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혁 의사 동상부산어린이대공원 안에 있다.
개성고등학교 역사관 제공
음수사원(飮水思源)이란 말이 있다. 물을 마실 때는 그 근원을 생각하라는 말이다. 현대인은 수도꼭지 틀면 물이 나오고 마트에 가면 생수가 쌓여 있어서 '물의 근원'에 대해 생각할 여지가 없다.
독립운동(가)에 관해서도 비슷한 것 같다. 해방된 지 70여 년이 지나고, 그런 것 아니어도 관심사가 많고 시험준비생도 아닌데 굳이….
생리적으로 하루라도 물을 마시지 않으면 신체 건강을 유지하기가 어렵듯이, 정신건강을 위해서는 독립운동(가)를 생각하면 좋을 것이다.
이스라엘 국민들이 수천년 동안 나라 잃고 세계 각처를 유랑했던 선대의 역사를 가르치고 배우듯이, 우리도 나라를 빼앗기고 고난의 시대를 살았던 아픈 역사를 잊지 말아야 한다. 그 고갱이는 독립운동가들이다.
그동안 친일세력과 군사독재, 그 아류들이 장기간 집권하면서 독립운동사는 소략되거나 외면받았다. 심지어 육군사관학교에서는 최근까지 독립운동사를 정규과목으로 가르치지 않았다.
언론에서도 3ㆍ1절이나 광복절이면 반짝 관심을 보이는 듯 하다가 지나면 그만이다. 그마저 명망가 중심으로 재탕 삼탕을 일삼는다. 그래서 여성독립운동가 하면 유관순 열사 외에 달리 아는 사람이 없을 정도이다.
그동안 국가로부터 서훈을 받은 독립운동가는 1만 5천 명 정도이다. 독립전선에서 이름도 없이 사라진 분들이 많지만, 까다로운 심사과정, 무엇보다 후손이 증빙서류를 준비해야 하기 때문에, 무후선열들의 경우는 대(代)가 끊어져서 서훈 신청도 할 수 없는 실정이다.
서훈을 받은 1만 5천여 독립운동가 중에는 혁혁한 공적에도 불구하고 일반에는 낯섦의 지사들이 대부분이다. 정부의 각종 이벤트는 물론 연구가나 언론이 명사들만 조명하기 때문이다. 박재혁(朴載赫) 지사도 그중의 한 분이다.
일제강점기 독립운동에 나선 분들은 자신은 물론 가족에게 엄청난 희생을 안겨주었다. 수많은 의열사들이 일제와 싸우다 사망하거나 투옥되고, 요행히 풀려나도 일제의 감시로 생업에 종사하기가 쉽지 않았다. 해서 자손은 물론 4, 5대에까지 저학력과 경제적 궁핍에 시달리게 만들었다.
해방 후 극소수는 '독립운동의 영웅'으로 교과서에도 실리고 각종 매체에서 조명해왔다. 하지만 대부분의 독립운동가들은 잊혀진 채 '보훈대상자'로 기록될 뿐이다. 그마저 후손이 없거나 자료의 인멸로 묻힌 분들이 적지 않다. 예컨대 신흥무관학교에서 배출한 독립군관이 10년 동안 3,500여 명인데, 현재 이름이라도 밝혀진 분은 10분의 1이 조금 넘는 수준이다. 나머지는 그야말로 이름도 성도 없이 독립전선에서 사라져 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