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치성 질환의 희망, 가까운 곳에 있다

법이 우선인가, 생명이 우선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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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용현(vistaichi)등록 2017.07.10 11:58
상상을 한 번 해봅시다. 여러분 혹은 여러분의 가족이 난치병에 걸려서 수년째 고통스러워하고 있습니다. 좋다고 하는 방법은 모두 시도를 해보고 좌절하다가, 고통을 줄여주고 병을 낫게 해줄 방법을 찾았습니다. 그런데 여기에는 한 가지 문제가 있습니다. 그 치료법이 한국에서는 불법으로 규정되어 있다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하겠습니까?

호주에 사는 아담 쾨슬러의 딸 루머 로즈는 2014년 12월 24일, 만 2살밖에 안 되는 어린 나이에 신경암(신경아세포종) 4기 진단을 받았습니다. 밝게 웃던 루머 로즈는 병마로 고통의 나날을 보내고 있었고, 아버지인 아담은 딸의 고통을 줄여주고 싶었습니다. 그러던 차에 아담은 의학용 대마초 오일이 암 치료에 도움이 된다는 이야기를 듣고, 아이에게 투여했습니다. 놀랍게도, 아이는 생기를 찾았고 식성이 돌아왔으며 아픔도 줄어든 듯했습니다.

아담 쾨슬러와 그의 딸 루머 ⓒ Adam Koessler


그는 자신의 페이스북(https://www.facebook.com/adamfearlessfather)에서 "광범위한 조사와 상담을 마친 후 마리화나(대마초) 오일을 치료에 사용했다. 결과는 놀라웠다. 우리가 목격한 것은 거의 기적에 가까웠다. 암의 지배를 받던 그 작은 몸이 다시 살아난 것처럼 보였다. 루머는 잠시나마 삶의 질을 회복한 듯했다. "아빠 배가 안 아파" 아이는 마치 챔피언처럼 먹어대기 시작했고 살이 올랐다. 침대에 누워 두 발을 웅크리고 있는 대신 밖에 나가 놀자며 나를 졸랐다"고 밝힙니다.

당시 대마초 오일은 호주에서 불법 약물로 취급되었고, 그는 16세 미만의 아이에게 불법 약물을 제공한 혐의로 체포되었습니다. 누리꾼들은 아담과 로즈를 위해 '아픈 자녀를 어떻게든 살리고 싶은 부모를 존중해야 한다'며 청원 운동을 펼쳤습니다. 아담은 경찰에서 풀려날 수 있었지만, 딸을 더는 만날 수 없다는 조건이 붙었고, 딸 로즈는 결국 암으로 사망했습니다.

아담 쾨슬러와 루머의 투병과 체포에 대한 기사 ⓒ Adam Koessler


대마초에 대한 정치적, 사회적 논의는 차치하더라도, 그 의료적 효능에 대해서는 재조명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게 세계적인 흐름입니다. 마약류의 기준이 되는 금단성과 의존성은 카페인보다도 낮고, 항암·항진경·항우울·항경련 등 다양한 의료적 효과로 인해서 널리 연구가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대마초의 의료적 효능에 대해서 수만 편의 논문을 인터넷으로 검색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이유로 인해서 하루가 다르게, 의료적 목적으로 합법화하는 나라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앞서 예를 든 호주에서는 2016년 대마초의 의료적 이용이 합법화되었습니다. 루머 로즈의 경우처럼 절박한 사람들을 위해서겠지요. 캐나다에서는 2001년부터 의료용 대마초가 허용되었으며, 자유당 정부는 올해 전면 합법화를 약속했습니다. 이스라엘에서는 1990년부터 의료적 목적으로 대마초가 허용되었습니다. 유럽의 많은 나라들이 대마초에 대해서 관대하며, 독일, 체코, 폴란드 등에서 의료용 대마초를 법적으로 허용하고 있습니다.

한국의 영원한 우방인 미국에서는 어떠할까요? 미국의 23개 주에서 의료용 대마초가 합법화되었으며, 이 수는 앞으로 늘어날 전망입니다. 이에 따라 관련 산업도 크게 성장하고 있습니다. 대마초의 치유성분인 CBD가 함유된 제품들은 마트에서도 구매할 수 있으며, 소아 및 애완동물용 제품들도 대거 등장하고 있습니다. 혹자는 대마초 합법화가 세수 확대에도 기여할 것이라도 보고 있습니다. 대마초의 성분을 이용해 병을 치료하는 의사들의 학회도 있습니다.

미국의 의료용 대마초 합법화 현황(주별) 진한 녹색 - 성인의 여가용/의료용 합법화 녹색 - 의료용 합법화 연한 녹색 - CBD(대마의 치유성분)만 허용 회색 - 허용 법령 없음(연방법 기준) ⓒ USA Today


그렇다면 한국에서는 어떨까요? 사실 이미 여러분들은 대마초를 쉽게 접할 수 있습니다. 삼베옷은 대마초의 섬유로 짠 것이며, 몸에 좋다고 널리 알려진 헴프씨드는 대마초의 씨앗입니다. 다만 '대마초'라는 단어에 대해서 한국 사람들이 거부감을 가지기 때문에, '헴프씨드'라는 이름으로 부르는 것입니다.

하지만, 의료적 목적으로는 아직 시도조차 못 하고 있습니다. 한국 의사들이 환자들에게 무심해서 그런 것은 아닙니다. 그저 법적으로 허용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아편에서 추출한 마약성 진통제는 사용할 수 있지만, 대마초는 사용할 수 없습니다.

혹자는 말합니다. '악법도 법이니, 꼭 지켜야 한다'고. 저는 묻고 싶습니다. '국민의 건강권을 침해하는 법이라면, 그 법은 왜 존재해야 하느냐?'고 말입니다.

지난 6월 29일, 서울혁신파크에서는 '의료용 대마 합법화 운동본부('운동본부') 창립대회가 열렸습니다. 비슷한 시기에 연예인 탑이 대마초 사용으로 인해 구속되고, 사회적 질타가 쏟아지던 것을 생각하면 아이러니한 일입니다.  운동본부의 회원들은 "대마의 실제 작용이나 효용보다는 정치적인 선전으로 인해 부정적인 인식이 강하다"며 환자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다고 알리고 싶다고 밝혔습니다.

운동본부의 주최자인 강성석 목사는 "목회활동을 하다가 고통받는 환자들을 보면서 도움이 되고 싶었다"며 창립계기를 밝혔습니다. 강 목사는 "당장 의료용 대마가 필요한 환자들과 그 가족들에게 도움이 되고 싶다"며 "이는 생존의 문제이자 모두를 위한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한국에서는 박정희 정권때 대마초가 불법화되었습니다. 대마초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은 박정희 정권의 유산이라고 볼 수도 있겠습니다. 전세계적인 흐름과 더불어 그 유산이 소멸될 수 있을까요?
덧붙이는 글 우리는 이제 깨어나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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