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왕산에서 본 서울>에서 '한양의 아방궁'이라 불렸던 '벽수산장(碧樹山莊)' 확대본
이건중
벽수산장은 지금의 서울특별시 종로구 옥인동 47번지에 있었다. 이곳은 본래 조선시대 위항 시인들의 거두였던 천수경(千壽慶, 1758-1818)이 살던 '송석원(松石園)'이 있던 곳이다.
천수경은 옥류천 근처 소나무와 바위가 있는 곳에 작은 집을 짓고 이곳을 '송석원'이라 하였다. 그리고 위항시인들을 동인으로 모아 시를 읊고, 이 모임을 '송석원시사(松石園詩社)' 또는 '옥계시사(玉溪詩社)'·'서사(西社)'·'서원시사(西園詩社)'라고도 하였다. 여기에 참여한 장혼(張混), 조수삼(趙秀三), 차좌일(車左一), 김낙서(金洛瑞), 최북(崔北), 왕태(王太), 박윤묵(朴允默) 등은 위항문학(조선 후기 서울을 중심으로 중인 이하 계층이 주도한 한문학 활동)의 대표적인 시인들이었다.
이 모임에는 간혹 추사(秋史) 김정희(金正喜, 1786-1856)도 초대를 받았는데, 이들이 지은 시에 대해 품평해달라는 뜻에서였다. 당시 김정희는 통의동 지역에 살았는데, 천수경의 집과는 가까운 곳이었다.
1817년 음력 4월 김정희는 송석원이 있던 뒤편 바위에 '송석원(松石園)'이라는 세 글자를 새기고, 그 옆에 '정축청화월 소봉래서(丁丑淸和月 小蓬萊書)'라고 관지를 단다. 김정희와 송석원시사 인물들과의 관계를 잘 보여주는 흔적이다. '송석원' 각 글자는 한 글자의 가로 및 세로의 폭이 4치쯤 되는 정방형이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