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 두살, 슬픈 생을 살다간 이영학의 아내

우리는 아무 책임 없는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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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미(hotnov)등록 2018.03.05 14:57
여성검사의 안모 검사의 장례식장에서의 성추행 폭로이후 미투 운동이 일어난 지 한 달. 한국은 매일 매일 새로운 성범죄 폭로에 놀라고 있습니다. 오늘 고은은 영국 가디언지를 통해서 자신은 부끄러운 일을 하지 않았다고 말했고, 피해자인 여성시인은 공적인 조사기구가 구성되면 자세한 증언을 하겠다고 반박했습니다.

우리가 기억해야 할 이유는 그녀는 우리 자신이기도 하니까요 #미투 ⓒ 픽사베이


헬조선에서 여성으로 산다는 것은 애초에 큰 짐을 하나 지고 살아가는 것 같습니다. 만연한 성 범죄,피해 여성의 입을 틀어막는 사회구조, 어디가나 흔한 성 접대, 여성을 성적 욕망대상으로 바라보는 미디어의 시선들, 성매매에 대한 관대한 사회의 풍조.

오늘은 서른둘의 나이에 삶을 버린 한 여성을 얘기해보고자 합니다. 그녀는 이영학의 아내입니다. 네 바로 그 이영학입니다. 딸의 친구를 유인해 성범죄를 저지르고 살인까지 한 죄로 사형이 선고된 그 남자. 이런 끔찍한 사건이 있기 한 달 전, 이영학의 아내 그녀는 5층 건물에서 뛰어내려 생을 마감합니다.

그녀의 삶에서 행복한 시간은 얼마일까. 이영학과 얽힌 삶을 들여다보면 눈앞에 아득합니다. 이영학은 17살 즈음 그녀를 임신시켰고, 계속 같이 살게 됐습니다. 그리고 조사에 따르면 남편의 강요에 의해 성매매를 했습니다. 이영학의 휴대폰에 저장된 성매수 남성의 번호는 13명에 이릅니다. 더 참혹했던 건, 그녀는 이영학의 계부인 시아버지에게 8년을 성폭행 당해왔다는 사실입니다. 끔찍한 하루 하루를 살았습니다.

그녀는 괴로운 삶을 그렇게 비극적으로 끊었고 이영학의 계부는 스스로 목숨을 끊었습니다. 이렇게 해서 사망한 딸의 친구, 이영학의 아내, 이영학의 계부. 이 세 명죽음에 이영학이 있습니다. 그러나 이영학을 사형시킨다고 사건이 종결되는 것은 아닙니다. 이 사건에는 성범죄와 관련한 허술한 한국사회가 가진 많은 문제가 있습니다. 서른 두 살 그녀는 괴로운 삶을 살았고, 또 슬프게 마감한 것에 우리 사회가 책임져야 합니다.

첫째, 경찰의 허술한 성매매 단속에 대해 문제를 제기합니다. 아직도 성매매는 곳곳에서 이뤄지고 있습니다. 경찰에 성매매를 제대로 단속했다는 정황이나 성매매 단속의지는 별로 보이지 않습니다. 거리 곳곳에 나가보십시오. 성매매 장소로 유추되는 많은 장소가 눈앞에 나타납니다. 이런 사회에서 성매매는 제대로 처벌되지 않고 힘이 약한 누군가는 성노예로 끌려나옵니다. 32살 그녀가 그랬습니다. 경찰이 성매매 단속을 제대로 하는 사회라면 그녀가 그런 불행한 삶을 살았을까요. 어느 날 이영학의 성매매업소가 단속되고 경찰이 출동하고 세상에 드러났더라면, 그녀는 지금 자유의 몸이 되지 않았을까요.

둘째, 사회적 약자에 대한 도움에 대한 시스템을 생각해봐야합니다. 이영학도 딸도 희귀병을 앓고 있다는 이유로 미디어에 알려지고 후원금이 들어왔고 후원금은 12억에 이르렀습니다. 이영학은 미디어를 잘 이용했습니다. 덕분에 호화생활을 했습니다. 일반적으로 의료기관이나 공공기관을 통해 받을 수 있는 도움은 충분하지 않다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러니 사람들은 불쌍한 이에게 도움을 줍니다. 그리고 사람들은 복지기관 보다는 개개인에게 도움을 주고자 합니다. 그동안 기관들이 신뢰를 잃은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러나 이렇게 개개인의 불행으로 도움을 주는 경우가 갖는 위험이 분명 있습니다. 사회복지가 턱없이 취약한 나라에서 약삭빠르고 비도덕적인 이가 온정을 갈취하는 이 시스템에 이영학이 있었습니다. 후원금이라는 힘을 쥔 이영학은 더욱 돈의 맛을 알고, 세상이 더 만만해 보였겠죠. 세상은 참 속이기가 쉽다...도덕도 양심도 저버린 사람은 더 큰 죄를 아무렇지도 않게 짓죠. 이영학은 아내를 성매매 까지 시켰습니다. 만약을 가정해 봅니다. 우리나라의 복지시스템이 공공시스템 속에 적정수준의 지원을 하고, 보건복지사가 케어를 해주는 시스템이라면, 이영학은 정도이상의 사악한 행동을 할 수는 없었을 것입니다. 그녀도 지금 살아있겠죠.

누구나 사랑받고 존엄을 누릴 권리가 있습니다 ⓒ 픽사베이


"오늘은 또 누구냐!" 지난 한달, 매일 매일 놀라움의 연속입니다. 전혀 상상하지 못한 곳에서 성폭행이 드러나고 있습니다. 한 달 내내 터져 나오는 성범죄 뉴스에 놀라면서 많은 여성들이 고통받고 있음이 다시 한번 확인되었습니다. 미투운동이 일 년만 빨리 시작되었다면, 우리사회가 성범죄에 대한 예민한 분위기라면. 글을 쓰기 위해 관련 사건 검색을 해보니 그녀는 죽음에 대한 안타까움 보다는 몸에 새겨진 문신과 관련된 검색어로 소비되고 있었습니다. 정말 끔찍하네요 우리 사회. 행복하지 못했던 짧은 생, 죽어서도 모욕에 시달리는 한 여성의 삶. 그녀의 비극은 우리 모두의 책임인 것 같습니다. 누구나 사랑받기 위해 태어납니다. 부디 당신의 다음 생은 아름답기를 빕니다.

덧붙이는 글 아무도 기억하지 않는, 그러나 우리 사회가 관심을 가졌다면 막을 수 있었던 비극에 대해 기록 남기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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