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배절도 만팔천원 때문에 고3학생이 자살을 했다.

일그러진 우리들의 골목상권, 이웃의 정이 사라져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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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열(dkschool00)등록 2018.04.10 18:44
  지난 1월 1일 새벽 세종시에서 고3(18세.A군)이 동네 슈퍼에서 친구와 담배 네갑(만팔천원)을 훔친 혐의로 경찰조사를 받던 중 심리적 압박을 견디지 못하고 부모님과 선생님들께 죄송하다며, 4월 5일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A군의 아버지는 " 경찰측이 응당 피의자의 부모에게 연락을 취해야 하는 청소년 보호관리 의무도 어겼다며 억울함을 호소했고, 경찰측은 A군이 부모를 친구로 속여 친구로 하여금 대신 전화를 받게하여 깜짝 속았다,며 부모 확인절차를 거치지 않았음을 시인했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했을까. 예전에 겪었던 똑같은 상황이 떠올랐다. 가끔 주말이면 서대구 공단 근처에 위치한 비산동에서 작은 슈퍼를 하시는 형님댁에 들르곤 하였는데, "요즘 이상하게도 담배가 자주 없어진다."며 분노에 가득찬 걱정을 하셨다. 가뜩이나 대형마트, 편의점에 밀려 하루종일 죽치고 자리를 지켜도 고작 몇만원 장사에 그쳐 전기세도 건지기 어렵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분명 학생 둘이 들어와 한 명은 슈퍼 안쪽으로 들어가 다른 물건을 고르면서 주인의 시선을 끌 사이에 같이 따라 들어 온 한 명이 담배를 훔쳐 달아나는 수법이었다. 대형마트나 편의점은 cctv가 설치되어 걱정이 없지만 동네장사는 알음알음 다 아는 사이기에 카메라설치는 누군가를 감시하는 느낌이라서 꺼리는 분위기가 사실이다.

그때 마침 작은 방이 딸린 가게방에서 얘기하는 사이 남학생 둘이 들어왔다. 순간 형님이 눈짓을 보냈고 나에게 카운터를 보게하고 형님은 밖으로 나가셨다. 하도 잘 도망쳐서 달리기에 그들을 당해낼 재간이 없다는 것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내가 한눈파는 사이에 담배 진열대에서 담배 몇 개를 집어 달아나다 밖에 미리 대기하고 있던 형님에게 꼼짝없이 잡혀버린 것이다. 그 다음 절차는 경칠에 먼저 신고할 일이 아니라 당연히 부모에게 연락하여 부모를 직접 만나야 했다. 바로 둘의 부모에게 전화하니 한참만에야 전화를 받으셨고 자초지종을 말씀드리니 그럴리가 없다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1시간이 지난 후에야 도착한 어머니는 " 3공단 염색공장에서 시급 일을 하는 처지라 급하게 나오기에 눈치보여 늦었다." 며 연신 미안하고 죄송하다, 하시며 "지 애비가 공사장 막노동을 다녀 전국을 떠돌다 몇 달 만이야 집에 들르니 자식이 이모양 이꼴 이라며" 선처를 호소하고 부탁했다. " 나는 그 딱한 사정을 듣고 한마디 거들었다. "어머니, 남의 물건을 훔치는 것도 잘못이지만 그냥 넘어가 버리면 이 아이들은 장소를 옮겨가며 점점 더 대담해져 큰 도둑이 될 지도 모릅니다. 이 아이들 말에 의하면 몇몇 친구들은 이미 벌써 20곳도 넘게 장소를 옮겨가며 담배를 훔쳐 피운다네요." 어머니는 내 말에 호응하며 " 모두 제 불찰이라며 연신 허리를 90도로 꺾어 미안함을 표했다.

한참 얘기를 나누는데 어떤 할머니 한 분이 허름한 리어커를 겨우 끌며 가게 앞에 세웠다. 온갖 재활용 가재도구와 박스더미가 작은 가게 문앞을 막을 정도로 가득 실려 있었다. 자기 몸도 겨우 가눌 정도의 연약한 몸으로 자식이 이혼하고 뿔뿔이 흩어진 손자 둘을 할머니 혼자서 키우고 계셨다. 할머니의 하소연을 듣는 내내 모두는 갑자기 숙연한 분위기에 휩싸였다. 먼저 오신 어머니는 할머니 말씀에 공감한다는 듯 어느새 눈물을 흘리고 계셨다.

상황은 애매하게도 생계형 범죄처럼 여겨졌고 내 머릿속 에서는 담배가 학생들의 기호식품일까. 고3이면 주민증을 발급받은 어엿한 성인인데......머릿속 계산이 복잡해졌다. 마음 약한 형님은 할머니의 말씀에 연신 머리를 주억거려 호응하며 시골 어머니 생각을 떠올리는 듯 보였다. "담배 몇 갑 없어도 살고 있어도 살지요. 뭐 그게 대수겠습니까. 다음부터 남의 물건에 함부로 손대지 못하도록 주의를 주시면 됩니다." 두분은 그냥 가시라,는 형님의 말에 아랑곳하지 않으시고 속바지 깊숙이 몇 번을 고이 접어 넣어둔 꼬깃꼬깃한 천원짜리 12장을 슈퍼 유리셔터 안으로 던져 넣고 가득 실은 박스더미를 끌기 시작했다. 순간 담배를 훔친 학생과 나는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산등성이처럼 가득한 리어커를 소리없이 뒤에서 그냥 그렇게 밀고 가고 있었다. 할머니는 손자가 가방을 울러매고 뒤에서 밀어주는 힘을 분명 아실거란 생각에, 먼 발치에서 리어커가 사라질 때 까지 바라보는 내내 마음이 너무 뿌듯했다.

이보다 크게 아이들끼리 싸우다 코뼈가 부러지고 이가 깨져도 서로 부모의 합의하에 일을 잘 처리했던 시절의 방식이 경찰에 넘겨 처리하는 방식으로 뒤바뀐 현실앞에 씁쓸할 뿐이다. 이미 공룡화된 마트시장 앞에 동네 구멍가게가 사라진지 오래되었다. 시대의 흐름을 이겨낼 장사 없다지만 고3학생 목숨값이 만팔천원짜리 밖에 되질 않는 것인지 부끄럽고 안타까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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