능선을 허용하지 않는 그 장대함 그리고 비탈에 핀 들꽃

백두산 트레킹 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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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협(wdtl20)등록 2018.04.24 09:31
간만에 비행기 타고 한번 날라보자/ 백두산 트레킹 기 1

지난 봄에 회사에서 대마도 산행을 다녀왔다.

기차로 부산 가서 부산항에서 배를 타고 3시간을
배를 타고서 다녀왔다.

도착하니 그래도 외국이라고 있을 건 다 있었다.

지겨움에 서서 졸음을 청하고 있는 경찰 한 분, 역시 혼자 근무하는
출입국과 세관 직원....걸리버 여행기의 소인국에 들어온 느낌이었다..

그 이후로 외국에 못나가봤다. 갑갑증이 밀려와서 요번에 한번  나르자 하고
생각하고 있는데 기회가 왔다.

예전엔 비행기 타는 사람  손 흔들어주러 가던 인천공항에
오늘은 내가 비행기를 타고 나르는 날이다.  기분 좋게 공항에 도착하여 출발시간만 애타게
기다리고 있는데 악천후로 비행기는 몇시간이나 연착 되고......

중국 남방항공사측에서 만원짜리 식사 쿠폰을 하나 준다, 자기들 귀책사유로 지연되는 것도
아닌데  서비스 좋아졌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점심은 먹은 상태라  쿠폰으로 캔맥주를 사서
비 내리는 활주로를 바라보며 몇잔을 들이켯다..

예정시간보다 4시간 정도 늦게 비행기는 출발했는데 악천후다 보니 가끔씩 비행기기가 몸을 떤다....
이 중국비행기 아무래도 불안하네.... 하며 마음을 조이며 눈을 꿈뻑거리고 있다보니
비행기는 장춘에 도착한다....



발걸음마다 뿜어져 나오던 빠이지우(白酒)의 향기/ 백두산 트레킹 기 2

                                             < 중국술의 개요>

중국에서는 쌀, 보리, 수수등을 이용한 곡물을 원료로 해서 그 지방의 기후와 풍토에 따라
만드는 법도 각기 다르며 같은 원료로 만드는 술도 그 나름대로의 독특 한 맛을 지니고 있다
북방지역은 추운 지방이라 마오타이 등 백주(白酒), 우리나라에서는 흔히 빼갈이라고 불리는
술이 발달 하였으며, 남방지역은 소흥주 등 순한 양조주가 발달하고,  산악 등 내륙지역은
초근 목피를 이용한 한방차원의 죽엽청주 등 혼성주를 즐겨 마시고 있다.

술의 종류를 살펴보면 역사가 오래된 만큼 4500여 종의 술이 있는데 전국 평주회(評酒會)를 개최하여  금메달을 받은 술, 이른바 명주라 칭하며 중국정부에서는 8대 명주에다 중국 명주라 하는 붉은 색 띠나  붉은 색 리본으로 그것을 규정하고 있다.
8대 명주 중 대표적인 술은 白酒(증류주)5가지 黃酒(양조주)2가지 藥味酒 (혼성주)1가지로 된다.
이 외에 맥주로는 칭따오(靑島) 맥주가 있습니다, 청도는 예전 19세기 서구열강의 동양침탈시
독일의 점령하에 있었다. 그때 독일사람들이 세운 맥주 브랜드가 오늘날까지 이어져
온 곳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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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을 떠난 비행기가 장춘 공항에 도착한 것은 6시가 넘은, 비가 쏱아지는 어두컴컴한
저녁 무렵이었다.

마중나온 연변총각을 따라 일단 장춘시내로 들어가서 요란스럽게 생긴 간판을 따라 들어가니
산해진미가 여독이 시달려 속이 허한 여행객을
맞이하고 있다.

백주와 칭따오 맥주를 시켜 건배를 하면서 이국에서의 스타트를 했다.

이제 강호동이 같이 건강미가 넘치는 기사가 운전하는 버스를 타고 백두산까지
가야하는 장장 6시간이 넘는 여정이 기다리고 있다.

버스는 고속도로를 달린다. 컴컴한 밤이니 바깥경치도 구경할 것 없어 피로에, 술기운에
한참을 눈을 붙이다 덜커덩하여 일어나보니 버스는 자갈길을 달리고 있다.

조금 있으니 아예 비포장의 논두렁길을 지난다...비는 계속 쏱아지는데....

이게 웬일이고 싶다. 그래도 국제공항이 있는 대도시와 중국의 10대명산이
있는 장백산(백두산)을 잇는 도로인데 지방국도도 아니고 자길길에 논두렁길에..
도저히 이해가 안되는 상황이다..

밤 2시경 산장(숙소)에 도착하여  푹 자고서는 아침에  남파 등정에 나섰다.

숙소에서 3시간여를 달려 도착한 남파산문(山門)에 도착했다.
길은 울창한 삼림과 군데군데 작은 습지 그리고 실개울이 흐르는
평탄한 고원의 숲속길이었다.

승합차를 타고 천지로 가는 중간중간에 펼쳐있는 야생화의 군락하며
자작나무의 일종인 하얀 아쿠아 나무의 집단, 그리고 장엄하게 펼쳐지는
대초원지대 그리고 안개 속에서 홀연히 그 모습을 나타내는 거대한 천지..

숨을 앗는 듯한 경관, breath - taking Scenery...........atem beraubend Landschaft..

여행하는 목적은  이런 거라 생각한다. 낯선 곳에서 낯선 곳을 보는 거, 그 곳 스페셜을
맛보는 것 그리고 그쪽 토착사람들과 어울리는 것...

어떤 시니컬한 친구는 환상을 깨기 위해서 여행한다고 하지만....

저녁에 숙소에서 강호동 같이 우람한 중국기사와 백주를 얼마나 거나하게
마셨던지  다음날 서파 산문을 통과하여 버스를 타고 정말 환상적인
무수한 야생화의 군락을 지나서 천지로 가는 1,200 계단 앞에 서니 벌써부터
다리가 후덜거리는 것 같다.

한계단, 한계단 올라설 때마다 온 몸에서 뿜어져나오는 백주의 향기......

그것은 큰 고통이어라.



능선을 허용하지 않는 그 장대함/ 백두산 트레킹 기 3

산삼(장뇌삼?)  먹은 이야기가 빠졌다.

서파산문을 통과하여 버스를 탓는데 중국인이 버스안까지
따라와서는 산삼을 사라고 한다, 버스가 달리고 시간이 지날수록
값이 싸진다. 4뿌리에 만원까지 내려왔다.

제법 굵어 약발 조금 받게 생긴 그 삼을  사서는  의좋게 갈라먹었다.

그렇게 산삼 먹은 힘을 발휘하여 1,200 계단을 거뜬하게 올라서니
천지가 선명하게 보인다. 어제는 안개속에서 잠시잠시 자태를 나타내서는
천지가 조금 감질나게 보였다면 오늘은 그 완연한 자태를 다 보여준다.

어제가 치마가 바람에 날리는, 속옷이 보일락말락한,  여인의 형상이라면
오늘은 비키니를  입은 여인의 형상이랄까..

"흠~,  어제 천지가 더 멋있었군....."

천지를 관조하고 본격적인 트레킹에 오른다. 너덜길을 지나, 봉우리를 돌아
, 야생화 군락을 지나, 천지에서 나오는 계곡물에 머리를 감으며 터덜터덜
걷는다.

눈을 들어 산아래를 조망하니 끊없는 초원이다....광대한 고원....능선을 허용하지
않는 장대한 산맥....그 고원 위로 피어나는 뭉개구름..이게 백두산이구나 하는 감탄이 절로 나온다.

산에 대한 지금까지의 관념이 바뀌는 순간이다.

알프스도 능선이 있는데 여기는 능선을 허용하지 않는다...

자연경관은 크게 나누면 "예쁘다, 아름답다"와 "장엄하다"로 나뉜다고 생각한다.

알프스가 아름답다고 하면 백두산은 장엄하다. 노르웨이 피요르드의 그 장엄함을
떠올리게 한다.

걸음은  중국쪽 최고봉 백운봉에 들어서고 있다. 계속되는 비탈에 숨이 찬다. 산삼 약발도
다 떨어져 다리가 또 후들거린다.

비탈 없는 산은 없을까.. 봉우리 없는 산은 없을까..

그렇게 장엄한 광경을 만끽하면서, 시원한 바람을 온몸으로 느끼면서
길을 걷다보니 어느듯 천지 트레킹은 거의 끝나 장백폭포 가까이까지 왔다.
거대한 계곡이 나타나고 그 위로 초원의 산책길이 펼쳐져있다.

하산길이다, 약간 내리막의 초원의 산책로에 이어 자작나무 종류인 하얀 아쿠아 나무
군락이 나탄난다. 정말로 내가 좋아하는 길이다.

장장 10시간에 걸치는 산행을 마치고 장백폭포 아래의 호텔 온천 노천탕에 몸을 담그니
누구도 부럽지 않다. 공기는 청량하고 몸은 따끈하고 주위는 시원하고....

노천탕이 높지않은 돌담 하나로 여탕과 나누어져 있어 말소리가 다 들렸다.

여기서 재미있던 이야기는 생략한다.



비탈에 핀 들꽃/ 백두산 트레킹 기 4

장백폭포 아래 있는 대우호텔은 시설은 상당히 별로었지만 주변이 좋았다.
위치가 해발 1,950m의 고지라 항상 초가을같은 삽상한 바람이
불어오고  길옆으로 노란 야생화가 만발하여 아침에 조용히 혼자 산책을
하면 저절로 얼굴에 미소가 번졌다.

오늘은 북파 가는 날...

아침을 먹고 북파가는 길에 호텔 조금  아래에 있는 녹연담(綠淵潭)에
들렀다,  하얀 아쿠아 나무의 군락에 쌓인 멋진 폭포와 연못이 나타난다.
물위에는 팔뚝만한 산천어가 유유히 헤엄쳐 다니고...

북파는 찦차로 올라간다, 구비구비 백두산 구비를 얌전하게 생긴 중국총각
운전기사는 아주 와일드하게  차를 몬다, 커브를 그냥 휙휙 날라간다.

북파쪽은 경관이 조금 드라이 하다, 사람 얼굴로 치면 뒤꼭지 정도에 해당한다
할까. 백두산의 얼굴은 서파이지 싶다. 아쿠아군락 아래로 흐드러지게 핀
야생화하며 끊없는 고원.....

천지로 내려가는 길은 가파른 너덜길이었다, 돌멩이를 굴릴세라 조심조심
얼마를 내려가니 무수한 들꽃이 바위 틈새 여기저기 고개를 내밀고 있다

노란 두메양귀비와 꽃닢이 뾰족하고 색갈이 선명한 백두민들레...

까만 화산석과 어우러진 들꽃들의 아름다움은 걸음을 멈추어 세우기에 충분했다

너덜길을 다 내려와 천지가로 가려면 넓이 4-5m 되는 조그마한  개울을
건너야하는데 다리가 없다. 보니 중국친구 몇이서 고무보트를 하나 가지고서
1인당 10,000원, 조금 있으니 3,000원을 달란다, 그기 건너게해주는데..

거절하고 강(?)을 수색해보니 돌이 몇개 징금다리처럼 적당하게 포진한데가 있어
전부 그기를 통해 건너서 천지로 가서 물도 먹어보고 손도 씻어보고 천지기념
(天池留念)이란 나무입간판이 있어 이를 배경으로 사진도 찍었다.

아~ 근데 아까 그 고무보트 사업자가 요번엔 그 입간판이 자기들 것이니
사진 한번 찍을 때마다 1,000원씩 내라고 떼를 쓰니 한 분이
몇천원을 주니 조용해진다.

달문으로 장백폭포로 해서 내려와서 온천물에 계란 익혀 파는데서
산행대장이 거간꾼을 자처하여 장뇌삼 10뿌리에 10,000원씩하여 주로 부부인
희망자들에게 사주었다.

나를 포함한 다른  홀애비들은  10뿌리당 1뿌리를 고리로 뜯어
그 옆에서 소주 한잔씩을 마시고..

시간을 거슬러 그리고 연민/ 백두산 트레킹 기 5

중국 장뇌삼 안주에 국산 소주를 달큰하게 몇잔하고
백두산 관내 진중(陣中) 버스를 타고서 북파산문까지
왔다

이제 산문을 벗어난다. 사흘동안 온 몸이 흠뻑 젓어들었던 백두산을
이제는 벗어나는 것이다...

여기는 행정상으론 길림성 연변조선족자치구에 속했다
반가운 우리말 간판으로 된 상점들이 줄줄이 서있다
떡을 파는 곳, 엑세사리를 파는 곳, 기념품을 파는 곳..
상품이 많지는 않다

물어볼라치면 하나라도 사달라고 애원하는 말투다.
그런데 실상 정말로 사고싶은 물건이 없다, 기념품도
그렇고..

한참을 걸어나오니 넉살좋은 강호동 표 기사가 환하게 웃으며 반갑게 맞아준다
정말 넉살좋고 붙임성 좋고한 친구다

버스를 타고 잠시 가다 점심을 먹으러 조선족 식당에 들러
간만에 순수 조선식(?)을 먹었다. 반찬이며 정말 푸짐하고 맛이 괜찮았다

식당으로 들어가는 통로 양쪽에 3명의 20대의 젊은 청년과 아가씨가 목이버섯과 기념품을
단촐하게 팔고있다..

목이버섯 두 봉지를 10,000원에 사니 고마워한다.

예전 독일에서 폴란드로 산간도로를 타고 들어가는데 길 양쪽에 젊은친구들이 산에서
딴 송이를 조그만 소쿠리에 담아서는 팔고 있었다.

저거 몇개 팔아서 생계라도 되나? 한참 젊은 나이에 제대로 된 일을 해야지 저렇게 해서
인생이 어떻게 피어날까...하는 상념에 젖었던 생각이 난다

그 송이를 좀 사서 집에 와 베란다에 두었더니 벌레가 번창해서 먹지도 못하고 다 버렸다.

점심을 먹고 이도백하 등으로 해서 장춘으로 다시 돌아오면서 바라본 연변조선족 동포들의
삶은 어쩌면 일제시대 수준이지 않나 싶을 정도로 엄청나게 낙후되어 있었다.

장춘 변두리의 중국사람들 생활상도 비숫했다.

일제시대를 배경으로 한 영화에서나 보던 그 모습이었다.

구한말과 일제시대에 걸쳐 한반도에서의 척박한 삶의 질곡을 벗어려 압록강, 두만강을 넘어
간도로 간 동포들의 모습이 눈에 잡히는 듯 했다. 그 후손들도  아직 그 질곡에서 벗어난 것같지
않아 가슴이 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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