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보다 많은 죽음의 나라 인 것을 망각하고 사는 나라, 한국

이 수많은 자살은 그저 개인들의 문제일 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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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수(minuchin)등록 2017.06.22 18:16
문재인 대통령에게 바란다. - 죽음의 나라 한국을 생명의 나라로 바꾸어주세요.

국민의 심리정신문제를 최우선시 하지 않는 정부의 성공은 없다. 심리적 안정이야말로 온 국민의 사기충천에 가장 중요한 사회적 자본이다. 불가능한 전쟁을 승리로 이끄는 원동력이 병사의 사기에 있듯이 국민의 사기는 역경에 처할수록 가장 중요한 자원이 된다. 케네디 대통령, 나폴레옹, 그리고 사회학자 콜맨을 인용한 말들이다. 만일 국민 대다수가 불안과 공포 혹은 강박이 지배하는 심리세계에 처해있다면, 시급한 처방을 하지 않고 회복될 가능성은 없다. 모두가 알다시피 작년에 아주 극적인 역사적  처방을 통해 회생의 방향을 잡긴 했다. 하지만 국민들이 빠져있는 마음의 늪은 여전히 질곡의 상태이다. 그 이유는 한국이 생명의 나라가 아니라 죽음의 나라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끔찍한 저출산율 지표는 그 죽음들의 결과이다. 한국은 국민 전체 사망원인 중 4위가 자살인 나라 즉 흔한 사망 원인이 자살인 나라이다. "너 어떻게 죽을거니?", "아마 자살로 죽을 것 같아" 일상의 이런 대화가 통계만 놓고 본다면 낯설지 않다. 작년 한해 13,000여명이 자살했고, 한때 15,000명을 넘어선 적도 있으며, 그렇게 지난 10년간 20만명이 넘는 사람이 자살했다. 그리고 그 자살의 영향, 즉 살 이유가 없다고 느끼거나, 살기가 너무 고통스럽거나, 더 살아낼 수가 없어서, 죽는 사람들의 영향은 주변사람들의 가슴에 차갑게 남아있다. 그 망자들이 적어도 10명 이상의 사람들에게 유서로, 유언으로, 저주, 원한, 불만, 회한, 죄책감, 서러움, 고통, 아쉬움, 허무함을 남겨놓고 갔다. 그리고 이 기운은 도처에 퍼져있다. 부모의 자살을 목격한 트라우마의 아이들도 엄청난 숫자이다. 이 20만명도 넘게 죽은 자살자의 수를 놓고 외국의 한 학자는 '한국이야말로 지금 킬링 필드네요'라고 했다. 지금 우리는 아무 일도 없다는 듯이 지내고 있지만, 자살자의 수로만 보면 이곳 한국은 '무언가 알 수 없는 내전'이 벌어지고 있는 나라이다. 미사일이나 총탄보다 더 무서운 그 어떤 무기가 우리 국민들을 자살하도록 저격하고 있다. 한번 뿐인 생애를 스스로 죽도록 하게끔 하는 어떤 '앓이, 병, 상태'가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매일 전국 어디선가에서 30명에서 40명 사이가 저격당해 죽고, 그 영향으로 공포를 마음에 갖게 된 사람이 300명, 400명이다. 그러니까 이 화려하고 시끄러운 나라의 겉모습을 한꺼풀 베껴내어보면, 죽음을 준비하고 있는 사람들의 행렬이 길게 이어져 있는 상태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국민의 죽음에 대한 정부의 조치는 없다고 말하는 것이 낫다. 없는 것이 아니기는 하지만 있다고 말하기에는 창피한 수준. 자살이 심각한 사회문제가 아닌 나라나 연방국가들의 주정부 하나만도 못한 수준. 중앙부처에도 비전문가 출신의 몇 명의 공무원. 과거는 그랬다. 그런데 새 정부는? 새 정부의 국가적 100대 의제에 애매모호하게 들어갔다고 봐야하나, 아닌가 하는 수준. 그러면 도대체 한국의 정책을 개발하는 사람들에게는 과거나 현재 모두 무엇이 그렇게 중요할까? 국민의 목숨이 아닌 무엇이 그들에게는 더 중요한 우선순위일까? 바로 그 질문을 4년전 런던의 한 대학 강의실에서 다른 이들에게 받았다. "한국이 자살률 높은 나라인 것은 알겠는데, 그렇다면 자살률을 낮추기 위해 정치인, 관료, 학자, 혹은 유가족들은 무엇을 하는가?" 그 자리의 영국 교수가 나를 더 부끄럽게 만들었다. "자살율보다 더 쇼킹한 사실은 정부가 확고하게 하는 것이 없다는 것 아니겠어요. 한국은 숭고한 죽음에 대해 아직 생각 못하는 나라인거지요?" 그리고 이어진 사적 자리에서는 더 불쾌한 폭언을 추가했다. "내가 듣기로는 정부의 수장인 대통령에게 국민 소식을 전해주지 않는다고 들었다, 국민과 소통되지 않고, 위계가 너무 경직되었다고 들어, 한국은 연구 대상이 되어야하는 나라이다". 라고 했다. 그것도 얼마전까지의 일일뿐이다.  더 이상의 민주주의 후퇴가 있어서는 안된다고 말한 새 대통령의 연설, 그리고 그가 보이는 위계의 파괴와 국민소통의 의지에 희망을 걸고싶다. 그런데 열기가 끓어오르지를 않는다. 왜? 2018년도 예산을 가늠하는 단계에서 이미 자살예방과 관련된 예산을 늘릴 수 없다는 소식들이 들려오고 있어서이다. 또 뻔뻔한 작태를 보일 예정인가보다. 알량한 복지부가 정신보건관련 전문가들에게 쥐꼬리만한 예산주고 자살자 줄지 않는다고 자문하고, 핵심사업주체를 변경하고, 자살예방행사에 방문한 무지한 장관에게 예산은 줄이지만 10년내 자살자는 반으로 줄이겠다는 연설을 하게끔 하는. 그리고 끝으로 기재부가 안해준다고 불평할 예정인가보다. 대통령 직속으로 국민생명위원회가 하루 속히 생겨나기를 바란다. 죽음의 장막을 걷어주기를 간절히 바란다.

명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김 현 수 (전 경기도 자살예방센터장, 전 중앙심리부검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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