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드워드의 '약함'에 대하여

[리뷰] 톰 포드 감독의 〈녹터널 애니멀스〉

검토 완료

박찬이(aldls88)등록 2018.02.04 14:51
영화 <녹터널 애니멀스>에서 에드워드와 수잔의 연결고리는 두가지다. '예술'과 '텍사스 출신'이 그것이다. 뉴욕 길에서 마주친 에드워드가 수잔에게 '너가 내가 아는 유일한 뉴욕 예술인"이라고 말하자 같은 텍사스 출신에 먼저 뉴욕에서 활동 중이던 수잔이 선뜻 에드워드에게 저녁 식사를 제안해 역사가 이뤄졌다.

그런데 에드워드는 '약함' 때문에 텍사스 출신 수잔의 어머니에게는 적절한 남편감이 아니었다. 와일드한 서부극이 떠오르는 텍사스주 사람들은 수잔의 어머니처럼 '강함'과 '남성성'의 미덕을 강조한다. 수잔은 어머니에게 에드워드의 '연약함'이 오히려 '섬세함'이며 그런 자질이 소설가로서 강점이라고 강변한다.

에드워드가 쓴 소설의 중심 소재 역시 '연약함'이다. 소설은 일단 비극적인 사건으로 시작된다. 소설의 세계를 직조할 때 작가 에드워드는 연약함에서 무엇을 끌어냈을까? 에드워드와 유사한 자전적 인물로 보이는 소설의 주인공 토니는 연약해서 아내와 딸을 지키는 데 실패한다.

그러나 주목해야 할 점은 에드워드는 그의 '연약함'을 소재로 또 그 연약함에 대한 이해로 소설을 써냈다는 점이다. 소설 속에서 아내와 딸을 잃은 토니는 자신의 '약함'이 비극의 원인이라고 인식한 것처럼 보인다. '내가 약하지 않았더라면 이런 비극적인 사건은 없었을 텐데.' 외모를 강한 남성처럼 보이기 위해 수염을 깎고, 용의자에게 눈빛을 강하게 쏜다. 이를 통해 일당 중 한 명에게 자백을 이끌어낸다.

레이를 체포한 보안관이 그러나 폐암에 걸려있다는 것을 알게된 즈음 보안관은 증거 부족으로 레이에게 죗 값을 무는 데 실패하게 된다. 토니는 결국 '약하다'며 자신의 가정을 짓밟은 레이와의 대결을 피할 수 없게 맞닥뜨리게 된다.

에드워드는 다분히 '약하다'는 자신의 특성을 소재로 삼아 '약하지 않겠다'는 욕망을 소설 속 인물을 통해 구현해보기에 이른다. 그의 '약함'은 '약하지 않겠다'는 욕망으로 그리고 소설의 완성으로 귀결된다. 처음 에드워드를 알아본 수잔의 안목대로 된 것이다. 소설을 읽은 수잔이 확신을 갖고 에드워드를 만나러 가게 되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약하지 않게 된' 소설의 작가인 에드워드는 현실에서 수잔을 만나러 나타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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