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화투쟁 고생하셨어요, 저희가 돈을 좀 모았거든요

관료는 죽지 않는다, 다만 납작 엎드려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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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요한(ichan1)등록 2017.06.01 09:22
장면 하나, 1997년, 역사적인 수평적 정권교체를 하고 나서, 다들 들떠 있던 새정치국민회의의 모 회의, 졸지에 여당이 된 이 당의 모 중진 의원은 당 연수원에서 당 간부들을 앉혀두고 신나게 떠들었다.
"여러분께 개혁의 쌍권총을 채워드리겠습니다"
그러나 개혁을 위한 치밀한 전략이나 전술 따위는 언급되지 않았다. '제 2건국위원회'라는 옥상옥 조직의 임명장만 나부꼈다.

장면 둘, 오랜 민주화투쟁과 정치를 했던 어떤 인사, 이름 있는 공기업의 상임감사로 부임하자 간부들이 조용히 이야기 한다.
"감사님, 오랜 기간 민주화 투쟁을 하시면서 고생하신 것을 저희가 잘 알고 있습니다. 실컷 고생만 하셨으니 노후준비나 하셨겠습니까? 저희가 감사님 노후 자금을 좀 준비했습니다."
현금 4억 원 이란다. 깐깐하기로 소문난 상임감사를 구워삶아야 하는 공기업의 간부들이 '약점'인 노후 문제를 '돈'으로 발라버리기 위해 준비한 것이다. 그날 상임감사실 테이블이 뒤집어졌고 박살났다. 간부들은 '돈'이 통하지 않는 사람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관료가 만들어낸 캠페인, '제 2건국위원회'의 실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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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개혁론자 김상조가 마운드에 등장했다. 장하성은 청와대 정책실장으로 임명되었다. 문제는 이들이 재벌을 개혁하기 전에 먼저 관료장악부터 하지 않으면 실패하기 십상이라는 데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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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사례를 든 장면 1의 제 2건국위원회를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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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새정치국민회의는 정권교체는 이루었으나 여당준비는 제대로 하지 못했다. 후보자(김대중)만 준비되었을 뿐, 정작 당은 준비가 되지 않았으니 상황이 어떠하겠는가? 더군다나 건국 이래 초유의 사태라고 불리는 IMF 비상시국으로 인해 당선자 김대중은 당선 즉시 사실상의 대통령 업무를 볼 수밖에 없는 처지였다. 누군가 '제 2건국위원회'를 제안했나보다. 검토지시가 내려왔고 일사분란하게 체계화 되었다. 위키백과에는 제 2건국위원회의 목적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서술해 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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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의 건국이념을 바탕으로 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완성하기 위한 국정전반의 개혁과 범국민운동의 효율적인 추진 및 지원에 관하여 대통령의 자문에 응하기 위하여 대통령소속하에 제2의건국범국민추진위원회를 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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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권이 50년 만에 바뀌었다. IMF를 야기한 원죄를 가진 정당의 정치인은 물론이요, 재벌과 이에 결탁한 공무원, 여기에 빌붙어 기생충마냥 혈세를 낭비한 사람이 어디 한 둘이겠는가? 요즘말로 적폐세력이 득시글거리고 있었다. 이들을 가장 먼저 정리해야 하지만 당시 시대적 상황의 한계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김대중 정부는 이를 정리하지 못했다. 대신 '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완성하기 위해 '조직'을 만들었다. 결국 이게 뭔지도 모르면서 임명장 받으려고 줄 선 세력만 양산했다. 후에 김두관 행자부 장관은 제 2건국위원회에 대해 "제 2건국위는 관 주도의 운동이었고, 일부 지역에서는 유지들의 사랑방 역할 밖에 하지 못한 실패한 운동"이라고 이야기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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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 이 아이디어는 어디로부터 나왔을까? 필자는 관료로부터 나왔으리라 단언한다. 관료는 생명력이 강하다. 고급정보와 화려한 논리로 무장해 있다. 아니나 다를까, 제 2건국위원회는 대통령 자문기구라는 이름과 달리, 그저 그런 관변단체로 전락했다. 행정자치부 장관을 단장으로, 국무조정실 정책기획수석을 부단장으로, 각 부처의 차관 등을 위원으로 구성되었고 실무를 맡은 기획운영실은 운영국, 총무국, 협력국, 교육홍보국, 대변인실로 나뉘어 업무를 분장했다, 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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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화려한 조직은 어떤 '제 2건국운동'을 펼쳤을까? 평가하는 이에 따라 다 다르겠으나 '신지식인'이라는 것을 양산했다. 알려지기로는 1998년 12월 4일, 제 12차 경제대책조정회의에서 당시 김태동 정책기획수석이 학력위주의 지식인 개념을 독창성과 능동성 위주로 확장시킨 '신지식인상'을 보고했고, 이듬해 신지식인 찾기 운동이 바로 이 '제 2건국운동'과 맞물리면서 1호 신지식인으로 영화감독 '심형래'씨(개그맨 맞다!)를 선정한 것이다. 문제는 그가 신지식인 광고에 나와 "새로운 아이디어가 있으면 당신도 신지식인입니다."라고 이야기 한 것이다. 심형래씨는 영화 '용가리'로 272만 달러 수출계약을 성사시켜 제 1호 신지식인 타이틀의 영예를 거머쥐었다. 이 신지식인의 미션은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것이고, 결국 부가가치를 창출하지 못하는 사람은 '구지식인'이 될 수밖에 없었다.(제 2호 신지식인은 '안철수'였다. 그 역시 엄청난 부가가치를 창출한 인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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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중 정부 역작(力作) 신지식인 1호 심형래 1호 신지식인으로 선출된 심형래씨는 '272만 달러의 수출계약'이라는 부가가치로 인해 신지식인 되었다. 부가가치를 창출하지 못하면 지식인지 되지 못하는 상황이 도래한 것이다.(1999년 4월 2일 매일경제 6면 신문캡쳐) ⓒ 매일경제


김대중 대통령이 직접 "제2의 건국은 우리가 역사의 주인으로서 국난에 처한 나라를 구하고 그 운명을 새롭게 개척하려는 시대적 결단이자 선택" 이라 제창했으나, 2003년 4월, 제 2건국위는 선거용 기구, 한 해 30억 원 이상을 예산으로 쓰는 비효율적 기구라는 비판으로 자진해산했다. 이 자진 해산결정 역시 관료들의 결정으로 이뤄지지 않았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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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정치국민회의 당 간부들은 '드디어' 정권을 교체했고, 나라 안팎 도처에 깔려있는 적폐들을 청산하고 싶었으나, 그럴 능력도 그럴 의지도 보이지 못하고 결국 관료들에게 잡혀 먹혔다. 지금 국방부에서 '사드배치'와 관련해서 청와대를 속였다, 라는 것으로 인해 발칵 뒤집혔다고 하는데, 국방'관료'들의 짓인 것이다. 노무현 시절에도 그러했다고 한다. 이래서 '관료'가 무섭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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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료역시 불가근불가원(不可近不可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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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료들은 조직의 수장에게 마치 입 속의 혀처럼 군다. 수장이 가려운 곳이 어디인지 정확하게 알고 정확하게 긁어준다. 손에 쥔 효자손 같다. 그 어렵다는 고시를 패스한, 능력이 짱짱한 사람들이 수십 년 공직에서 일을 하다보면 윗사람 스타일에 맞춰 움직이는 거, 정말 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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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의 하명을 받고 조직을 개혁하겠노라, 부임한 정치권 출신의 자칭 '개혁가'들은 관료들의 '밥'이 되어 동화되거나 먹히기 십상이다. 공정거래위원회 사례를 들어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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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거래위원회는 경제검찰이다. 그들의 임무는 기업의 독점과 불공정 거래를 감시하고 견제하는 기구다. 하지만 1990년 경제기획원에서 분리된 이후 부임한 위원장들 자신들이 고위 관료 출신들이다. 기업을 감시하고 견제하기는커녕 오히려 재벌에 포위되었다, 재벌의 숙원사업을 뒤치다꺼리 해 준다, 라는 비판을 많이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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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과의 관계가 그 극명한 사례다. 삼성그룹이 이재용의 지배구조 확립을 위해 간절하게 소원하는 것이 '중간금융지주회사' 제도인데, 이를 2009년에 먼저 도입하겠다고 나선 곳이 바로 공정위였다. 게다가 야당이 반대해서 번번이 무산되자 2009년부터 무려 올해까지 9년 동안 이 제도 도입을 최우선 과제로 추진하는 뻔뻔함을 지녔다. 괜히 재벌의 하수인이라 비판하는 것 아니다.

공정위는 '공정한 대한민국'이라는 슬로건에 맞게 행동했는가? 공정위 홈페이지에는 소비자 권익, 따뜻한 균형추, 시장경제의 파수꾼 등의 온갖 미사여구가 잔뜩 등장하지만 실제로는 재벌편중의 정책을 펼쳤다.(공정위 홈페이지 캡쳐) ⓒ 공정거래위원회


장면 2와 같이 관료들이 살살 구슬리다가 박살나는 경우는 지극히 이례적인 일이다. 하지만 이들은 어디에나 있고 또 찾아보면 어디에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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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조 내정자는 다행인지 불행인지 이들 관료들의 속성을 알고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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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피아에게 정책적 주도권을 넘겨주지 않고 모피아를 개혁의 도구로 활용할 수 있는 국정철학과 컨트롤 타워를 확립하는 것이 성공적 개혁의 필요조건이다. - 김상조著, 종횡무진 한국경제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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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조는 이 관료를 단순하게 청와대의 눈치만 살피는 '영혼 없는 집단'으로 생각하고 있지는 않다. 자신들 특유의 조직논리로 무장되어 있으며 재계의 이해관계와 유착된 '모피아(Mofia)'로 파악하고 있는 것이다. 김상조와 장하성은 자신의 휘하에 있는 관료부터 단속을 잘해야 한다. 기자 뿐 아니라 관료도 불가근불가원(不可近不可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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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조와 장하성은 재벌과 관료를 버틸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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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의 위장전입과 부인의 취업특혜, 더 나아가 대학생 아들의 금융기관 인턴에 채용되는 특혜(정규직도 아니고 무려 인턴인데 특혜?)가 있었다며 언론에서 들쑤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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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대상이 김상조든 강경화든, 장하성이든, 이들에 대한 글이 아니다. 내정자가 문제가 있으면, 자격이 되지 않다 판단이 된다면(물론, 그렇게 판단하는 청문위원 역시 자격이 있는지 심히 의심되지만) 그만 두어야 한다고 필자는 상식적 생각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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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만약에 인사청문회를 통과해서 수장으로 임명 되었을 때, 과연 그렇게 관료를 비판하던 김상조, 장하성이 관료에게 휘둘리지 않을까? 3개월 동안 뺑뺑이 돌리면서 '물'을 다 빼고 자신들의 '물'을 먹이는 것이 아닐까? 필자 걱정은 일단, 여기에 있다. 재벌개혁 방향은 그리고 속도는 따로 이야기 할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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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에서는 반응이 오고 있단다. 문재인 대통령이 '재벌개혁'을 하라고 재벌개혁론자인 김상조와 장하성을 각각 공정거래위원장과 청와대 정책실장으로 내정했는데, 그 대상인 대기업의 지주회사 주가가 이달에만 20%가 급등하는 등 '훨훨' 날고 있단다. 필자처럼 소심한 사람은 김상조나 장하성이 고마울 텐데, 관료와 재벌의 눈에는 오히려 위험해 보이는 것 아닐까? 자신들이 어떻게 해 보지 못하는 주가까지 올리는 능력자에다 통제가 불가능하다는 평가를 받으니까 말이다. 만만찮은 관료, 그리고 배후에 있는 재벌과의 싸움이 이제 곧 그 서막을 연다. 독자제위께서는 눈 크게 뜨시고 이면에 숨어있는 진실을 목도하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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뱀발 : 김상조, 장하성, 두 분께 마지막으로 말씀 드리는 바이다. 관료는 죽지 않는다. 다만 납작 엎드려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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