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어머니 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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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수(sanje0324)등록 2017.08.17 19:59

ⓒ 김진수


일제시대, 우리의 전통을 지키다 02

시월 상달에는 고사를 지냈다. 가을에 무르익은 청둥호박을 반으로 잘라 잎숟가락으로 씨와 속을 박박 긁어내어 딱딱한 껍질을 잘 벗겨내고 5밀리미터 정도의 두께로 잘 돌려가며 저며낸다. 저며낸 호박을 채반에 잘 널어서 말린 호박꼬지는 제사 전 날 3센티미터 정도의 길이로 잘라 깨끗이 씻어놓는다. 찹쌀과 콩은 하룻밤 불려놓고 팥은 푹 삶아서 돌절구에 풍풍 빻아놓는다. 가을 무로는 채를 썰었다.
큰 시루는 세 개 준비했다. 시루방석도 씻어놓았다. 크고 작은 목판과 형용색색의 상보도 내놓고 큰 함지박까지 꺼내었다. 맵쌀과 찹쌀은 함께 방아 찧어 놓았다. 첫번째 시루에는 시루 밑에 밑방석을 깔고 백지를 깐 다음에 팥을 먼저 넣고 맵쌀을 조금 두툼하게 얹히고 그 위에 다시 팥을 얹혀넣고 그 다음에 맴쌀을 얹히는 식으로 시루 위까지 올 때까지 차례대로 얹혔다. 두번째 시루에는 맵쌀가루에 무채를 섞어 잘 버무려 팥과 맵쌀가루를 차례로 넣고 시루 위까지 차례로 앉힌다. 세번째 시루에는 호박꼬지를 쏟아넣고 훌훌 섞은 찹쌀가루를 넣었다. 시루방석 위에 깐 백지 위에 호박 섞인 찹쌀가루를 얄팍하게 얹고 그위에는 콩 팥을 섞어 얹혀 시루 위까지 차례로 놓았다.
가마솥에 물을 붓고 세 개의 시루가 각각 가마솥에 앉혀지면 아궁이에 불을 지핀다. 시루번을 붙이는데 솥과 시루 사이에 김이 새어나오지 않게 하기 위해서였다. 시루번은 밀가루를 반죽하여 길게 떡가래처럼 만들어 솥 밑 가장자리에 뺑 돌려 꼭꼭 눌러 붙이는 것이었다. 장작불이 활활 타오르면 시루 위에 배보자기를 씌웠다. 한참 후에 김이 올라와 배보자기가 불룩해지면 솥뚜껑을 덮고 뜸을 들인다. 거기서 새어나오는 너무도 맛있는 그 냄새가 가을이면 기다려지던 행사의 절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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