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을 가르치고 배웁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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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석민(attoexa)등록 2018.04.23 11:15
누구도 '돈'이 '공부'의 대상이라고 생각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나는 우리가 가장 먼저 배우고 익혀야 할 대상이 '돈'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평생을 돈과 함께 살고 있다. 그러나 우리는 돈을 알지 못하고 알려고도 하지 않는다. 돈은 그저 벌어서 쓰면 되는 것이라는 단세포적인 생각으로 살고 있다. 돈을 모른다는 것은 눈을 감고 사는 것과 같다. 돈에 대한 공부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나는 현재 대학생들에게'돈과 삶'이라는 교양강의를 하고 있다. 한 여학생의 리포트이다. "지금까지 단 한 번도 돈에 대해 생각해본 적이 없다는 것이 부끄러웠다. 돈은 우리의 삶을 쥐고 흔들 만큼 중요한 것임을 알면서도, 돈을 어떻게 벌고 어떻게 쓰며 살아야 할지를 생각해보지 않았다. '아는 것이 없으면 논할 수 없고 논할 수 없으면 바뀔 수 없다.' 나는 돈에 대해 아는 것이 없었다. 그저 돈은 돈이고, 돈이 없으면 비참해지고 돈이 있으면 당당하고, 그 외는 생각도 못했었다. 책과 수업을 통해 돈이 무엇인지 알게 되었고, 돈이 어떤 놈인지 알게 되니까, 돈에 대해 얘기할 수 있고, 얘기하다 보니까 돈을 어떻게 벌고 써야겠다는 감도 오고, 감이 오니 실천할 수 있고, 실천하니까 많은 것들이 바뀌더라는 것이다."이 학생만이 아니다. 수강생들 거의가 이구동성으로 돈을 모른다고 한탄한다. 
금융감독원이 조사한 한국 대학생의 금융이해력이 60.8점이었다. 마스터카드가 아태지역 14개국 여성 10,502명을 설문하여 금융지식을 측정한 결과 한국여성의 지수가 55.9로 최하위 꼴찌였다. 교육을 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전국 2,400개 고교 가운데 금융 관련 교과를 채택한 곳이 16곳에 불과하고, 학생들은 연 1시간도 안 되는 수업을 받는다.
우리나라는 물론 많은 나라에서 돈은 금기어이다. 그 배후에는 불경, 성서, 코란, 유교경전 등에 근거를 두고 있다. 돈을 천하게 여기는 유교, 불교, 기독교의 영향을 받은 우리 사회도 돈에 대해 이중감정을 갖고 있다. 우리의 무의식 세계에는 '돈은 나쁜 것'이라는 관념이 자리잡아 많은 사람들이 돈을 혐오한다. 그러나 대부분의 경우 이런 혐오는 위선이다. 사람들은 부자가 되고 싶어 하면서도 '돈은 천한 것, 돈벌이는 고상하지 못한 것'이라는 생각 속에서 갈등을 느낀다.
미국에서 여성 125명의 돈에 대한 태도와 행동을 조사했다. 돈이 그들의 삶, 자존심, 자유 등을 강화/약화시키는 요인으로 인식하고 있지만, 그들은 돈 관리를 배우지 않았으며 돈을 관리해야겠다는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한 여성의 푸념이다. "나는 돈을 원하는 것은 나쁘고, 고상하지 못하다는 교육을 받고 자랐습니다. 돈이 얼마나 중요한지에 대해 누구도 가르쳐주지 않았다는 사실에 화가 나요. 이제 나는 알아요. 돈이 중요하고 사람을 자유롭게 한다는 사실을…."
사람들은 돈의 본질을 이해하지 못하고, 각자 돈에 대해 비현실적인 감정을 품고 있다. 돈을 경외하거나 경멸할 이유가 없다. 돈은 물과 같다. 무색이며 무취지만, 벌고 쓰는 사람에 따라 얼음도 되고 폐수도 되고, 은총도 되고 저주도 된다. 돈은 행복의 중요한 촉매제이다. 돈은 세상을 풍요롭게 만드는 강력한 원동력이다. '돈은 나쁘다'는 사람들의 생각은 '돈은 좋다'는 체험과 다르다. 그리하여 '돈이 좋다'는 자신의 체험을 감추고 '돈이 싫다'고 거짓말을 한다.
돈은 좋은 것이고 중요한 것이다. 돈으로 좋은 것을 사고 좋은 일도 할 수 있다. 돈을 단순히 개인적 치부(致富)의 차원이 아닌 지역사회, 인류공영을 위한 봉사의 수단으로 인식하고 선용해야 한다. 최고의 기쁨은 정당하게 돈을 벌어 의롭게 쓰는 것이다. 돈의 실체를 올바로 이해하고 정당하게 돈을 벌어 그 돈으로 많은 사람들에게 혜택을 줄 수 있다면, 그것은 대단한 영광이요 축복이다.
유대인들의 이미지는 '부자'이다. 유대인 중에 부자가 많은 이유는 돈에 대한 확고한 신념과 철학이 있기 때문이다. 유대인들은 어릴 때부터 철두철미한 경제교육을 하며 돈의 중요성과 돈을 다루는 방법을 가르친다. 유대인은 돈을 멸시하거나 숭배하지 않는다. 예수교는 돈이나 재물을 더러운 것으로 여기고 멀리 한다. 유대인은 예수교가 돈을 더러운 것으로 여기는 건 잘못이라고 생각한다. 돈은 더러운 것도 깨끗한 것도 아니다. 돈은 사용방법에 따라 좋은 것도 되고 나쁜 것도 된다. 돈은 더러운 것이니 관심이 없노라고 경멸하는 유대인은 없다.
예수교는 돈을 줄곧 악으로 가르쳤다. 예수교는 청빈(淸貧)을 미덕으로 삼고 돈, 섹스, 재물에 대한 유혹을 물리치라고 가르친다. 부나 쾌락이 정신을 흐리게 한다는 이유에서다. 유대인은 이런 견해를 자신감의 부족으로 생각한다. 유대인은 자신을 다스려 부나 쾌락을 지배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유대인들은 돈을 벌 수 있는 만큼 최대한 많이 벌어 잘 써야 한다고 생각한다. 돈에 관한 유대인의 사고방식은 철저히 현실적이다.
전국 초중고생 10,172명(초 3,086, 중 3,520, 고 3,566) 설문에서 "10억원이 생긴다면 1년간 감옥도 가겠다"고 답한 고교생이 44%, 중학생이 33%, 초등생이 16%였다. 또한 대학생 712명의 설문에서 남학생의 83.5%, 여학생의 75.1%가 "돈을 많이 벌 수 있다면 지옥의 알바도 가능하다"고 답했고, 남학생의 57%, 여학생의 29.2%가 "마루타(생체실험) 알바도 가능하다"고 답했다. 참으로 걱정스럽고 안타까운 현상이다.
돈의 본질을 몰라 생긴 불상사이다. 돈에 대한 개념(=철학)이 없어서이다. 무엇이 옳고 그른지 분별력이 없어 돈의 노예로 전락하는 슬픈 모습이다. 돈을 배우고 가르치지 않기 때문이다. 이러한 정신상태의 청소년들은 사회로 나와 온갖 비리의 주역이 될 가능성이 높다. 돈을 알아야 돈을 극복할 수 있고, 돈을 극복해야 건전한 삶을 살 수 있다. 개인과 나라의 미래를 위해 돈을 배우고 가르쳐야 한다. 영어 수학보다 돈을 가르치고 배우는 것이 급선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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