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와 [데미안]

- 정치는 인내의 연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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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선(paulus98)등록 2017.08.07 11:51
헤르만 헷세의 명작 [데미안] 첫머리에 이런 글이 나온다.

" 작가들은 소설을 쓸 때, 자기들이 하느님이라도 되듯, 그 누군가의 인생사를 훤히 내려다보고 파악하여, 하느님이 몸소 이야기하듯, 아무 거리낌 없이, 자신이 어디서나 핵심을 집어내어 써낼 수 있는 양 굴곤 한다."[범우문고]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의 당대표 출마 선언으로 국민의당이 매우 시끄럽다.

박지원 전 원내대표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당내 40명 의원 가운데, 30명 이상이 출마를 만류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당 대표 후보인 천정배 의원도 "안 전 대표의 오만,불통,갑질로는 국민의 당을 지킬 수도 살릴 수도 없다"고 강하게 반발했다.

심지어 국민의당에서 상당한 세력을 갖고 있는 동교동계에서는 안 전 대표의 출마를 해당행위로 규정, 출당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안 전 대표는 당내의 이러한 극심한 반발을 외면하면서, 왜 당대표 선거에 출마한 것인가?

안 전 대표는 출마선언문에서, "국민의당이 무너지면 거대 양당의 기득권 정치가 부활"한다는 명분을 내세웠다.

즉 한국 정치의 양당 구조를 일종의 적폐로 규정하고, 자신이 어렵게 만들어낸 다당제 구조를 시대정신이라고 주장하는 것이다.

정치인은 자신의 논리로 세상을 본다.

헤르만 헷세가 지적하듯, 정치인은 자신이 하느님이라도 되는 듯, 자신이 아니면 이  혼탁한 세상을 구할 자가 없다고 생각한다.

사실 안 전대표의 주장처럼  다당제가 맞는지, 양당제가 맞는지는  시대적 상황에 따른 것이지, 절대적 기준은 없다.

이러한 논리적 미비와 수많은 비난에도 안 전대표는 왜 출마를 강행할까?

첫째는 기업가적 마인드이다.

주지하다시피 안 전대표는 기업 경영자 출신이다.

기업가는 최소의 투자로 최대의 이윤을 추구하는 자들이다.

안 전 대표처럼 한국 정치에서 최소의 투자로 최대의 성공을 거둔 사람은 없다.

2011년 안랩의 시총은 2000억 수준이었다.

그러던 것이 안 전대표가 대선 후보로 거론되던 2012년에는 무려 1조 4000억원으로 급증했다.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2009년 현재 2000억, 150억에 불과한 회사라고 생각하면 정말 놀라운 일이다.

2016년 기준 안랩의 매출액은 약 1,500억원, 당기순이익은 약 150억원이다.

현재의 한국 경제에서 본다면 평범한 중견기업에 불과하다.

안랩이 소프트웨어 회사로서,  매출이 급격하게 신장되는 구조가 아님을 감안하면, 시총의 엄청난 신장은 안 전대표의 정치 입문으로 밖에 설명이 안된다.

정치 입문으로 안랩과 안철수 전 대표는 투자대비 엄청난 수익을 거둔 것이다.

이 모든 것이 2012년에서 2017년  5월 대선까지 사이의 단 5년만에 이루어진 일이다.

안랩의  100배 정도 되는 매출액을 자랑하는 정몽준 현대중공업 회장이, 20여년간 정치에 혼신을 다하면서도 이루지 못한 거대한 정치, 경제적 성과였다.

둘째는 안 전대표가 맛 본 정치권력의 단맛이다.

권력은 마약과 같다고 한다.

일단 한번 맛보면 절대 끊을 수 없는 마약이다.

안 전 대표가 처음 정치에 진출한 것이  201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이다.

아무런 정치 기반이 없던 안 전 대표가, 압도적 지지율을 받던 시절이다.

그리고 박원순 현 시장에게 후보자리를 양보하자 마자, 이번에는 유력한 대선 후보가 된다.

2016년 총선에서는 스스로 국민의당을 창당하여,  호남을 석권하고 일약 원내 제3당을 만들었다.

전국의 수많은 자원봉사자들이 자발적으로 철수산악회 등을 만들어 안 전대표를 지지했다.

전직 장관, 군장성, 대학교수, 정동영, 박지원, 천정배, 박주선과 같은 당대 유력정치인 등이 안전 대표의 캠프로 몰려들어, 대통령 안철수를 만들려고 혼신의 노력을 기울였다.

안 전대표는 "대한민국에서 스스로 정당을 만들어 낸 사람은 김대중, 김영삼과 자신"이라고 큰소리를 쳤다.

안 전대표의 일거수 일투족이 뉴스의 촛점이 되고, 안 전대표의 한마디에, 정부 정책이 바뀌거나 정국이 휘정거렸다.

수많은 지지자들이 안 전대표를 애워싸고 환호를 보낸다.

정부와 여당은 법안 통과를 위해, 국민의당 눈치를 본다.

기자들은 국민의당 관련 문제만 생기면, 현재는 아무런 직책이나 실권도 없는 안 전 대표 자택 앞에서 진을 치고 취재한다.

정치 이력이 짧은 안 전대표가 껴안기에는 너무 버거운 정치적 승리를 거둔 것이다.

이것이 역으로 안 전 대표가 대중과 정치라는 마약에 취해버리도록 만든 것이다.

아마도 안 전 대표가 정치에 입문하지 않고 안랩을 그대로 운영했더라면, 벤처기업협회 회장 정도의 위치와, 한국 최초의 컴퓨터 백신 개발자 정도로의 존경을 받았을 것이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고 급변하는 인터넷 기반 지식 산업 사회에서 이러한  명예는 한순간에 불과하다.

네이버와 카카오톡의 등장은 안랩의 영광과 안철수의 명예를 능가하는데 아무런 장애가 없다.

다시말하면 안 전대표가 정계를 은퇴하고, 다시 기업가의 길로 간다면, 아무런 권력도 없고, 대중에게 곧바로 잊혀질 구조인 것이다.

나는 이러한 배경이 안 전 대표가 각종 반대를 무릅쓰고 당대표 선거에 출마한 진정한 배경이라고 분석한다.

매일 매일의 후레쉬 불빛과, 수많은 기자들의 둘러쌓임, 그리고 자신이  국회의원, 지방의원을 당선시킬 수  있다는 생각, 정부 정책을 이리저리 휘두를 힘이 있다는 생각에 너무 깊게 취해버린 것이다.

인터넷에 떠도는 [데미안]의 현대 버전으로 돌아가 보자.

스스로 알을 깨면 새가 되고, 타인이 깨주면 후라이가 된다고 한다.

한국 현대 정치의 거물인 YS와 DJ야 말로 데미안의 주인공이다.

두 거인은 혹독한 독재 속에서, 수많은 패배 속에서, 인내를 배웠고,  40여년 만에  스스로 알을 깨고 나왔다.

여기에서 그  두 거인은  우리에게 교훈을 준다.

정치는 곧 인내라는 것이다.

모욕과 굴욕을 참으며 한없이 기다려야 한다는 것이다.

이 점을, 정치 인생  겨우 7년차 안 전 대표가 깊이 새겨야 할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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