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희정 재판이 보며 느낀 몇 가지 궁금증

재판부, 언론, 증언. 이 나라가 법치주의국가 맞나요?

검토 완료

이영미(hotnov)등록 2018.07.31 17:15
한때 대권을 바라보던 그가 재판정(서울서부지법 형사 11부재판장 조병구)에 섰습니다. '위계에 의한 성폭력 의혹 사건'의 피고인 신분입니다. 언론을 통해 드러난 사건은 충격적이었습니다. 그러나 재판과정에서 보여준 재판부의 태도와 언론의 태도는 우리 사회의 인권, 성폭력 피해자에 대한 관점을 고스란히 보여주었습니다. 재판과정을 지켜보면서 많은 의문이 들었습니다.

성폭력 피해자다운 모습? 그게 어떤 거죠?

"아동이나 장애인이 아니고 혼인 경험이 있는 학벌 좋은 여성으로서 안정적인 공무원 자리를 버리고 무보수 자원봉사로 일할 정도로 주체적이고 결단력 있는 여성이다. (중략) (이런 여성이) 성적 자기결정권이 제한된 상황에 있었다고 보는 건 맞지 않는다." (안희정 재판변론)

주체적이고 결단력 있는 여성, 말하자면 똑똑해 보이는 여성이 왜 성폭력을 당해? 학벌이 좋은 여성이 왜 성폭력을 당해? 아동이나 장애인도 아닌데 왜 성폭력을 당해? 라는 논리는 아닐까요. 아동과 장애인, 똑똑하지 못한 여성, 학벌이 좋지 않은 여성에게 일어나는 성폭력에 대해서는 그동안 제대로 된 판결이 있었던 걸까(가중처벌) 생각하게 됩니다. 제 기억으로는 없습니다. 장애여성에 대한 성폭력이 얼마나 황당하게 마무리 되었는지 다 잘 아실 것입니다. 이 변론의 문장에서 핵심은 '혼인 경험'이라는 단어에 눈길이 갑니다. 이혼여성이 당한 성폭력과 미혼여성이 당한 성폭력은 다르다는 야비한 인식. 결혼 경험 있는 사람 건드린 거 그게 무슨 죄야? 라는 인식이 보이는 것 같은 이 느낌은 지나친 걸까요?  '혼인 경험 있다'는 표현을 통해 그들은 무엇을 얻고자 함일까요?

피해자의 행실 입증이 왜 필요한가?

성폭력 사건의 경우 가족이 법정에 나오는 것은 매우 드문 일입니다. 이번 재판에서는 부인 민주원씨가 법정에서 증언을 했습니다. 언론 보도를 통해 보면 주로 피해자의 '행실'이 중심이었습니다.

-"김 씨가 남편을 일방적으로 좋아하는 느낌이 들었다", "마치 애인을 만나는 여인 같았다", "땅에 낙서하면서 귀여워 보이려 했다", "남편을 위험에 빠뜨릴 수 있는 인물이라고 생각했다" ( 미디어오늘 보도, 안희정 부인 민주원씨 발언 인용 – https://bit.ly/2KbNPvh)

-또 피해자가 <뉴스룸>에 출연 한 날 밤, 안 전 지사 가족들이 자신에게 연락을 해온 사실도 털어놨다. 구씨는 "그날 밤 평소 친하게 지낸 안 전 지사의 아들에게 '형 그 누나 정보를 취합해야 할 거 같은데 도와줄 수 있느냐는 내용의 메시지를 받았다"라면서 "무슨 말인가 싶어 전화를 걸었더니 부인 민주원씨가 전화를 받았다"라고 설명했다.
( 3차 공판. 검찰 측 증인 구 아무개 씨 증언. -https://bit.ly/2Kbzr6b)

가족의 증언은 큰 힘을 갖습니다. 성 추문의 경우 배우자의 태도는 여론에 영향을 미치죠. 원래는 신뢰받던 남편(아내)였어라고 말이죠. 힘겹게 법정에 나왔지만 안희정 부인이 갖는 증언의 파급력은 크지 않아 보입니다. 증언의 충실성, 객관성, 설득력 그 어느 것도 주지 못했습니다. 오히려 반대였을 것입니다. 자신의 느낌은 주장이 될 수 없으니까요.

선정적인 보도, 제 정신일까?

서울경제 서OO, 머니투데이 더리더 박OO, 뉴데일리 이OO, 한국경제(한경닷컴) 이OO, 국제신문 전OO, 서울신문 이OO, 중앙일보 배OO, 국민일보 백OO 기자, 싱글리스트 강OO, 뉴스 1, 스포츠한국, 스타뉴스

안희정 성폭력 사건 공동대책위(이하 공대위)는 지난 12일 안희정 성폭력 사건 공판 과정에서 나온 '도 넘은 보도리스트'를 공개했습니다. 이들 기자들과 보도매체는 7월 11일부터 7월 12일에 거쳐 '김지은 호텔 잡았다' '본인이 직접 호텔 예약' 등의 제목으로 기사를 게재했습니다. 수행비서가 숙박시설 예약을 하는 것은 업무인데도, 이들은 이렇게 보도 했습니다. 이들 언론매체가 선정적인 보도를 해서 얻는 것은 무엇일까요?

언론이 이렇게 생중계처럼 안희정 측의 일방적 주장을 담을 수 있었던 것은 재판부의 책임도 큽니다. 성폭행 재판은 개인의 사생활이 노출됩니다. 세간의 관심이 쏟아진 안희정 재판은 그 어느 재판보다 비공개 되었어야 합니다. 그럼에도 재판부(서울서부지법 형사 11부재판장 조병구)는 공개로 진행했고 안희정 측의 주장은 고스란히 삼류 언론을 통해 스캔들처럼 보도되었습니다. 피해자 보호에 우선하는 재판부, 한국에서 기대하기 어려운가요?

많은 이들에게 '이 나라는 과연 법치주의 국가인가?'라는 회의를 준 안희정 재판이 끝나고 또한번 답답한 일이 일어났습니다. 고은 시인이 최영미 시인을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했습니다. 그러나 충격은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갑니다. 고은 시인의 변론을 맡은 변호인은 법무법인 덕수라고 알려졌습니다. 법무법인 덕수는 대한민국의 대표적인 인권분야를 대변하는 법무법인 이며, 인권변호사의 산실입니다. 법무법인 덕수가 고은을 변론해서 얻을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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