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는 기본, 에도시대로 시간여행은 덤

<유곽안내서>를 읽고

검토 완료

박연주(gotozoo3)등록 2017.11.20 17:29
하지 말라고 하면 더 하고 싶고 들어가지 말라고 하면 더 들어가고 싶은 것, 아무것도 아니고 심지어 전혀 관심도 없던 것도 그것이 금지된 것이라면 호기심이 발동한다. 궁금하고 알고 싶어진다.

에도시대에 존재했다는 요시하라에 대한 사람들의 호기심 역시 궁극적으로는 이 금지된 것에 대한 호기심일 것이다. 나 역시 시작은 호기심이었다. 몇 해 전 교토를 여행하던 중 우연히 마주친 게이샤의 기묘하고도 강렬한 모습은 내게 호기심을 자극했고 오리엔탈리즘의 극치일 것이라는 편견에 보기를 꺼렸던 영화도 다시 보게 했다.

아무나 들어갈 수 없었다는 공간, 그 공간만의 규율과 규칙이 있었고 유녀라는 이름의 여성들이 불나방처럼 살다가 떠났다는 곳 그 곳의 삶이 궁금했다. 마쓰이 게사코라는 낯선 이름의 작가 책을 덥석 잡게 된 것 역시 <유곽안내서> 라는 제목이 자극하는 호기심 때문이었다.

교토 기온에서 출생했다는 작가는 아주 쉽게 요시하라의 높은 문턱을 넘어 그 안으로 독자들을 데리고 간다. 그 옛날 에도시대에 처음 요시하라에 발을 들인 손님이 겪었을 절차에 따라 독자를 안내하고 그 절차에서 따라 만나는 사람들을 만나게 해주고 그 과정에서 즐기게 되는 여흥들을 소개해준다. 제목처럼 유곽 안내서의 노릇을 톡톡히 해주고 있는 것이다. 그뿐인가 어느새 이 안내에 따라 책장을 넘기다 보면 낯설게 은밀하게만 느껴졌던 요시하라의 삶이 나의 삶처럼 그들이 가지는 조금은 특수한 삶의 고난이 내 삶의 고난과 다르지 않음도 느낄 수 있으니 꽤나 공들이고 잘 쓰여진 안내서라 할만하다.

그런데 이 책의 매력은 잘 쓰여진 안내서에 그치지 않는다. 사실 이 책은 추리소설이다. 가장 은밀하고 알려지지 않은 공간에서 최고의 유녀라고 불렀던 여성이 누군가를 살해하고 사라진다. 오랫동안 사건의 전말은 요시하라 밖을 넘어 전해지지 않았고 사건의 전말이 궁금했던 수사관은 손님을 가장 해 요시하라 안에 들어가 탐문수사를 한다. 즉, 이 책이 작가를 열심히 안내했던 것은 그것이 탐문수사의 과정이었기 때문이다.

유곽이 가지는 에로티시즘과 살인이 가지는 공포, 긴장감 이 책은 독자에게 어필할 만한 부분들이 아주 많다. 그저 텍스트를 따라 사건을 따라가며 읽는 재미로 사로 잡는다.

우리가 책을 읽는 행위는 지식이나 지혜를 얻기 위해서이기도 하지만 그저 재미를 추구하기 위해서이기도 하다. 소설이 주는 가장 첫 번째 선물은 인생의 교훈이 아니라 그저 멈출 수 없는 재미일지도 모른다. 그점에 <유곽안내서>는 매우 충실하다. 거기에 우리가 결코 갈 수 없는 그 담장 너머에 나를 데려가 주니 이보다 더 좋은 지적일탈은 없을 것이다.
덧붙이는 글 개인블로그에도 게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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