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부르는 아리랑'(마지막회)

고려인 강제이주 80주년을 맞아 역사의 현장에서 쓴 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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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상중(sjjohn)등록 2017.12.29 15:45
●조국이란 무엇인가? 
조국이 무엇이기에 그토록 대를 이어 그리워 했고 쫓겨온 땅 남의나라 처마 밑에서 나리는 눈 한송이에도 그토록 고국을 그리워했단 말인가?
조국광복을 위해 북풍한설 몰아치는 만주벌판과 시베리아벌판을 누비면서 목숨까지 걸어야 했던 이들의 아버지,어머니를  위해 우리의 조국,그들의 조국 대한민국은 과연 어떤 의미가 있는가?

우크라이나에서 온 고려인 할머니'쵸이 따냐"할머니의 아리랑 외손녀의 결혼식에 참석하기 위해 우크라이나에서 키르기즈로 온 할머니의 눈물의 아리랑 ⓒ 전상중


●아직도 떠 도는데...
1937년 스탈린의 강제이주정책으로  중앙아시아로 추방됐다가 1989년 소비에트연방 해체이후 러시아 연해주로 돌아온 고려인들은 비록 일부이지만 아직도 무국적 상태의 국제미아로 80년째 떠돌고 있다.
조국 대한민국은  이들에게 그저 잘사는 남의 나라일 뿐...!
아직도 국적없이 중앙아시아를 떠도는 부평초같은 신세인 우리동포들을 정부는 지금도 외면하고 있다.
중앙아시아의 각 민족 공화국이 독립 이후 자기 민족의 언어를 러시아어대신 자국의 공식언어로 채택함에 따라 러시아어와 공화국 민족어,그리고 자기 민족어를 습득해야 하는 3중 언어의 부담을 안게 되었다.
이것은 단순히 언어의 차원을 넘어 사회, 경제적인 불평등을 야기하고 있다. 고려인과 같은 소수 민족은 거주국의 민족어를 배우지 않을 경우 모든 면에서 차별 대우를 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많은 고려인이 공식 언어를 구사하지 못한다는 이유로 직장에서  일자리를 잃었다.
이러한 현상으로 상당수의 고려인들이 CIS를 떠나고 있으며, 대부분 마음의 고향인 원 거주지였던 극동 러시아로 가야하지만, 비싼 교통비를 들여 갈 수 없는 일부는 그 중간 기착지로 그나마 아직은 개방적인 키르키즈로 오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나,고려인들에게는 대한민국이라는 조상의 나라가 있으며 이 나라가 경제적으로 활기있게 성장하고 발전하고 있다는 사실이 큰 힘이 되고 그나마 자부심이다.

●강제이주에 항의 한번 못한...조국
1937년도에 강제이주된 20여만명의 고려인 가운데 지금까지 생존한 세대들은 대략 3000명 정도로 추산되고 있고 그들의 입을 통해 강제이주 당시의 참상이 이야기되고 있지만, 러시아정부 당시 정권의 폭압적인 강제이주로 빚어진 통한의 역사는 주권국가인 한국정부로서 아직 공식적인 항의한번 못한 현실이다.
강제이주의 직접적인 가해당사국인 러시아 정부는 강제이주후 60여년이 지난 1993년 4월 강제이주의 불법성을 인정하고,그동안 정치적 탄압,민족차별을 받아야 했던 고려인들의 명예를 회복시킨다는 내용과 고려인들이 강제이주전까지 거주하고 있던 원동지역으로의 귀향도 돕겠다는 결의안을 발표한 적이 있다.
몇해전 러시아 푸틴대통령이 해외에 살고있는 러시아 동포의 재이주를 적극 지원하자는 지원프로그램을 가동시킴과 동시에 연해주정부는 고려인들을 연해주로 재이주시키는 것을 목표로 아이러니칼하게도 쫓아내고 다시 받아들이는 정책을 발표한 적이 있다.
역사는 돌고 도는 것이라고 하는데 이들의 모국인 한국정부가 러시아쪽에 이런 과거사 문제를 한번도 아무런 언급조차 못하고있는 것은 매우 잘못된 처사이다.
이러한 고려인들의 아픈 역사를 외면하는 것은 한국 정부의 역사적책무를 져버리는것이고 도덕적 의무를 져버리는 일이다.
고려인들을 위한 고려인 특볍도 현실에 맞게 고쳐야 한다.
고려인 가운데 1∼3세는 1992년 제정·공포된 '재외동포의 출입국과 법적 지위에 관한 법률(약칭 재외동포법)'에 따라 재외동포의 지위를 얻어 어렵게 모국에 방문 취업 비자를 받아 한국에서 일하고 있다.

●조국에서 생이별 해야하는 고려인 4세들
그러나 재외동포법 따라 대부분 19살 미만인 고려인 4세부터는 재외동포법상 '동포의 범위'에 해당하지 않는다.
한국에 오려면 고려인 2~3세에 해당하는 부모를 따라 동반 비자로 입국해야 한다.
적어도 법적으로 고려인 4세는 동포가 아니라 한국과는 아무런 인연이 없는 '외국인'에 해당한다.
따라서 이들은 만 19살이 되면 동반비자 기간이 만료돼 한국을 떠나야 한다.
사실상 강제 추방이자 가족과의 생이별이다.
3세와 4세를 왜 구별해야 하는지, 이들은 그 이유를 알지 못한다.
정부당국자는 하루라도 빨리 이들의 가슴아리는 눈물을 닦아주고 이들이 희망의 아리랑을 부를수 있도록 깊은 고민을 해야 할 것이다.

덧붙이는 글 올해로 80년주년을 맞는 고려인 강제이주의 서글픈 역사를 강제이주 현장에서 틈틈이 취재한
글들을 지난9월부터 연재를 해왔다.
고려인들의 수난사를 전해야 한다는 내 나름의 사명으로 색바른 취재수첩을 들추며 연재했지만 오마이뉴스의 외면(?)속에
오늘로서 마지막 연재물을 올립니다.
저의 졸고를 구독해주신 여러분들에게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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