진단서양식 병원마다 디자인은 다를수 있다. 2만원 상당의 발급비용을 받는다. ⓒ 병무청



"처음부터 병원에서 오타없이 진단서를 써주셨음 좋았을걸요. 검사자 분께서는 왜 서류를 제출하기 전에 확인을 안하고 오셨나요?"

책임을 진단서를 끊어준 병원과 김모군에게 떠넘기는 내용이었다. 김모군은 담당의사가 서류보완을 요청했으면 될일이 아니냐고 반박했지만 상담원은 모든 질병 내용은 병무용진단서가 우선이니 병무용진단서 내용을 표기한 것임으로 절차상 문제된건 없다. 본인 뜻대로 병역처분이 안나오게 되서 유감이라는 말 뿐이었다.

광주광역시에 사는 박모군은 재병역검사판정을 받기 위해 한반도를 동서로 가로질러야했다. '서류보완' 판정을 받으면서 검사장 담당의사에게 다음과 같은 말을 들었기 때문이다.
 

대구 중앙신체검사소 대구중앙신체검사소 시설 사진 ⓒ 병무청

 
"이 병은 내가 잘몰라서 애매하니까 중앙신체검사소에 가서 받아라"

중앙신체검사소는 박모군이 거주하는 광주 반대편 대구광역시에 위치하고 있었다. 이미 짧지 않은 시간과 수십여만원의 비용을 지불해 정밀검사를 받은 상황에서 대구까지 가는 시간과 비용, 수고로움을 감수해야했다.

위에 언급한 세가지 일들은 질병으로 인해 병역판정검사를 받고자 병무청을 찾은 검사대상자들이 실제로 겪은 일들이다. 이들은 모두 병무청 측에 오랜 시간과 고가의 비용을 지불해야하는 정밀검사와 2만원 가량을 추가로 내야 받을수 있는 병무용진단서를 발급받았고, 병무청에서는 먼저 담당자에게 문의하고 요구한 사람에 한해 총 비용 중 병무용진단서와 의무기록사본 발급비용에 해당하는 소액만 돌려받을 수 있었다. 또한. 정당하고 정확한 재병역판정을 받지조차 못했다. 심지어 병역판정검사장의 의사들은 대부분 검사자들에게 하대어(반말)를 사용한다. 이와 같은 이해할수 없는 일을 겪는 병역대상자는 수도 없이 많다. 

필자가 서울과 인천, 부산, 대구, 경인에 위치한 병무청에 문의해본 결과, 재병역판정을 위해 발급한 서류에 대한 보상 지원에 대해 정확히 안내해주는곳은 없었다. 대부분 담당이 아니라서 모른다, 검사장을 연결해주겠다는 애매한 대답만 내놓았다. 한 곳은 그걸 왜 병무청에서 보상해주냐며 반문했다. 지난 여름, 병무용진단서 등의 발급비용을 국고로 지원해주겠다고 병무청들에서 냈던 보도자료를 보지 못한것일까?

의학적 소견을 뛰어넘는 국방부령의 비상식적인 조항도 문제다. 시력장애를 예로 들자면, 의사의 객관적 소견이 담긴 진단서(한 눈의 시력이 0.6 이하면 4급 보충역-사회복무요원/산업기능요원, 0.1이하거나 좋은 눈의 시력이 0.2이하면 5급-전시근로역-평시 면제)와 함께 3년 이상의 안과 의무기록을 요구하고 있다. 이 조항에 대해 병무청에 문의한 결과, 지금 아무리 시력이 아주 낮게 나와도 이전에 좋았던 기록이 있으면 조작 우려가 있거나 다시 그만큼 좋아질 가능성이 있다는 의미라고 한다. 심지어 사례들을 보면 시력 개선 여지가 크지 않은 황반 및 망막변성 환자들에게도 이 조항을 적용해 높은 신체 등위를 주는 경우도 있었다. 훈련소에서 교정시력이 0.1이 채 나오지 않는 훈련생을 만나볼 수 있는 이유다.

대한민국은 분단의 아픔으로 인해 아직 징병제를 실시하고 있는 국가이기에, 젊은 남성들은 태어나면서 국방의 의무를 가지게 된다. 하지만 그들에게는 생명과 건강을 지키는 인간의 기본권리인 '건강권'도 존재한다. 건강한 나라를 위해서는 건강한 청년들이 지켜야하지 않을까? 나라를 지키기에 앞서 제 몸도 지킬 기회를 충분히 줘야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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