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의 비핵화 해법이 달라져야 한다

협상이란 Give & Take 기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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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금석(ckskm)등록 2017.07.19 16:10
문재인 정부가 북을 향해 조건 없는 군사당국회담과 적십자회담을 제안했다. 주요 의제는 군사분계선에서의 적대행위 중단과 이산가족 상봉이다.

17일 서주석 국방부 차관은 오는 21일 판문점 북쪽 지역 '통일각'에서 남북군사당국회담을 개최할 것을 북쪽에 제안했다. 또 같은 시각 김선향 대한적십자사 회장 직무대행도 적십자회담을 8월1일 판문점 우리 쪽 지역인 '평화의 집'에서 열자고 제안했다.

이번 회담 제의의 가장 커다란 특징은 그동안과 달리 회담의 성사를 위한 아무런 전제 조건을 달지 않았다는 점이다. 그동안 우리 정부는 남북관계 대화의 조건으로 '적절한 조건'이나 '올바른 여건'이란 단서를 달아 왔다. 이러한 조건이 북의 비핵화나 국제사회(특히 미국)의 이해와 동의를 의미한다는 것에는 큰 이견이 없다. 그래서 베를린 구상 발표의 후속 조처로 받아들여지는 이번 회담 제의는 북핵 문제 해결과 함께 남북관계의 복원을 동시에 추진하겠다는 정부의 의지로 평가되고 있다.

그러나 우리 정부의 바람과는 달리 이번 회담의 성사 여부는 대단히 불투명하다. 우선 문재인 대통령이 前 미국 대통령인 오바마를 만난 자리에서 "지금이 북한이 대화의 문으로 나설 마지막 기회가 될 것"이라고 한 발언은 대화 상대인 북을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회담 제의 전 발언이라고 하기엔 대단히 부적절한 발언이라 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북이 문재인 대통령의 신베를린 선언이라 불리는 한반도 평화구상에 대해 혹독한 평가를 하고 있는 것도 하나의 이유다. 노동신문에 따르면 북은 문재인 대통령의 평화구상에 대해 '외세의존과 동족대결의 본심이 그대로 녹아 있다'는 지적을 하고 있다.

북은 평화구상에 담긴 "평화의 가장 큰 위협이 북핵이며, 북 비핵화는 한반도 평화를 위한 절대조건이고 북이 핵도발을 중단하지 않는다면 더욱 강한 제재와 압박 외에는 다른 선택이 없다"는 주장에 대해 "외세를 부추겨 우리(북)를 무장해제 시켜보겠다는 흉심을 그대로 드러낸 가소로운 망발"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그렇지만 그동안 북이 수차례에 걸쳐 남북 간 긴장 완화를 위한 군사회담 개최를 제안해 왔다는 점에서 회담 성사가 전혀 불가능한 것만은 아니다. 그러나 회담이 성사 되더라도 우리의 제안대로 군사회담과 적십자 회담이 분리돼서 개최될지 또 다뤄질 의제가 군사분계선에서의 적대행위 중단과 이산가족 상봉에 국한될 지는 불투명하다.

이런 가운데 우리가 예상해 볼 수 있는 북의 반응은 크게 두 가지다.

첫째는 북이 우리 정부의 제안을 받아들이되 군사회담에서 다룰 의제로 한미연합군사훈련의 중단과 같은 내용을 포함시키자고 역으로 제안을 하는 경우다. 실제로 북은 2015년 신년사를 통해 한·미 연합훈련 중단을 요구했고 북의 관영매체들은 "연합훈련을 임시 중단하면 핵실험을 임시 중단하겠다"는 제안을 하기도 했다. 우리의 경우도 문재인 대통령의 통일외교안보 분야의 문정인 특보는 "북한이 핵·미사일 활동을 중단하면 미국의 전략자산 배치와 한·미 합동군사훈련을 축소하는 방안을 북핵 문제 해법의 출발점으로 생각해볼 수 있다"는 내용의 발언을 한 바도 있다.

그러나 그동안 남북대화가 완전히 단절되었던 상태에서 곧바로 북의 핵과 미사일 시험의 유보와 미 전략자산의 한반도 전개와 한미연합훈련 중단을 연계하는 문제는 결코 쉬운 문제는 아닐 것이다. 또 한미정상회담을 통해 한반도 문제해결의 주도권을 확보했다고는 하나 여전히 우리 정부가 북핵문제 해결의 기본 틀로 한미동맹을 설정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이는 대단히 어려운 문제다. 미국은 한국정부가 북을 향해 대화를 제안한 현재의 상황에 대해서도 아직 대화를 시작할 단계가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밝히며 불만을 표시하고 있다.

이런 점을 감안할 때 북이 설사 군사회담에서 다룰 의제로 한미연합군사훈련의 중단을 제안하더라도 우리 정부가 이를 당장 수용할 가능성은 희박하다. 다만 이번 회담을 계기로 남북 간의 대화가 재개되고 이러한 변화가 한미 양국이 내걸고 있는 '적절한 조건'이나 '올바른 여건'으로 해석된다면 이 또한 전혀 불가능하지만도 않을 것이다.

두 번째는 군사회담과 적십자회담이라는 개별 회담의 형태를 벗어나 고위급회담을 통해 남북 간 제기되는 전반적인 문제를 함께 다루자고 북이 제안할 가능성이다. 북은 지난 2015년 8월에도 김관진 국가안보실장과 황병서 총정치국장 간의 고위급 회담을 제안하기도 하였다. 이 경우에는 남과 북의 관심사안에 대한 포괄적인 논의가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을 수 있다. 또 이 자리에선 이산가족상봉 문제와 북의 해외식당 여종업원과 김련희 씨 송환 문제 등 민감한 문제에 대한 극적인 타결도 예상해 볼 수 있다. 그러나 두 가지 사안이 인도주의와 체제선택의 문제라는 점에서 결코 타결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점은 충분히 미뤄 짐작할 수가 있다.  

그러나 그 어떤 경우라도 대화에 대한 의지를 꺾어서는 안 된다. 대화야 말로 지금 우리가 처한 한반도 긴장과 위기를 해소할 수 있는 유일한 방안이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6.15 공동선언'과 '10.4 정상선언'으로의 복귀와 항구적인 평화 체제를 구축을 위한 평화협정 체결의 의지를 밝힌 문재인 대통령의 한반도 평화구상은 높게 평가받을 만 하다.

하지만 민족의 화해와 협력을 강조하면서도 국제사회의 공조를 강조할 수밖에 없고 대화를 이야기하면서도 제재방안을 강구해야만 하는 우리의 현실은 북핵문제 해법의 복잡 미묘한 특성과 결합해 난제로 다가오고 있다.  

분명한 것은 김대중, 노무현 정부 당시의 북은 핵을 개발하고 있는 나라였다. 그러므로 북의 비핵화는 (남)북미평화협정 체결을 통한 체재보장을 통해 가능했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지금의 북은 이미 핵을 보유하고 있으며 공개적으로 ICBM 발사시험에 성공한 나라다. 이미 스스로 체재를 지킬 수 있는 자위력을 확보했다고 자임하고 있는 나라인 것이다.

그렇다면 이제 북의 비핵화를 도출할 수 있는 해법이 달라져야 한다. 이것이 상식이다. 좀 더 단계별로 세분화 되어야 하고 각 단계별로 줄 수 있는 카드가 마련되어야 한다. 얻고자 하는 결과물만 강조하는 것은 대화가 아닌 힘을 통해 윽박지르겠다는 것과 별반 다를 것이 없는 전략이다. 협상이란 기본적으로 Give & Take (주고받기) 기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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