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과학과 종교의 양립 가능성에 대하여

리처드 도킨스의 [이기적 유전자]를 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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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민주(jmj9315)등록 2017.09.25 10:37
나는 무교를 지향하는 사람이다. 사실 내가 무교를 지향하게 된 데에는 선구자인 언니의 영향도 있었지만, 그보다 나의 신념 자체가 사람들이 믿는 종교에 대한 타당성을 찾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나에게 있어 종교란 그저 나약한 사람들이 심적으로 겪는 고통을 완화하기 위해 의지할 곳으로 만들어낸 하나의 허구적인 신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이러한 배경을 가진 채 리처드 도킨스의 『이기적 유전자』를 읽게 되었다. 책에서 시사하는 바는 유전자를 주체로 전개되는 도킨스식 다윈의 진화론인데, 이전에 진화론을 배우며 가졌던 의문점들이 모두 해소될 수 있을 정도로 세세한 부분 하나하나 잘 설명이 되어 있다. (특히 진화론을 배우며 최초의 생물에 대해 의구심을 가졌었는데 최초의 생명 탄생까지도 과학적으로 증명한 실험을 소개하며 설명해주어서 비로소 이해할 수 있었다.) 읽으면 읽을수록 이 책은 가벼운 마음으로 읽을 만한 책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생물책에서 볼법한 ― 물론 이 책이 진화 생물학 책이기는 하지만 ― 그런 용어들과 이론은 내 머릿속을 복잡하게 만들었고, 결국 나는 책을 다 읽고 나서도 심도 깊은 이해를 위해 이리저리 인터넷 검색을 할 수 밖에 없었다. 그런데 조사를 하는 과정에서 리처드 도킨스의 또 다른 저서 『만들어진 신』을 발견하게 되었고 '신'을 과학적으로 존재하지 않는다는 그의 무신론적 입장을 알게 되어서 매우 신기했다. 그리고 이는 내가 진화론과 종교의 연관성, 더 나아가 과학과 종교의 양립 가능성을 고민해보게 되었다.

진화론을 여러 번 접해보기는 했지만 그것을 그저 '인류 혹은 생물의 발달 과정을 과학적으로 설명하는 이론'이라 생각하고 무비판적으로 수용했을 뿐, 종교와 엮어서 생각해 본 적은 없었다. 또 종교 자체에 대해 별로 관심이 없는 편이라서 종교와 과학을 연관 지어 생각해보는 것은 더더욱 할 기회가 없었던 것 같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이 과학을 받아들이고 신뢰하게 된 이후에도 창조론이 꾸준한 지지를 받아오고 있는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존재하기 때문이 아닐까?'라는 의문이 들어서 열심히 조사를 해보고 생각을 해 보았다. 그 결과 진화론은 아직 하나의 가설일 뿐이지만 과학계에서 많은 증거를 인정받고 지지를 받고 있고, 그와 반대로 창조론은 그렇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진화론을 과학으로, 창조론을 종교로 보는 것은 너무 이분법적인 사고방식이며 둘은 분리해서 생각할 필요가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종교는 사람들의 신앙에 대한 영역이고 그와 별개로 과학은 탐구와 논증의 학문이다. 창조론처럼 "진화론의 일부분은 증거가 불충분하므로 종교로 설명하는 것이 옳다!"는 주장이 아니고서야 대다수의 천주교인들이 진화론을 믿는 것처럼 종교는 종교대로, 과학은 과학대로 분리해서 생각하면 종교와 과학이 모두 공존할 수 있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든다. 서로를 물어뜯으려는 공격적인 자세를 탈피하고 서로의 장점을 인정해주는 자세를 가지는 게 좋을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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