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중족발 임차인은 왜 건물주를 폭행했나

장사 5년 후 4배 뛴 월세…미비한 법으로 해결되기 힘든 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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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아름내(hope0021)강규수(gyu3su)등록 2018.06.15 14:34
<<부제목>> 김씨 아내 윤씨 '5년짜리 비정규직 자영업자, 불합리한 상가법 개정하라'

보증금 1억 원, 월 1200만원의 임대료를 놓고 갈등을 빚던 건물주를 둔기로 수차례 폭행한 혐의(살인미수·특수상해)로 임차인이 지난 6월 9일 구속됐다.

6월 7일 망치를 들고 건물주를 폭행한 당사자는 서촌 본가 궁중족발 사장 김모(54)씨다. 그의 행위는 비난당해 마땅하지만 그가 망치를 휘두를 수밖에 없었던 사연이 궁금증을 낳는다.

김씨는 2009년 보증금 3천만 원에 월세 3백만 원을 내고 해당 건물에서 궁중족발 영업을 시작했다. 2015년 말 이씨가 새 건물주가 됐고 이씨는 김씨에게 2016년 1월부터 보증금 1억 원, 월세 1200만원으로 올려 달라 요구했다. 임차인인 김씨가 이를 거절하면서 분쟁이 시작됐다.

이후 임대인 이 씨의 명도 소송, 강제집행이 이어졌다. 2차 강제집행 날인 2017년 겨울, 김 씨는 왼쪽 손가락 4개가 부분 절단됐다. 김 씨는 명도집행이 끝난 가게로 다시 진입해 가게를 점유했다. 건물주 이 씨는 법원에서 명도단행 가처분 결정을 받아 총 12차례 강제집행을 시도했고 2018년 6월 4일 강제집행이 완료됐다. 6월 6일, 7일 건물주 이 씨와 임차인 김씨는 수차례 통화했다. 그리고 6월 7일 사건이 벌어졌다.

궁중족발 임차인 김씨의 아내 윤씨가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윤씨는 ‘5년짜리 비정규직 자영업자, 불합리한 상가법 개정하라’라는 팻말을 세우고 있었다. (사진= 강규수) ⓒ 강규수


6월 14일, 궁중족발 사장 김씨의 아내 윤씨는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5년짜리 비정규직 자영업자, 불합리한 상가법 개정하라'는 팻말을 세우고 1인 시위를 하고 있었다.

건물주 이씨는 6월 11일 중앙일보와 '임대료를 올린 게 아니라 계약이 끝나면 나가달라 했다. 5개월 만료 뒤 우선권을 주겠다고 했다'는 내용의 인터뷰를 했다.

이 내용에 대해 김씨 아내 윤씨는 "통보서를 받은 건 사실이다. 리모델링 후 우선권을 주겠다고 했는데 남편이 거절했다. 리모델링을 하게 되면 설계도면 등이 있어야 하고 리모델링한다고 해서 바로 허가가 나지 않는다. 그 분(이씨)이 건물에 엘리베이터를 설치하겠다고 우리 앞에 관계자를 데려와서 행동을 취했지만 그뿐이다"라고 말했다.

통보서에 대해서도 "도장 찍어서 보낸 게 아니다. 가게에 한 장씩 넣어준 것이다. 법 효력이 없는 것"이라 부인했다.

당초 언급됐던 월 1천 2백만원의 절반인 600만원을 내고 1년을 있거나, 이사비를 줄테니 가게를 비워달라했는데 김씨가 거부해 재판으로 이어지게 됐다는 이씨 주장에 대해 윤씨는 "그런 제안은 한 번도 없었다"고 일축했다.

윤씨에 따르면 판사는 조정 날, 이씨가 공탁을 걸어놓은 것을 알고 그에게 '이분들(궁중족발)을 내보내려 하냐'고 했다. 이씨가 '그렇다'고 하자 판사는 '이사 비용을 줘야하지 않느냐'고 했고 이 씨는 '저 사람들한테 한 푼도 못 준다'고 했다.

김씨가 첫 강제집행 후 이 씨에게 권리금 2억 원을 요구했다는 내용에 대해 윤씨는 "그 분(이씨)하고 얘기한 적이 없다. 집행관이 사무실을 찾아와서 전후사정을 물었고, 애 아빠(김씨)가 '그러면 쫓겨나야 하는데 여기에 돈을 다 쏟아 부었으니 권리금을 받고 나갈 수 있게 해줘야한다'고 했다. 집행관이 권리금을 얼마정도 받길 원하냐 물어서 1억 3천만 원을 얘기했다고 들었다. 2억 얘기는 모르겠다"고 말했다.

강제집행 당시 김씨는 손가락 4개가 부분 절단됐다. 건물주 이씨는 김씨의 다친 손가락을 공개검증하자고 했다.

윤씨는 "그분(이씨)이 '내가 다치게 한 게 아니라 니가 스스로 한 것'이라고 문자하고 전화로는 '왜 다쳤냐, 지 발로 나갔으면서 왜 다쳤냐'고 말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집행 중 다쳤다고 인정됐고 고의로 상해를 입힌 게 아니라고 됐다"고 말했다.

윤씨는 또 2017년 12월, 강제집행 당시 김씨가 휘발유를 뿌린 것에 대해 "한 겨울에 집행이 계속 들어와서 그걸 대비해 고체연료랑 휘발유를 사놓고 있었다. 애 아빠가 끌려나오니까 분하고 다시 들어갈 방법은 없어서 (휘발유를) 끼얹은 것이다. 사고가 나면 집행이 중단돼야하는데 애 아빠가 피를 흘리고 있는데도 아무도 상관하지 않고 진행했다"고 주장했다.

김씨가 장사하던 곳은 지하가 포함된 3층짜리 건물이다. 김씨는 1층에서 궁중족발을 운영하고 있었고, 지하, 2층 3층에서 영업하던 임차인들은 모두 가게를 비웠다.

윤씨에 따르면 지하에 있던 A씨는 보증금 천 만원에 월세 70만원을 내다가 월세 230만원을 내라고 해 가게를 비웠다. 궁중족발은 기존 월세의 4배, 2층은 3배 등 각각 다르게 조건이 제시됐다.

'1인 시위를 언제까지 할 예정인지' 묻자 윤씨는 "일단 시작했으니 계속 하겠다. 처음이니까 연대하러 많이 와주셨지만 앞으로는 혼자 올 일이 많을 것 같다. 남편이 구치소에 송치되면 면회도 가야한다. 사정에 따라서 최대한 1인 시위를 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가장 억울한 게 무엇인가' 묻자 "제가 법을 몰라서, 한 장소에서 성실하게 5년 동안 일한 게 억울하다. 이런 법이 있을 줄 알았으면 미리 옮겨서 장사를 했을 것이다. 그 분(이씨)이 하지도 않은 일, 하지도 않은 말을 했다고, 오히려 저희가 (나쁘게)했다는 걸 보니 인간적으로 기대했던 것이 없어진 기분"이라고 강조했다.

'이렇게 장사를 했다면 임대료나 권리금을 뽑고도 남지 않았을까 하는 의문이 있다'고 하자 "장사한 사람들은 돈 버는 게 쉽지 않다는 것을 안다. 이 동네 상권이 일어난 게 몇 년 안 된다. 처음에 시장 앞에서 7년을 장사했다. 생선가게, 그릇가게, 슈퍼마켓, 철물점, 토스트가게 뿐이었다. 바뀐 건 3~4년 밖에 안 된다. 저희가 돈을 많이 벌었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 유동인구가 많은 동네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궁중족발 사건은 상가임대차 계약에서 첫 5년 이후 계약 연장 협의가 불합리하게 진행될 수 있음을 극단적으로 보여준다. 현행 법률 아래 임차인은 최초 5년 이후 계약갱신 청구권이 없다.

청와대 청원 및 제안에 올라온 상가법 관련 청원글. 캡쳐 ⓒ 김아름내


현재 청와대 국민청원에는 궁중족발 사건의 원인으로 볼 수 있는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에 관한 개선을 요구하는 다수의 청원글이 올라와있다.

한편 해당 건물주 이씨 측에 인터뷰를 시도했지만 측근은 응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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