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초소 경비, 건수 아저씨

영통동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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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기원(wh1988ha)등록 2017.09.01 14:16
10초소 경비, 건수 아저씨

어제(31일) 아침 아파트 앞을 나서는 길, 늘 나와 반갑게 인사를 나누는 경비 아저씨를 인터뷰 하고 싶은 충동을 느꼈다. 8월 말이 되고 밤이 서늘해진 감이 있었는데, 아침 햇살은 경비 아저씨와 이야기를 나누기 좋은 딱 좋은 온도를 만들었다. 경비아저씨는 내 인터뷰 제안에 밝은 미소로 화답했다.

10초소에서 업무일지를 보는 건수 아저씨 ⓒ 조기원


신나무실주공아파트 10초소 모습 ⓒ 조기원


"내 이름은... 한건수야..."

인터뷰 도중 나는 처음 경비 아저씨 이름을 알게 되었다. 나는 인터뷰 어느 순간부터 아저씨와 친구가 되고 싶어, 경비 아저씨 대신 건수 아저씨라 불렀다. 3년 전 영통 신나무실주공아파트 10초소로 온 건수 아저씨는 나에게 당신이 살아온 인생을 들려주었다.

나는 물었다.

"건수 아저씨, 여기 오시기 전에 어떤 일을 하셨어요?"

그러자 건수 아저씨는 서랍에서 봉투를 꺼내어 나에게 보여주었다. 봉투 안에는 공인중개사 자격증 사본이 있었다. 나는 처음 자격증사본에서 건수 아저씨 사진에 눈이 갔다. 건수 아저씨는 젊었을 때 한 인물 했다. 그리고 재밌고 신기한 점은 그 사본은 85년도에 시행한 공인중개사 1회 자격증 사본이었다. 건수 아저씨는 공인중개사 시험이 생긴 첫 번째 시험에서 자격증을 딴 것이다. 나는 고대유물을 발견한 듯한 기분을 느꼈다. 건수 아저씨는 내가 유물을 발견한 후부터 인터뷰 목소리에 힘이 실린 듯했다.

건수 아저씨가 1985년도에 취득한 제1회 공인중개사 자격증 ⓒ 조기원


건수 아저씨는 아들이 하나이고 손녀딸이 3명이다. 손녀딸 셋 중 둘은 대학을 졸업했고, 막내 손녀딸은 내년에 대학을 졸업한다고 한다. 정년 퇴임 이후에 아들 내외와 함께 전원주택 생활을 했는데, 손녀딸들의 등하교 안전을 책임졌다고 한다. 문제는 손녀딸들이 같은 학교에 다니지 않아 등하교 시간에 항상 차를 타고 마을을 한 바퀴 도셨다고 한다. 그래도 손녀딸들이 귀엽다며, 이제는 대학까지 나온 자랑스러운 손녀딸들의 이런저런 에피소드를 들려주었다.

이따금 내가 새벽에 들어올 때면 건수 아저씨는 10초소에서 잠을 자고 있었다. 잠을 자기 불편한 공간 같아 보여, 내가 침상을 가리키며 잠자리가 괜찮냐고 묻자 아저씨는 침상을 구경시켜 주며 아파트 주민이 내놓은 농을 이용해 얼마 전에 직접 만든 수제 침대라며 자신의 손재주를 자랑했다. 수제 침대를 10초소에 들이기 위해 관리소 설비기사와 다른 초소 아저씨들이 동원되었다고 한다. 아파트 관리소 2층에 휴게소가 있기는 한데, 다른 근무자들이 왔다 갔다 하고, 조심한다고 해도 서로를 깨우게 되어 초소에서 자는 게 편하다고 한다. 건수 아저씨는 웃으며 이야기했지만 내 마음이 편치만은 않았다.

건수 아저씨가 농을 이용해 직접 만든 침대 ⓒ 조기원


이야기를 나누는 도중, 아파트 주민 한 분이 건수 아저씨에게 곡물 과자를 가져다주며 인사를 했다. 외에도 택배기사님, 주민분들, 다른 초소 경비 아저씨가 초소에 들렀다. 평소에는 잘 몰랐는데, 초소에 있으니 많은 사람이 초소에 오가는 걸 실감했다. 우리는 여러 사람이 오가는 초소에서 친절한 이웃 주민이 가져다준 곡물 과자를 먹으며 담소를 나누었다.

매일 아침과 저녁에 "경비 아저씨, 안녕하세요" 인사했는데, 이제는 건수 아저씨라 부르며 인사하려 한다. 우리 아파트 10초소 경비, 건수 아저씨 짱!

영통동 신나무실주공아파트 10초소 한건수 아저씨 ⓒ 조기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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