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지옥의 퇴근길 위, 비행기를 떠나보냈습니다

<같지만 다른 중국 생활 관찰기> 중국에 가면 중국 법을 따라야 할 다양한 교통 풍경

검토 완료

신준호(joon1407)등록 2018.01.15 14:10
요즘 '중국'이라는 단어를 들으면 어떤 이미지가 떠오를까? 예전엔 '메이드 인 차이나' '짝퉁'이라는 단어가 많이 생각났겠지만, 최근 중국이라는 단어를 들으면 놀라운 경제 성장을 이루고 있는 차기 최고 강대국 후보라는 말이 가장 어울린다. 이런 뉴스에 나올 법한 이야기는 다소 거창하고, 앞으로 1학기 동안 북경에서 생활하며 경험한 즐거운 에피소드와 성장하는 중국 속 사람들의 사는 모습, 더 나아가 사회, 문화적으로 한국과 중국이 각자 가진 사회 문제들에 대해 생각해보는 글을 써보려고 한다. - 기자 말

친구가 북경에 왔다. 4박 5일간 재미있게 논 후 함께 택시를 타고 친구를 공항까지 배웅했다. 7시 비행기였고 차가 막히지 않을 경우 1시간이면 충분히 공항에 가는 거리였기 때문에 1시간 30분 전에 출발했다.

마지막 날까지 일정을 빡빡하게 짠, 그리고 중국의 퇴근길을 잘 몰랐던 나의 치명적 실수였다. 도로 교통 상황을 확인하고 절망했다. 공항 가는 모든 도로가 '매우 혼잡'을 뜻하는 빨간색으로 도배된 상태였다.

그렇게 친구의 비행기는 우리가 도로에 갇혀 있는 동안 한국으로 떠나갔고, 피 같은 돈을 지급해 새로운 표를 구매했다. 학생 신분인 친구와 나에겐 막대한 지출이었다.

자꾸 데려다줬던 택시 기사 아저씨가 자꾸 기억난다. 거의 울기 직전인 친구와 나에게 걱정하지 말라고 말해주며 오히려 더 긴장하고 조급해하며 출발한 아저씨. 우리와 '동지'가 돼 비행기 시간을 물어보고 열심히 차선을 바꾸며 달린 아저씨였다. 하지만 아저씨가 통과한 길은 지름길이 아닌, '매우 혼잡'으로 도배된 가장 정직한 길이었다. 참 순박하고 착한 아저씨였기 때문에 떠올리면 추억으로 남아 웃음이 나지만, 당시의 기분만 생각하면 아찔하다.

중국의 전쟁 같은 도로

'중국의 대학가'라 불리는 '오도구'의 사거리로부터 50m 정도 떨어진 곳에서 택시를 탔다. 금세 통과하겠거니 생각했다. 20분 후, 사거리에는 진입하지도 못한 채 10m 정도를 남기고 5000원 가까운 돈을 지급했다. 참고로 중국의 택시 기본요금은 13위안 (약 2,200원)이고 한국만큼 미터기가 빠르게 돌아가지 않는다.

"북경에서 한 달만 운전하면 세계 어디서든 운전할 수 있다." 모든 외국인 유학생들이 공감하는 말이다. 초록 불임에도 쉴 새 없이 길을 건너는 사람들 사이 사이를 자동차가 파고들어 통과한다. 심지어 버스들은 클락션으로 '비켜! 비켜!'를 외치며 초록 불을 뚫고 거칠게 지나간다. 로마에는 로마법이 있듯이 북경에도 운전자들 사이에 암묵적으로 존재하는 법칙이 있다.

빨간 불이어도 순간 차가 없으면 번화가에서도 열심히 도로를 건너는 사람들도 가끔 보인다. 빨간 불, 초록 불 상관없이 '눈칫밥'으로 먹고 사는 사람들이 많은 풍경을 자주 목격할 수 있다. 그 속에서 내가 체득한 '생존 비법'은 '과감해지자'였다.

이유는 중국은 차들이 오히려 늘 조심한다. 초록 불이 켜지는 순간 주변 안전을 한번 확인하고 엑셀을 밟는 것은 당연한 행동이다. 하지만 북경의 차들은 언제 튀어나올지 모르는 사람들 때문에 일단 클락션을 누르는 걸 자주 볼 수 있다. 사거리는 클락션 협주곡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우물쭈물할 때가 더욱 위험했고, 당당하게 신호를 건널 때 차들이 오히려 조심해주는 경우가 많았다.

한국 영화, 드라마 속 운전자들이 도로 위에서 화가 날 때 사용하는 클락션을 강하게 누르는 장면이 자주 나온다. 그런 이유 때문인지 중국에서 클락션을 처음 들었을 땐 다소 당황했다. 하지만 클락션을 누른 차 속의 중국인은 싱글벙글 웃으면서 조수석에 탄 사람과 수다 중이었다. 중국 친구들과 이야기를 해보면 클락션은 정신 똑바로 차리라는 '위협'의 의미보다는 조심하라는 '알림'의 의미로 많이 사용된다고 말했다.

문제는 자전거와 전동차

축구가 끝나고 신호를 기다리는 전동차 행렬 ⓒ 신준호


자전거를 타고 목적지를 향해 신나게 달리고 있는데 불쑥 나타난 전동차와 부딪혀 공중에서 한 바퀴 돌았다. 소리가 나지 않는 중국 전동차는 늘 이렇게 불쑥불쑥 나타난다. 다행히 다치지는 않았지만, 이후부터 자전거를 타면 굉장히 예민해진다.

친구는 초록 불로 바뀌자마자 신호를 건너다가 우회전하는 전동차가 갑자기 달려들어 접촉 사고가 났다. 순간 정신을 잃었고, 응급실로 실려 간 친구는 다행히 다친 곳은 없었다. 이렇듯 중국에서는 도로 위와 골목 골목에서 불쑥불쑥 튀어나오는 '자전거'와 스쿠터와 비슷한 모양을 갖춘 '전동차'로 인한 자잘한 사고가 더욱 문제다.

과거부터 자전거 문화가 굉장히 발달한 북경의 도로에는 자전거 도로가 굉장히 잘 갖춰져 있다. 하지만 수요보다 공급이 너무 많은 자전거가 사회 문제가 될 정도로 수많은 자전거가 깔려있다. 이와 더불어 스쿠터와 비슷한 크기의 오토바이에 배터리를 충전하며 사용하는 중국의 전동차 문화는 최근 자전거 문화만큼이나 발달했다. 많은 중국인들이 전동차를 이용해서 택배를 나르고, 음식 배달을 한다. 기숙사 1층에는 전동차 배터리를 충전해놓을 수 있는 콘센트들이 따로 마련돼 있을 정도다.

중국에 유학중인 한국 유학생들 대부분이 '소리 없는 스쿠터' 문화를 즐기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학기가 끝나면 졸업생이나 전동차를 바꾸고자 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전동차 거래는 쉴 새 없이 이어진다. 어떤 배터리가 좋다, 어느 부분이 안 좋다고 말하는 유학생들을 보고 있으면 전문가들이 따로 없을 정도로 전동차와 오토바이 박사들이다.

학교 건물 앞 가지런히 정리돼 있는 공용 자전거 ⓒ 신준호


축구 동아리가 끝나고 집에 갈 때면 진풍경이 펼쳐진다. 30명 가까운 남자들이 전동차 행렬을 이루고 출발을 하니 소리 없는 '폭주족'이 따로 없다. 한국에서는 헬멧만 안 써도 처벌을 받는데, 헬멧은커녕 이렇다 할 면허도 없는 사람들이 수준급의 전동차 운전 실력을 보여주는 걸 보면서 굉장히 신선했다.

많은 개선이 필요하고, 퇴근길 사거리는 정리할 수 없는 현실이다. 하지만 더 깔끔한 도로 풍경을 갖추었다고 평가받는 한국의 운전자들이 도로 위에서 화를 내는 풍경이 더욱 자주 목격되는 걸 보면서, 법과 문화 사이에 존재하는 미묘한 간극에 대해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지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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