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SO 한 이야기(22) 사드빼고 공사하소!!

검토 완료

손소희(handabal0625)등록 2018.04.12 14:25

성주사드기지 정문앞 ⓒ 손소희


"전대령이 내 앞에 와서는 사진을 요~~래 보여줘"
금연엄니는 손바닥위에 핸드폰을 올려놓은 거처럼 다섯손가락을 살짝 오므려 내 눈에 내밀어보인다.    
"지붕에 비가 새서 잠을 못 잔다캐, 우리도 옛날에는 비새는 집에서 양동이로 물 받아가미 잤다고 캤어. 지붕에 비새면 시멘트 한 포대 사서 물에 휘휘 저어갖고 지붕위에 부어놓으면 금새 말라서 비 안 새고, 돈도 안들이고 쓸 수 있다고 캐줬어 그카니까 있제. 미국놈들이 식당이 없다카네, 화장실도 변기가 부서져서 고쳐야 한다고 캐, 그래서 공사 할라면 사드 빼고 하소! 캤더만 지도 할 말이 없는가 허허 웃는거 있제"

국방부의 대령이 일인시위하는 소성리엄니들에게 다가왔다. 사드부지공사를 할 수 밖에 없는 사정을 설명하기 위해서 찾아왔다. 성주사드기지를 보호하는 한국군대 8919부대 대령이다. 대령은 부대시설이 낙후되어 보수공사를 해야 한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핸드폰에 담긴 사진을 하나하나 소성리엄니들께 보여주면서 공사강행이 불가피하다고 설득한다. 그가 보여준 사진들은 주로 비새는 지붕, 부서진 변기, 부실하기 짝이 없는 군내 시설들을 찍은 사진들이다.
한국군인의 복지시설 뿐 아니라 미국군인의 복지시설까지 공사를 해야 한다는 말에 소성리엄니들은 노발대발이다. 대령은 보여주지 않았지만 소성리엄니들은 직감했다. 이번 공사강행은 단순 부서진 것을 고치는 것뿐 아니라 사드를 운용하기 위해 군부대시설을 완성하는 초석을 다지는 공사가 될 것이라고 말이다.
남북 간의 교류의 장이 열리고, 북미간의 대화가 시작될 전망을 내보이며 한반도의 봄기운을 기대했다. 기대는 현실을 외면했다. 소성리는 또다시 폭풍전야를 맞이한다.

혹독한 겨울추위가 물러가자 소성리엄니들은 성주사드기지 앞에서 일인시위를 시작했다. 언 땅이 풀리면 사드가 배치 된 롯데골프장 부지에 미군기지를 건설하기 위한 공사가 시작된다고 걱정했다. 일인시위는 오후 3시부터 소성리 평화지킴이가 성주사드기지로 가는 길목에 놓인 경찰초소에서 시작했다. 소식을 들은 소성리 부녀회장님과 엄니들은 가만히 있을 수가 없었다.  진밭재로 올랐다. 경찰초소 앞은 마음에 들지 않았다. 소성리엄니들은 성주사드기지까지 올라가자고 했고 경찰은 오르는 길을 막았다. 경찰은 소성리엄니들의 고집을 꺾지 못했다.  소성리엄니들은 성주사드기지 정문 앞까지 올라가 일인시위를 하였다.

일인시위는 집회신고를 내지 않고 우리의 요구가 쓰여진 피켓을 들고 항의행동을 하는 것이라 혼자서만 하는 줄 알았다. 소성리엄니는 혼자만 가지 않았다. 일인시위는 오후 3시에 하기로 계획되었지만 시간은 들쑥날쑥했다.
마을회관에 모인 사람들은 일인시위를 하러 올라갔다. 마음 맞는 사람들이 모이면 올라갔다. 시간이 되는 사람들이 모이면 올라갔다. 세 명도 좋고, 네 명도 좋았다. 어제 못했으면 오늘 했고, 오늘 못 하면 내일 해야 한다. 바쁜 볼일을 보고 오면 된다. 2시에 모이면 2시에 시작했고, 한 시간만 하지는 않았다. 때로는 두 시간을 넘기기도 하고, 세 시간이나 할 때도 있었다. 젊은 사람들이 함께 가지 않아도 소성리엄니들은 스스로 일인시위를 어떻게 할지 의논하고 모여서 성주사드기지로 올랐다.  소성리엄니들 마음 내키는 대로 한 달째 성주사드기지 정문 앞 일인시위는 전개되고 있다.

성주 사드기지로 오른 엄니들은 돗자리를 깔고 앉는다. 첫 번째 일인시위는 부녀회장님이 <미국사드 배치위해 국민 속인 불법- 편법 부지쪼개기 공여, 소규모환경평가 근거한 공사 안돼!!">라고 쓰여진 커다란 피켓을 들고 부대 정문앞으로 나선다.
성주사드기지를 지키고 있는 8919부대 한국군인은 장총을 가슴팍에 매고 보초를 선다. 돗자리에 앉아 나물을 다듬는 경임엄니가 손을 털고 일어난다. 부대정문을 향해 천천히 걸어간다. 부녀회장님과 교대를 해주기 위해서다. 경임엄니가 올라간 지 10분도 채 안 되어 상돌엄니가 일어난다. "이제 내 차례 됐제?" 돌아가면서 피켓을 들고 서 있는 시간이 결코 지루하지 않다.

성주사드기지 부대정문 앞 일인시위는 사람이 많으면 10분씩 교대하고, 적으면 30분씩 일인시위를 할 때도 있다. 일인시위 하는 동안 돗자리에 모여앉은 사람들은 수다를 떨면서 나물을 다듬는다. 어느 새 두 세 시간이 후다닥 지나간다.
오후3시에 올라올 줄 알았던 소성리엄니들이 일찍 들이닥칠 때면 경찰도, 군인들도 깜짝 놀라서 허둥지둥댄다. 부대정문을 지키는 보초병은 엄니들이 피켓을 들고 올라오는 모습만 보면 정문 경계를 날카로운 면도날 철조망으로 가로막는다.
봄날이지만 달마산의 골바람은 차갑다. 마을보다 5도 이상 낮은 기온에 벗어두었던 롱패딩코트를 다시 꺼내 입었다. 진밭재에 만개한 벚꽃은 어느 새 꽃눈을 흩날리면서 지고 있다.

국방부는 오는 12일 목요일 새벽에 4000명의 경찰병력을 동원하여 사드부지 공사를 강행하겠다고 밝혔다. 사드운용을 위한 유류반입과 미군출입 그리고 식자재 출입을 할 수 있도록 경찰병력의 지원을 받겠다고 한다. 미군기지 건설을 반대하면서 저항하는 주민들과 소성리평화지킴이들이 옴짝달싹 하지 못하게 무력으로 진압하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소성리주민은 대북방어라는 군사적 효용성도 없고 아무런 법적 근거도 없이 절차적 정당성조차 갖추지 못한 사드배치를 반대해왔다. 국방부의 사드부지 조성공사 강행 발표는 문제 많은 사드배치를 영구화하기 위한 공사라는 의심을 지울 수 없다.
최근에 북미대화를 성사시켜 평화정세를 이끌어내려는 노력을 물거품으로 만들어버리는 처사다. 시대를 역행하려는 불법적인 사드부지 조성 공사를 코앞에 두고 소성리주민들은 밤잠을 이루지 못한다.
공사를 강행하기 앞서 주민들을 설득하는 국방부의 대령에게 소성리엄니들은 단 한마디로 답한다.
" 사드빼면 공사 안 해도 될 일을 와 임시배치라고 하면서 그케 돈 써가면서 공사를 할라하노? 공사할라면 사드빼고 하소. 그라믄 우리도 안 막을테니까"

국방부는 한반도의 평화기조에 찬물을 끼얹는 사드부지 조성 공사를 당장 멈춰야 한다. 북한이 비핵화 대화에 응한 이상 사드의 명분은 사라졌다. 사드는 미국으로 돌아가고, 평화는 이 땅에 깃들 수 있기를 오늘도 내일도 소성리주민들은 부대정문에서 일인시위로 소원했다. 그리고 성주사드기지를 미군기지로 건설하는 공사를 막기 위해 혼신을 다해 싸울거라고 다짐한다.
성주사드기지로 고통받는 소성리에 통곡의 시간들이 다가온다.
2018년 4월11일 수요일 새벽

성주사드기지 ⓒ 손소희


성주사드기지 정문앞 ⓒ 손소희


성주사드기지 정문 ⓒ 손소희


성주사드기지 정문 ⓒ 손소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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