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역거부에 대한 헌법불합치 결정과 대체복무도입

생산적인 논의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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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영(jy830)등록 2018.07.02 16:20
병역종류조항에 대한 심판청구는 부적합하다는 소수의견의 오류
28일 헌법재판소는 병역제5조 제1항에 대해 다수의견은 헌법불합치, 소수의견은 합헌과 각하 결정을 했다. 소수의견은 "청구인인 병역거부자들이 주장하는 대체복무는 일체의 군 관련 복무를 배제하는 것이므로, 국방의무 및 병역의무의 범주에 포섭될 수 없으므로 병역종류조항에 대한 심판청구는 부적합하다"고 판단했다. 과연 "군 관련 복무 배제"가 국방의무의 범주에 포함되지 않는가? 헌재가 95년 선고한 91헌마80 결정문은 국방의 의무에 대해 이렇게 정의한다.

병역의무는 국방의 의무 이행에 한 방법일뿐이다.
"군사훈련를 하는 군인만 국방의 의무를 다 하는 것은 아니다.(중략)현대전이 총력전인 점에 비춰 단지 병역법에 의해 군복무에 임하는 등의 직접적 병력형성의무만을 가리키는 것이 아니라 병역법, 향토예비군설치법, 민방위기본법, 비상대비자원관리법 등에 의한 간접적인 병력형성의무 및 병력형성 이후 군작전명령에 복종하고 협력해야 할 의무도 포함한다."로 되어 있다. 풀이하면, 민방위 싸이랜이 울릴 때 지시에 따라 대피하는 것도 국방 의무 이행의 방법으로 간주한다는 말이다. 빗자루를 들고 골목을 깨끗이 하는 행위도 영토보존으로 국방의 의무를 이행하는 것이다. 병역거부는 병역을 거부하는 것이지 국방의 의무를 거부하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군 관련 복무를 거부하드라도 국방의 의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요구를 하는 것은 정당한 권리 행사다.

병역거부자도 국방의 의무가 있다
그래서 헌법 제39조 제1항에는 "모든 국민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국방의 의무를 진다"고 규정하고 있다. 즉 국방의 의무는 남성뿐 아니라 여성에게도 주어진 것이다. 군 면제자, 노약인, 장애인 대한민국에서 숨을 쉬고 있는 국민은 모두 국방의 의무가 있다. 여성은 임신과 출산, 육아로 병역 자원의 발원지다. 입영 직전, 통상 20년을 예비입영장정의 신체를 건장하게 만들어서 국가에 부름을 대비케 하는 역무이행으로 여성도 국방의 의무를 다하고 있다.

국가가 신체검사 1,2급 판정자에게는 현역복무를, 보충역에게는 사회복무를 마련했듯이 병역거부자에게도 의무를 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 주어야한다. 병역거부자들은 국가가 이를 이행하도록 70년을 기다렸다. 그것도 감옥에서 묵묵히 처벌을 감수하면서 기다려 왔음에도,"병력종류조항에 대한 청구는 부적합하다."고 한다면 기본권 보호와 신장의 의무를 헌법재판관 스스로가 부정하는 것이다. 추상같을 뿐 온기가 느껴지지 않는다.

신설되는 대체복무의 역무와 기한
양심의 진위 여부 판정을 세밀하게 해서 악용자를 걸러내어야지, 기한과 복무 조건을 까다롭게 해서 병역거부자에게 무거운 짐을 지게 해서는 안 된다. 처벌적 성격의 역무로 진입 억제 효과를 얻으려는 것은 병역거부를 범죄시하는 인식 때문이다. 헌법 불합치는 위헌의 변형 결정이기 때문에 그동안 병역거부자를 대체제도 마련 없이 형사처벌을 가한 국가에 헌법 위반의 책임을 물은 것이다. 그래서 대체복무제는 징벌의 형태가 아니라, 오히려 국가가 70년 처벌이 부당했음을 시인하는 반성의 자세로 제도를 설계해야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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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복무 환경을 개선시켜서 대체복무 지원으로 몰리지 않도록 하는 것이 정상적 방법이다.
이제 70년간 징역형 선고에서 겨우 한 숨을 돌리게 된 거부자들에게 또 다른 형태의 처벌에 준하는 제도 도입을 하겠다는 것은 헌법불합치 결정의 취지에 벗어나는 것이다. 국방이 금방 무너질 것처럼 여론몰이를 하는 것은 대한민국 애국 청년들을 모독하는 것이다. 40년대부터 본격적으로 선 시행한 국가들의 축적된 사례를 참조하면 부작용 없이 정착하는데 어려움이 없을 것이다.

양심 판정은 가능하다
마음은 한 동안은 숨길 수가 있다. 범죄사건 분류에서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는 사기, 수뢰, 횡령, 배임의 지능범죄는 재판 과정에서 고의성이나 기망의 의사 유무, 즉 마음상태를 분석하기 위해서 전과가 있는지 또는 당사자간 대화내용, 재산상태 등을 연관시켜서 입증이 되면 처벌을 하고 있다. 여타 범죄도 범인의 마음 즉 동기를 재판 과정에서 족집게처럼 찾아내고 있다.마음은 조석으로 변할 수 있지만, 형성된 양심은 헌재의 정의처럼 "그렇게 행동하지 않고서는 자신의 인격적인 존재 가치가 허물어지고 말 것이라는 강력하고 진지한 마음의 소리"이기 때문에 장기간 양심을 감출 수는 없는 것이다. 따라서 판정이 쉽지 않을 수는 있어도 불가능 한 것은 아니다.

가장한 병역거부자의 경우에도 양심형성 전후의 언행, 생활태도 등, 전문가의 세밀한 심사를 거치거나, 판정 유예 제도를 활용하여 관찰을 하면 극소수를 제외하고 식별이 가능할 것이다. 그럼에도 가장하여 통과를 했다면 복무를 허용할 수밖에 없다. 살생거부나 평화주의, 박애주의의 양심 소유자라면 언행 면에서도 일치가 되어야하기 때문에 그것을 속이는 것만큼 어려운 것은 없다고 본다. 만약 그렇게 속여서라도 대체복무를 하겠다는 청년이 있다면 그런 자원은 군부적응자로서 지휘에 부담을 주고 사고나 자살을 할 확률이 높다. 그래서 대만의 경우, 현역입영판정자도 대체복무 선택권을 주고 있다. 당연히 경쟁관계가 되어 병영 환경이 개선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선택권을 인정하지 않는 국가일수로 병영 사고율이 높다

가짜 개종은 거의 불가능하다
일반적으로 알려진 바에 의하면, 여호와의 증인이 되기 위해서 거쳐야하는 단계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엄격하기 때문에 청년들이 쉽게 가짜 개종자가 될 수가 없다고 한다. 한국에서 100년 선교에 신도가 십만 명이면, 작은 대형교회 한 개에도 미치지 못하는 교세다. 확실하지 않는 불안에 초점을 맞추기보다 긍정적인 사고로 제도가 마련되어야 한다. 외부인 침입을 막으려고 문을 달지 않는 집은 없다. 첨단 감시 장비를 설치하고 문은 될수록 크게 만들어야 사용자의 불편이 없는 것과 같은 이치다.

형평성, 등가성에 억매여 대체복무를 설계하면 또 다른 인권침해가 발생할 소지가 크다. 실제 EU인권재판소는 병역거부자의 복무 기간과 역종의 차별적 대우에 관한 국가 상대 소송에서 국가 패소 판결을 내리고 있다. 유럽 평의회 각료회의는 대체복무는 징벌적 성격이어서는 안 되며 기간은 병역의무와 비교하여 합리적인 범위여야 한다는 기준을 제시하고 있다. 유럽사회권 위원회도 군 복무 기간의 1.5배를 넘으면 과도한 것으로 간주한다.

따라서 한국도 현 사회복무 요원의 역무 보다 더 버거운 역무로 지정할 경우에는 기한을 동일하게 해야 하고, 기한을 길게 하는 방식이라면 역무에서 차이를 두지 않는 것이 합리적이다. 기한도 길게 하고 역무도 무겁게 설계하는 것은 대체복무가 아니라 대체처벌이기 때문이다. 군복무 기간이 줄어들면 동일하게 조정을 하면서 악용자가 없으면 현 사회복무자의 복무 기한과 일치시키는 것이 국제관례다. 지혜를 모아 공동체 번영에 일조하는 제도가 만들어지기를 기원한다.

덧붙이는 글 병역법 제5조 제1항의 병역종류조항에 대한 헌법불합치 결정으로 새로운 대체복무제도가 마련되어야 한다.
악용자 진입을 차단해야 한다는 이유로 과중한 역무가 되면 또 다른 인권 침해가 될 수 있다. 헌재 결정의 취지를 살려서
병역거부자들도 받아들일수 있는 제도마련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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