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환경을 사랑하고 예의 바른 아이들

아이들 성적 통지표에 써 주신 선생님의 종합의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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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숙(amie72)등록 2018.02.27 10:15
아이들이 봄방학을 시작했다. 이제 봄방학이 끝나면 5학년과 6학년이 된다. 이렇게 아이들은 점차 부모의 손을 벗어나는 나이가 되어가고 있다.

종업식을 하는 날 아이들은 생활통지표를 가지고 온다. 아이들이 받아오는 생활통지표에는 아이들을 일렬로 세우는 성적이 없다. 대신에 한 학기 동안 배운 것과 출결상황, 창의적 체험 활동 상황이 나온다. 내가 생활통지표에서 관심 있게 보는 것은 선생님이 써 주시는 종합의견이다. 다 긍정적인 쪽으로 써 주시겠지만 그 의견은 그래도 아이들의 모습을 어느 정도는 반영하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나와 남편은 아이들이 공부를 잘하고 못하고 보다는 얼마나 정직하게 지냈는지, 교우관계는 좋았는지에 관심을 갖는다. 인생을 살면서 그것이 더 중요하다고 보기 때문이다.

딸이 가져온 생활통지표에 선생님께서 적어주신 종합의견은 다음과 같다.

딸의 성적통직표에 담긴 종합의견 지구 환경을 사랑하는 딸의 마음을 알아 주셨다. ⓒ 김은숙


"호기심이 많고 궁금한 부분이 있으면 끝까지 해결하려는 과제집착력이 좋은 편임. 친구들과 사이좋게 지내고 평소에 모둠 친구들과 의견이 다르더라도 대립하거나 충돌을 자제하는 모습이 인상적임. 지구 환경을 사랑하고 아끼려는 마음이 있으며 수업 시간에 참여하는 태도가 진지하고 꾸준함. 지금처럼 독서하는 습관을 쭉 이어 나가면 원하는 결실을 얻을 수 있을 것이며 여리고 예쁜 마음을 이어나가 좋은 어른으로 성장하기 기대함."

친구를 배려하고 하는 행동에 있어서 지구까지 생각하는 그런 아이라고 하셨다. 뿌듯하고 대견했다. 다른 친구들과 충돌을 자제하는 모습이 인상적이라고 하셨다.
집에서는 컴퓨터로 동영상 보는 것을 좋아하는데 컴퓨터가 없으면 책을 많이 읽나 보다. 책 읽는 부모의 모습은 가장 큰 교육이라고 했는데 사실 내가 하는 직업은 주로 컴퓨터로 하는 것이고, 이런저런 핑계로 책을 읽는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그런데도 책 읽는 것을 좋아한다고 하니 고마운 마음이 든다.

아들이 가져온 생활통지표에는 다음과 같이 써져 있었다.

아들의 성적통지표에 담긴 선생님의 종합의견 친구들과 잘 지낸다고 써 주셨다. ⓒ 김은숙


"남다른 유머와 재치로 급우간 인기가 높고 사교적임. 예의 바른 몸가짐과 고운 말씨로 차분하며 순박하고 자기 표현을 잘 함. 매사에 호기심이 많아 질문을 잘하며, 자신의 생각을 자율적으로 표현하면서 학급 분위기를 즐겁게 만드는 학생임. 자신의 주관과 생각이 확실하고 소신있는 태도를 지녔으므로 꾸준한 학습준비태도와 성실함을 갖춘다면 큰 발전이 있을 것으로 기대함."

아들은 말을 귀엽게 한다는 말을 자주 듣는다. 인사도 잘하고 목소리도 귀엽다. 어른들한테 반말을 하지 않는다. 부모나 조부모에게 반말을 하는 아이들 모습을 자주 보는데 우리 아이들은 높임말을 줄곧 사용한다. 그런 것이 말을 귀엽게 하는 것으로 보이는 것 같다.
내가 아이들에게 가장 크게 걱정하는 것은 교우관계이다. 내가 사교적인 편이 아닌데 혹여나 그것을 닮을까 싶어서 친구들과 잘 지내는지에 대해서 걱정을 많이 한다. 그런데 아들에 대한 선생님의 의견은 급우간에 인기가 높고 사교적이라고 하니 마음이 놓였다.

클레이 선인장 딸이 만든 클레이 선인장. 정말 예쁜데 아쉽게도 지금은 없다. ⓒ 김은숙


아이들은 학교에서 오랜 시간을 보내고 그 시간을 내가 볼 수 없다. 나는 내가 볼 수 없는 시간 동안의 모습이 어떤지 궁금하다. 현 교육 체계 안에서는 아이들의 학교 생활 모습을 보고 싶을 때 볼 수 있거나 있는 그대로 보기는 아주 어렵다. 그런데 이런 궁금증을 조금이나마 해소해 주는 것이 선생님이 써 주시는 종합의견이다.
좋은 쪽으로만 써 주셨으니 거르고 걸러서 이해해야 할 것은 분명하지만 안 좋은 상황이라고 하더라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 것이 좋을 것 같다. 긍정적으로 믿어주는 방향으로 자랄 수도 있으니까.

아이들이 만든 클레이 작품들 아이들이 만든 클레이 작품들과 아빠의 선물들. ⓒ 김은숙


내가 교육 전문가가 아닌 상황에서 아이들을 키울 때 무수히 많은 선택을 하게 된다. 잘못을 했을 때 그냥 넘어가 줘야 하는지, 아니면 혼을 내야 하는 건지 모르겠다. 이건 마치 한국어를 배우는 학습자들의 오류를 그때마다 수정해 줘야 하는지, 어떻게 수정해 줘야 하는지, 수정의 범위를 반 전체의 아이들에게까지 넓혀야 하는지 많은 것을 선택해야 하는 것과 비슷하다. 아이들의 경우는 그 결정을 더 신중하게 해야 할 것 같다. 그런데 난 잘 모르겠다. 확신이 없고 자신이 없다. 그래서 다소 나의 기준으로는 엄하게 하는 편이다. 그런 나의 반응이 혹여 아이들을 기죽게 하는 것은 아닌지 걱정도 한다. 딸 아이 담임 선생님께서 써 주신 의견 중에 '친구들과 의견이 다르더라도 대립하거나 충돌을 자제하는 모습이 인상적'이라는 대목이 어느 면에서는 날 걱정하게 만든다.

단추를 갖고 노는 아이들 세상 무엇으로도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는 모모와 친구들이 생각 났다. 아들과 딸이 조용해서 보니 단추를 가지고 놀고 있었다. ⓒ 김은숙


2017년 한 해 동안 건강하게 잘 자라준 아이들에게 고마운 인사를 전한다. 아이들이 올 한 해에도 스트레스 덜 받으면서 즐겁게 지냈으면 좋겠다. 친구들과도 더 잘 지냈으면 좋겠다. 자기 생각에 대한 자신감이 있었으면 좋겠다.
덧붙이는 글 광주광역시 광산구 '투게더광산톡'에서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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