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프다. 미투운동 '물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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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영준(yyjlba)등록 2018.03.08 15:59
슬프다. 미투운동 '물타기'
 
'미투운동'에 대해 '공작' 운운하며 음모론을 제기하거나 모든 남성들이 마찬가지 아니냐는 슬픈 '물타기'에 한없는 자괴감이 든다. 모 회사에서는 직원들 회식에서 여직원을 제외하고 사장과 출장 가는 직원명단에서 여직원을 배제하고 있다고 한다. 미투를 남녀 간의 대결문제로 한정하거나 미투 문제 해결을 위해 여성들과의 접촉을 피하는 소위 '펜스룰'을 적용하는 것은 미투의 본질을 간과하는 것이다. 미투운동의 본질이 여성에 대한 배려나 관용이 아닌 인간의 존엄성에 대한 동등한 존중 요구 아닌가. 미투 때문에 사회활동에서 여성을 배제시킬 수밖에 없다는 남성중심적 태도는 미투의 피해자 혹은 피해 대기자들에게 가혹한 폭력이며 미투운동을 고사시키겠다는 의도다. 남성이지만 아내와 딸이 있는 남편과 부모의 입장에서 이 문제를 바라봐야 한다. 내 딸이 권력형 성범죄의 피해자라고 생각해보라. 꿈에 나타날까 두렵다.
 
남성우월의식 혹은 성불평등의식은 민주시민학습을 통한 의식개선 혹은 철학학습으로 해결해야 한다. 민주주의는 모든 인간이 최대한의 자유를 누리기 위해 출발한 것이다. 힘과 돈을 가진 사람만 자유를 누리는 사회에서 모든 사람이 동등한 자유를 누리는 사회로 나아가려는 노력이 민주주의 아닌가. 동등한 자유를 누린다는 것은 모든 인간의 존엄성이 동일한 가치는 갖는다는 것을 전제로 하며 이는 우리 헌법이 추구하는 공감대적 가치이다. 가정, 학교, 사회에서 민주시민학습이 이루어져야 한다. 가정, 학교, 사회에서 사용할 민주시민학습교재를 만들고 수업지도안도 만들어 무상 배포할 필요가 있다. 특히 학교에서는 민주시민학습을 위해 교사연수, 학부모연수, 지역사회연수를 진행해야 하며 이를 위해 도교육청 차원의 민주시민학습 지원센터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 공영방송에서는 민주시민학습을 위한 기획 프로그램을 제작 방영하여 전국민에게 학습 기회를 주어야 한다. 남녀의 동등한 존엄성에 기반한 성평등 교육 및 성범죄에 선제적으로 대처하는 성교육이 민주시민학습에 포함됨은 물론이다.
성차별 민원 접수창구를 제도화하여 성차별 문제해결에 지속적으로 노력해야 한다. 미투 운동의 본질이 남녀 동등한 인간의 존엄성을 인정받는 것이므로 성범죄 뿐 만 아니라 임금차별, 업무처리 배제, 승진차별, 대표선발기회 배제 등 각종 성차별도 그 대상이다. 정부기관은 정당, 각종 시민사회단체, 종교단체가 성차별 피해자를 돕도록 예산을 지원하고, 각 단체는 선의의 피해자 구제를 위해 단체 자체 사실조사에서 검증된 성차별에 대해서만 피해자 권익 구제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
성차별 혹은 성범죄는 기록이나 증거가 거의 남아있지 않고 오랜 시간이 지난 뒤에 인식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입증책임을 전환하고 공소시효를 배제하는 것도 고려해야 한다. 어린 시절에 당한 성폭력으로 인해 성장하는 동안 격어야 했던 피해자들의 가혹한 고통을 고려할 때, 피해자 구제의 이익이 가해자의 법적 피해보다 훨씬 크다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성폭력을 당했는지 여부를 인식하는데 오랜 시간이 걸리는 것이 일반적이므로 공소시효를 없애고, 오래전에 일어난 성범죄를 피해자가 입증하기 곤란하므로 성폭력을 당했다고 추정할 만한 개연성이 존재한다면 가해자가 입증책임을 지도록 하는 것이다. 피해자로 하여금 성범죄를 입증하도록 하는 지금의 법 체제에서는 피해자 구제가 곤란하고, 오히려 피해자가 무고죄로 처벌받기 쉽다.
 
미투운동으로 우리사회가 민주주의를 향해 나갈 귀중한 기회를 얻었다. 모든 남성들이 노래방만 가면 대부분 성추행을 한다느니 열 여자 싫어하는 남자 없다는 등의 말로 미투운동을 호도하는 것은 상대방의 주장을 적당히 왜곡해 공격하는 논법인 허수아비 오류(straw man fallacy)이다. '대부분의 남자들이 아름다운 이성에 대해 호감을 갖는 것'을 '모든 남자들이 성추행을 하는 것'으로 왜곡하지 마라. 자신의 의견만 옳고 자기 의견에 반대하는 것은 위선이라는 독선을 숨기고 자신만 운이 없어 처벌받는다는 동정표를 얻으려는 기만이다. 노래방에서 성추행을 했다면 그 경중을 가려 처벌하면 될 일이다. 미투운동의 불씨를 잘 살려 더 나은 대한민국을 만들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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