훈련하면 자존감이 생기나요?

[서평] 윤홍균 <자존감수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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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연주(gotozoo3)등록 2017.08.01 11:04
언젠가부터 서점은 '자존감'에 잠식 당했다. <자존감 살리기>, <자존감 향상>, <자존감을 부탁해> 등등 저마다 나의 '자존감'을 되찾아주겠다는 처방전들이 즐비하다. 그리고 그 처방전들은 꽤 잘 팔리고 있다. 왜일까? 갑자기 우리가 모르는 사이에 우리의 '자존감'이 수많은 처방전이 필요할 만큼 치명적 외상을 입은 것일까?

<자존감수업>의 저자 윤홍균은 수많은 처방전이 존재하는 이유를 바야흐로 셀프로 자존감을 지켜야하는 시대이기 때문이라고 진단한다. SNS로 우리는 전 세계와 소통하지만 반면으로 우리는 끊임없이 우리 삶과 타인의 삶을 비교한다. SNS에서 살고 있는 나의 친구는 멋진 인테리어가 가득한 집에서 멋진 휴가를 보내며 멋진 연애를 하는 듯한데, 나는 아니다. 그렇다고 해서 누구에게나 고민을 털어놓을 수도 없다. 저 살기도 바쁜 부모 형제들은 내 고민을 돌봐주기에는 여유가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남들은 다들 결혼도 잘하고 취직도 잘하고 삶과 일의 절묘한 균형까지 잘 유지하며 사는 것 같은데 나만 늘 제자리라는 자괴감에 빠진다는 것이다.

자존감 만땅에 자신감까지 풀옵션으로 빵빵하게 채운 사람이라고 하더라도 출근길 지하철에 "10분만 시간을 내서 영어공부에 투자하세요." 라는 광고를 보면 남들은 출근시간마저 쪼개서 저렇게 치열하게 사는 구나 싶고 괜스레 놀라운 수준이 아니라 쓸 만한 수준에 지나지 않는 내 영어점수가 부끄럽다. 이렇게 또 내 자존감은 -1 하락한다.

친구의 바뀐 카톡 프로필에도 -1의 하락을 입고 출근 후 직장상사의 괜한 딴지와 지적에도 내 자존감은 -1로 하락한다. 이러다 업무상 실수하도 하나 한 날이면 -1이상의 자존감 하락은 물론이거니와 생각보다 깊은 내상을 입는다.

그렇다고 해서 친구한테 힘들다고 내 이야기를 하려고하면 기다렸다는 듯이 친구는 "야~ 넌 나은 거야 난 말야..." 라며 자기 이야기를 늘어놓기 시작한다. 고

민을 덜려고 만난 친구들과의 술자리는 이렇게 불행 성토대회가 되어버리고 만다. 그러다보면 처음엔 빵빵해서 좀처럼 없어지거나 닳아지지 않을 것 같은 내 자존감도 바닥이 나고 어느새 나는 자존감이 낮은 사람처럼 혹은 루저처럼 느껴지는 것이다.

셀프로 자존감을 지키기 위한 수업은 그래서 필요하다. 자존감이라는 것이 마르지 않는 샘물처럼 계속해서 퐁퐁 솟아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우리는 이제 우리를 지키는 법을 배워야 한다. 나를 시도 때도 없이 비난하는 사람들로부터 나에게 끊임없이 요구하는 세상으로부터 나를 보호해야한다. 비판과 비난을 구분하는 법을 배워야하고 비판이 아닌 비난으로부터 과감하게 결별할 줄 알아야 하며 충고를 가장한 비난에는 매우 능숙하게 돌려주는 법도 배워야한다. 그래야지만 영원히 퐁퐁 솟아나지 않는 나의 자존감이 안전할 수 있다.

좋다. 이제 나는 나의 자존감하락이 내가 선천적으로 자존감이 낮은 사람이어서가 아님을 혹은 나의 어릴 적 가정환경이 매우 불행해서도 아님을 -프로이드 선생의 영향인지 아니면 수많은 심리학책의 영향인지 우리는 언제나 모든 문제를 가정환경에 찾는다.

그러나 어느 가정이나 문제는 있기 마련이다.- 깨달았다. 그런데도 여전히 개운치 않다. 과연 자존감이라는 게 훈련하면 생기는 것인가? 수업을 하면 달라지는 것인가? 나처럼 원래 자존감이 낮은 사람에게 노력이란 비효율적인 행동은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든다.

<자존감수업>의 답은 물론 제목에 명시해놓은 것처럼 간단하다. 자존감을 회복하기 위한 수업과 훈련을 한다면 자존감은 얼마든지 회복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물론 방법도 까다롭지 않다. 자신의 장점을 적어보기나 자신을 비난하지 않기 등등 간단하다. 말하자면 나의 시선을 '타인' 이 아니라 '나' 에게 돌리는 것이다.

우리는 타인이 무엇을 원하는지 타인이 어디가 예쁜지 등에 관심이 많다. 심지어 타인이 어디서 무슨 옷을 사고 어떤 머리스타일을 했는지조차 늘 관심을 가지고 지켜본다. 그런데 정작 우리에겐 크게 관심이 없다 나는 어떤 장점을 가진 사람인지 어디가 예쁜지 나에게는 정작 인색하다. <자존감 수업>은 이 인색함을 버리라고 말한다. 자신에게 좀 더 포커스를 맞추고 집중하라는 것이다.

인스타 관심증과 상사의 오지랖과 친구의 비난 섞인 충고가 어질어질했다면 오늘 저녁에는 나만 생각해보자. 주말에 다른 사람이 뭐했는지 누구는 어디에 여름휴가를 갔는지 보다 내가 무엇을 할지 나는 오늘 어떤 감정이었는지 좀 더 면밀하게 관찰해보자. 내가 아는 나보다 훨씬 훌륭한 내가 내안에 자리잡고 있을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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