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어머니 일제시대, 소학교에 들어가다 02 곧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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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수(sanje0324)등록 2017.08.17 18:40

ⓒ 김진수


나의 어머니

일제시대, 소학교에 들어가다 02

곧장 충무로(본정통)로 들어가게 되는데 본정통 중간쯤에는 미나가이 백화점이 있었다. 일본 사람들을 위한 백화점이라 일본 물건들이 가득 쌓여 있던 곳이다. 당시 남산 주변은 조선신궁을 둘러싼 용산과 고고구 신사 옆 연병장에서부터 후암동, 회련동, 남산동, 필동, 장충동까지 적산가옥(일본인이 우리나라에 재산을 가지고 있는)들이 빽빽이 몰려 있어서 그 쪽을 가리켜 일본 동네라고 하였다. 그곳은 일본의 국화인 벚꽃이 필 무렵이면 한 집에 두 세 그루씩 심어놓은 벚꽃들로 장관을 이루었다.
본정통에 자리잡은 미나가이 백화점은 일본인들의 편의를 위해서 지어진 건물이었으나 돈 없는 우리 조선의 어린이들에게 천국의 장소였다. 우리는 물건을 살 수는 없었지만 추위도 피할 겸 그곳으로 우르르 몰려 들어갔다. 우리는 1층부터 6층까지 돌아다니다 운이 좋으면 5층 영화관에서 어린이 영화 "모모다로상 긴다로상" 등도 볼 수 있었다. 영화까지 보는 날이면 날이 꽤 어두워졌다. 늦은 시간이라 소공동 입구의 치의전 쪽으로 방향을 틀어 조선호텔 앞을 지나서 시청 앞 덕수궁 돌담길을 돌아 재판소 건너편 정도 경성방송국 앞 경사길을 바쁘게 뛰어 내려갔다.
그때는 미나가이 백화점 외에도 회현동에 미쓰고시[신세계] 백화점과 소공동에 정자욱[미도파] 백화점, 종로에 박흥식씨가 운영하는 화신백화점이 있었다.
상급학년이 되어 도시락을 싸가지고 갔는데, 담임선생님은 붉게 물들인 우매보시[메실]을 백화점과 벤또[도시락] 가운데에 꼭 넣어서 싸오라던 지시를 하셔서 그대로 따른 기억이 난다.
5월이 되면 일본인들의 적산가옥에서는 고히노보리라 하며 물고기 모양의 큰 붕어를 바지랑대에 붙여서 지붕 위에 높다랗게 매달았다. 빨갛고 검은 물고기 같은 모양들이 물속이 아닌 하늘에서 펄럭이는 모습이 너무 멋있었다.
내가 소학교에 입학하던 해는 소화 16년이었다. 내 기억으로는 그 해 12월 8일에 일본은 강대국인 미국을 상대로 진주만에 자살 육탄공격을 했다. 그렇게 해서 대동아전쟁이 시작되었다. 전쟁이 한창중이던 그러던 어느 날 일본에 아끼히토 황태자가 태어났다. 일본인은 물론 우리 나라 사람들도 모두 축하하였다. 많은 행사가 열렸다. 광화문 네거리는 가장행렬로 인파가 들끓었고 곳곳에 꽃전차가 하루 종일 돌아다녔다. 관공서도 축제 분위기였다. 그리고 우리는 경축일에만 받던 찹쌀떡도 배급을 받았다.
얼마 안 있어 또하나의 승전소식이 들려 왔다. 일본군이 싱가포르를 함락했다는 것이다. 이때도 승리기념으로 남자애들은 말랑말랑한 누런 테니스 공 비슷한 공을 받았고, 여자애들은 그것보다 조금 더 큰 공을 받았다. 전시중이라 모든 것이 귀할 때 받은 선물이었다. 터지지 않게 조심스럽게 아끼며 가지고 놀았다. 아이들에게는 잊지 못할 승리의 기념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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