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지금 우리는 하필...러시아 혁명인가?

-박노자 <러시아 혁명사 강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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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연주(gotozoo3)등록 2018.01.17 09:24
"우리는 너무 쉽게 마르크스를 버렸어요."
99년 세기말과 세계화가 넘나들던 그해 시애틀에서는 이런 낮은 목소리가 들렸다.
소련의 붕괴로 이미 사라져버린 마르크스라는 이름이 낮은 탄식으로 재등장한 것이다.
우리가 마르크스를 버린 이유는 단순했다. 마르크스는 졌기 때문이다. 패자에게 냉정한 세상을 그를 버렸고 잊었다.

"요즘사람들에게 소련이나 북한식 공산주의는 후진적이고 경제개발을 잘 추진하지 못하여 봉건적인 잔재조차 극복하지 못한 체제로 여겨지는 듯합니다. 이에 반대 자본주의는 공산주의와 경쟁에서 승리한 우월한 체제로 간주되고 있지요." -p.258-

박노자는 <러시아 혁명사 강의>에서 이를 지적한다. 졌기 때문에 잊혔고 졌기 때문에 틀린 체제로 인식되었다는 것이다. 그러면 이제 우리는 한 가지 물음에 도달한다. 그런데 왜 러시아혁명을 들여다봐야 하는가? 이것은 박노자가 이 책을 집필한 이유이기도 할 것이다.

러시아 혁명을 들여다봐야하는 의미를 그는 반면교사에서 찾는다. 과거 속에서 미래의 씨앗을 찾으라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리는 승리한 체제라고 생각하는 자본주의에 대해서 들여다봐야 한다. 과연 자본주의는 문제없는 체제인가? 대학생들은 등록금에 허덕이고 경제 불평등은 심화되고 가난은 대물림되어 끝없는 고통의 굴레가 보이는 현실이 완벽한 체제인지 우리는 봐야한다. 그렇지 않다면 소련과 북한이 실시한 대안적 산업사회에서의 장점은 없었는지 봐야 하는 것이다. 심지어 우리가 틀린 체제라고 단정 짓는 북한 역시 내재된 힘이 있는 것이다. 그 힘의 원천, 그 동력을 필자는 봐야한다고 말한다.

그 힘의 동력은 대중이었다. 소련과 북한은 대중을 바로보고 아래로부터의 요구들을 받아들이기 위한 노력들을 하였다. 심지어 독재체제라고 하는 스탈린 체제 역시 우리의 박정희 체제보다는 대중 독재에 가까운 모습이었다는 것이다. 물론 이후 지배자들이 대중과 괴리되고 사적소유를 원함으로서 이 체제는 무너졌지만 말이다. 이 힘을 안다면 우리는 그런 세상이 있었음을 인정하게 된다. 시장을 국가가 통제하고 경제발전을 국가가 주도하는 비사장적인 산업사회가 몇 십년간 지구상에 존재했던 것이다.

박노자의 주장은 그것이다. 소련과 북한의 체제를 실패한 체제가 아니라 몇 십년간 존재했던 체제로 보고 이러한 모델의 가능성을 인정하되 이를 일부 수용하여 새로운 세상을 꿈꾸라고 공산주의, 자본주의의 모델이아니라 개량되고 수정된 제3의 체제를 생각해보라고 말이다. 그래서 지금 다시 우리는 러시아 혁명을 공부해야 하는 것이다.

며칠 전부터 언론은 비트코인으로 떠들썩하다. 정부가 비트코인 거래소 폐쇄조치를 검토하고 있다고 하자 청와대 홈피에는 희망을 빼앗지 말라는 말이 있었다. 눈에 보이지도 않는 가상화폐가 희망이 되는 오늘날 한국에서 이 책은 어쩌면 그래서 의미있을지도 모른다. 우리에겐 가상화폐말고 다른 희망이 필요할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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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혁명사 강의 - 다른 미래를 꿈꾸는 사람들에게

박노자 지음,
나무연필,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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