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수지 유지로 지역상권을 살려라? 당신들의 '양심'부터 살려라.

입영부터 전역까지(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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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충열(rights17)등록 2018.02.26 14:39
최근 국방부 적폐청산위원회의 권고에 따라, 국방부에서 육군 외출외박 구역제한을 폐지했습니다. 국방부 송영무 장관의 이와 같은 개혁적 결단에 박수를 보내는 바입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몇몇 지역에서는 외출외박 구역제한, 즉 위수지역 폐지에 반발하고 있습니다. 지역상권을 운운하고 있는데, 실상을 살펴보면 정말로 뻔뻔하기 그지없습니다.

돈 없는 병사들을 '등 처먹는' 지역상권

위수지란, 부대가 주둔하는 장소를 일컫습니다. 휴가와 달리 외출‧외박은 이 특정 위수지를 벗어날 수가 없습니다. 즉, 특정지역에서만 놀아야 한다는 겁니다. 그래서 문제입니다.

외출‧외박은 보통 주말(토/일)에만 나갈 수가 있습니다. 주말과 별개로 휴일에 나갈 수도 있습니다. 물론 사전에 신청을 해서, 지휘관의 허락을 받아야만 하지만요. 따라서 병사들은 주말에 특정지역으로만 무더기로 나갑니다. 여기서 고질적인 문제가 발생합니다.

어디를 가나 가격들이 너무나도 비쌉니다. 뭘 사먹으려고 해도 전부 비싸죠. 개중에는 카드를 안 받는 곳도 있었습니다. PC방은 더욱 기가 찼죠. 1시간에 1500원. 회원가입을 해도 1400원 남짓입니다. 당시 PC방 이용료는 이렇게 비싸지가 않습니다. 대부분 회원가입을 하면 1000원입니다. 그마저도 주말에는 회원가입을 금지하는 곳도 있습니다. 이는 '주말에만 나오는' 군인들을 노린 거죠. 결국 그런 상황에서는 비싼 비회원가로 컴퓨터를 할 수밖에 없습니다.

명백히 이건 군인들을 노린 거죠. 주말에 군인들이 가득해지니 '배짱장사'를 하는 겁니다. 자유롭게 나가기가 힘든 병사신분의 군인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돈을 냅니다. 나가서 아무 것도 안하다가 부대로 돌아가기는 억울하니까요. 2015년 기준으로 병사 월급이 10만원 대입니다. 결국 외출‧외박을 나가서 그 달의 월급의 전부를 쓰죠.

그나마 제가 복무했던 곳은 '군인요금'까지는 없었습니다. 강원도 최전방 지역은 '군인요금'까지 있다고 합니다. 군인요금. 얼핏 들으면 할인이라도 해주는 것 같습니다. 수도권에서는 종종 군인이라고 할인도 해주니까요. 그러나 아닙니다. 군인이라고 더 받습니다. 나라를 지키는 군인에게 이게 대하는 태도인가 싶습니다.

그러나 장사꾼들은 끄떡없습니다. 외출과 외박을 나온 병사들은 위수지를 벗어나지 못하니까요. 벗어나는 순간 탈영입니다. 그래서 배짱장사를 합니다. 그래서 딱 이런 심보죠.

'니들이 가봐야 어딜 가겠냐.'

지역상권? 병사들은 당신들의 '돈지갑'이 아닙니다.

저는 이랬던 적이 있습니다. 상병 시절에 부모님이 면회외박을 오셨습니다. 근처 모텔방을 잡았죠. 그런데 가격이 무려 10만원입니다. 호화로운 곳도 아닙니다. 평범하게 원룸식 모텔이었고, 컴퓨터 1대만 있을 뿐이죠. 서비스가 좋은 것도 아닙니다. 그냥 평범한 곳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룻밤에 무려 10만원입니다. 호텔이 아닙니다. 그냥 시골의 평범한 모텔방입니다. 그것도 방이 침실뿐인 원룸입니다. 기가 차더군요. 정말로요.

또한 모텔방 주인의 태도는 굉장히 거만했습니다. 그녀는 제게 행정반 번호를 묻더군요. 왜 묻냐고 아버지께서 반문하셨습니다. 그러자 주인은 짜증스러운 말투로 이렇게 말하덥니다.

"군인들이 사고 치면 전화하려고요. 왜요? 아저씨가 물어줄 거에요?"

이게 현실입니다. 지역주민들은 군인들을 고맙게 여기지 않습니다. 오히려 병사들을 만만하게 보고 돈지갑으로 여기는 현실입니다. 다른 병사들에게 들은 걸로는 아예 '갑질'까지 하는 사람들도 있다고 합니다. '하루 일당 몇 천원' 받는 병사들에게 이러고 싶습니까?

공짜로 놀러오는 것도 아니고 돈을 쓰러 오는 병사들에게 이 따위 행동이 어디 있나 의심이 갑니다. 한술 더 떠서 강원도 최전방 쪽은 병사를 폭행까지 했다더군요. 결국 위수지라는 개념자체가 문제가 있습니다. 위수지의 근거는 신속한 복귀를 전제로 한 겁니다. 교통시설이 발달하지 못한 과거에는 필요했던 개념입니다.

하지만 지금은 다릅니다. 북한지역 등을 제외한 대한민국 전 국토 어디나 빨리 갈 수가 있습니다. 사실상 반나절 생활권이 형성됐죠. 따라서 더 이상은 무의미합니다. 실제로 공군‧의경의 경우에는 외박 때에도 자유롭게 어디든지 오갈 수가 있습니다.

제가 알기로는 오로지 육군만 부대 근처를 벗어날 수가 없었습니다. 정말 차별받고 있었습니다.

한번은 이런 일이 있었다고 합니다. 강원도 전방 군부대가 위수지를 확대한다고 했었습니다. 그러자 즉각 인근 상인들이 들고 일어섰죠. 지역상권을 망친다고요. 지역상권을 망친다는 말은 이렇습니다.

위수지가 확대된다면 군인들이 그 지역에서 뭘 사지를 않는다고요. 자신들이 경쟁력이 없음을 공언하는 겁니다. 만약 경쟁력이 있다면 위수지를 확대하건 말건 상관을 할까요?

그러면서 위수지를 이용해서 병사들을 빨아먹습니다. 형편없는 대우, 엉망인 서비스, 바가지 가격을 동원해서 말이죠. 저희 부모님도 그 이후로는 면회를 오지 않으셨습니다. 제가 오지 말라고 했죠. 먼 길을 오시는 부모님에게 오히려 돈을 쓰게 만드니까요. 그것도 바가지 가격으로요. 너무나도 죄송했습니다. 그래서 저는 복무했던 부대의 지역이 너무나도 싫습니다.

더 심각한 일이 있습니다. 바로 경제사정이 좋지 못한, 병사의 부모님들이죠.

가난한 부모님은 면회를 오고 싶어도 오지를 못하십니다. 모든 병사의 부모님들이 풍족한 것은 아닙니다. 월세방을 전전하시거나 산골에서 농사를 짓는 분들도 계십니다. 그런 분들은 찾아오는 차비도 부담스러우십니다. 게다가 바가지 가격으로 후려치기까지 하면 어떨까요.

그래서 부모님이 찾아오지 못하는 병사들도 많습니다. 찾아오지 않는 것이 아니라, 찾아오지 못하는 겁니다. 참 통탄스러울 따름입니다. 자식을 나라에 보낸 부모님이 예우는 못 받을망정 바가지 가격 때문에 찾아올 엄두도 내지도 못하니까요. 이게 옳습니까?

송영무 국방장관과 군 적폐청산위원회에게 정말 감사드린다.

과거 위수지역은 이런 문제점이 가득합니다. 당장 인터넷에 검색만 하더라도, 분노한 현역과 예비역, 심지어 민방위 출신들의 구구절절한 사연을 엄청나게 찾아보실 수가 있습니다.

그럼에도 모 지역에서는 지역상권을 운운하면서, 다시금 위수지역 제한을 강요합니다. 방산비리나 군 가혹행위만이 적폐가 아닙니다. 이런 시대착오적인, 병사들에게 가격을 후려치는 위수지역 제한도 마찬가지로 '적폐'입니다. 적폐는 청산해야 마땅합니다.

혹자는 이렇게 말하기도 했습니다. 위수지를 설정하지 않으면 탈영을 하지 않겠냐고요.

네. 그건 잘못된 생각입니다. 위수지가 없다면 탈영이 생긴다고요? 그런 식이라면 휴가를 내보내면 탈영이 생긴다는 소리입니다. 정말로 탈영할 마음이 있다면 부대 내에서도 탈출하는 것도 가능합니다. 삼엄한 최전방이 아닌 이상 군부대는 의외로 허술한 구역들이 많습니다.

오히려 어디를 놀러가건 제 시간에 복귀만 하면 그만입니다. 어디를 가던 법에 저촉되는 불법행위가 아니라면 무슨 상관입니까. 그저 복귀만 잘 하면 되죠. 이들의 주장대로라면 의경‧공군은 탈영자로 가득해야 마땅합니다. 이들은 외박을 어디든지 자유롭게 다닐 수가 있으니까요.

그래서 저는 국방부의 위수지역 폐지에 대해 적극 지지합니다. 송영무 국방부 장관님의 결단, 군 적폐청산위원회의 권고에 정말 '물개박수'처럼 열렬한 박수를 보냅니다. 그래서 이 자리를 빌어,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자 합니다.

송영무 국방부 장관님과 이하 실무자님들, 군 적폐청산위원회 분들께 정말 감사드립니다. 비록 저는 해당되지 않지만, 이와 같은 개혁은 계속되어야 합니다. 징병제가 유지되는 한, 우리의 '아들들'은 군대에 가야만 합니다. 더 인간적인 대우를 받아 우리의 '아들들'이 적어도 불이익은 받지 않았으면 합니다. 부디, 앞으로도 군 적폐를 청산해주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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