뛰어난 조연, 몬레알과 아스필리쿠에타

아스날과 첼시의 '언성히어로' 몬레알과 아스필리쿠에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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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동준(easteminence)등록 2017.10.25 10:04
현역시절 박지성의 별명은 '언성 히어로(Unsung Hero)'였다. 소리없이 묵묵히 자신의 자리에서 역할을 다하는 박지성에게 가장 잘 어울리는 별명이기도 했다. 그런 박지성의 별명을 이을만한 선수들이 지금은 런던에 있다.

바뀐 역할에도 찰떡같은 적응력

아스날과 첼시는 런던에서 가장 크고 유명한 클럽들이다. 이런 팀에서는 화려한 플레이를 하고 득점을 하는 선수가 주목을 받는다. 하지만 그 뒤에 숨겨진 '진짜배기'들이 있다. 소리없이 제 역할을 다 하는 선수, 바로 이 두 팀의 수비를 담당하고 있는 나초 몬레알과 세자르 아스필리쿠에타다.

두 선수는 이번 시즌 치러진 프리미어리그 9경기에 모두 출전했다. 중요한 점은 두 선수가 활약하고 있는 포지션이다. 현대축구는 이탈리아 세리에를 중심으로 백3 전술이 트렌드화 되었다. 그 과정에서 아스날과 첼시 모두 이번 시즌을 백3 전술로 시작하게 되었다. 그런데 중점은 두 팀 모두 백3의 왼쪽 센터백을 기존의 백4의 왼쪽 풀백에게 맡겼다는 점이다.

축구에 있어 팀의 전술변화는 선수들의 경기력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친다. 변화된 전술에 적응하고, 같은 위치라도 다른 일을 해야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에 전술변화는 선수들에게 쉽지 않은 일이다. 특히나 수비의 경우에는 4명과 3명의 조합으로 변화되는 과정에서 까다로움이 추가된다.

하지만 몬레알과 아스필리쿠에타의 경우에는 전술뿐 아니라 포지션까지 바꿔야 하는 일이 생겼다. 한식만 만들던 요리사가 일식집에서 일을 시작하는 것과 비슷한 일이 벌어진 것이다. 페널티 박스의 옆에서 뛰던 선수가 이제는 페널티 박스의 안에서 뛰고 있고, 이런 변화는 쉬운 일이 아니다. 기존의 역할과는 전혀 다른 일을 해내야 했지만 이 두 선수는 본인의 몫 이상의 것을 해내며 이번 시즌 팀의 승리에 기여하고 있다.

경기장 안에서도, 밖에서도 빛나는 선수

경기장 안에서의 활약도 훌륭하지만 이 선수들이 더 대단한 이유는 경기장 밖의 생활도 깨끗하다는 것이다. 잉글랜드에서 프리미어리그 선수로 산다는 것은 쉬운 일은 아니다. 경기력에 대한 비판도 크지만 경기장 밖에서의 사생활에 대한 이야기가 더 크기 때문이다. 존 테리, 웨인 루니, 라이언 긱스 같은 선수들은 경기장 안에서 뛰어난 활약을 보였지만 경기장 밖의 이야기가 꼬리표로 붙는 이유도 잉글랜드의 언론의 분위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몬레알과 아스필리쿠에타는 경기장 밖에서도 큰 사고를 일으키지 않고 있다. 술, 담배, 여자와 관련된 스캔들은 전혀 없을 뿐만 아니라 최근들어 언론에게 먹잇감을 주는 소제인 SNS도 깨끗하다. 늘 긍정적인 내용을 담은 글과 소속팀과 대표팀에 대한 애정이 담긴 모습은 프로의 자세를 보여준다.

5년의 시간동안 몬레알과 아스필리쿠에타가 팀의 핵심으로 인정받은 데에는 좋은 경기력도 있겠지만 경기장 밖에서의 생활도 한 몫을 했다. 뛰어난 스타선수이기 이전에 훌륭한 인간으로서의 모습이 있었기 때문에 두 선수는 동료들의 인정을 받으며 지금의 자리에 있을 수 있었다.

뛰어난 조연이 진짜 주연이다

두 선수는 모두 12/13 시즌에 팀에 합류했다. 게다가 두 선수 모두 스페인 바스크 지방 출신이다. 포지션도 동일하고, 이제는 센터백으로 변신했다는 점까지 일치한다. 그리고 각자 팀에서 없어서는 안될 선수가 되었다는 점까지 동일하다.

축구는 화련한 개인기와 멋진 슈팅으로 득점을 기록하는 선수가 주목을 받는 스포츠다. 하지만 이런 주연이 있는 것에는 그 뒤를 묵묵히 받쳐주는 조연이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아스날은 알렉시스 산체스가, 첼시는 에덴 아자르가 주연을 맡고 있다면, 그 뒤에는 몬레알과 아스필리쿠에타가 있다.

이 두 선수 모두 최근 팀과 장기계약을 채결했다. 지금까지 그래왔듯 앞으로도 핵심 선수로 활약이 기대되는 이유다. 이번 주말에 프리미어리그를 시청한다면 화려한 주연이 뒤에 감초같은 조연인 몬레알과 아스필리쿠에타를 지켜보는건 어떨까.
덧붙이는 글 이 글은 네이버 easteminence의 잔디에서 관중석까지에도 연재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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