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의 수상] 만물이 자라서 가득 차는 소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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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효성(hslee)등록 2017.05.22 08:11

오월의 나무와 하늘. 땅은 녹색으로 푸르고 하늘은 청색으로 푸른 오월. ⓒ 이효성


[계절의 수상] 만물이 자라서 가득 차는 소만

초목들 자라나서 땅을 메우고
청보리 이삭 배어 배불러질 때
토끼풀 꽃을 피워 벌을 호리고
개구리 사랑타령 밤을 울리네

   오늘은 24절기상 만물이 자라서 가득 찬다는 소만(小滿) 절기가 시작되는 날이다. 소만 절기는 각종 식물들이 자라서 대지에 가득 차고, 보리나 밀과 같은 여름 곡식이 여물어가는 시기이기에 붙여진 이름이다. 달력상으로는 6월부터 여름이지만 실은 이 무렵부터 푸른 하늘에 뭉게구름들이 나타나고 때로는 상당히 무더워져 여름 기운이 느껴지기도 한다. 그래서 아이스크림이 많이 팔리기 시작하고, 반팔 셔츠를 입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옷도 여름철 의상으로 바뀌기 시작한다. 그렇다고 한여름이 되었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소만 바람에 설늙은이 얼어 죽는다"거나 "소만 추위에 소 대가리 터진다"는 속담이 있을 정도로, 이 시기에 의외로 쌀쌀한 봄바람이 불기 때문에 어르신들은 건강에 유의해야 한다.
   소만에는 입하보다 산과 들이 싱그러운 신록으로 더 차서 파란 하늘과 함께 밝고 맑아서 눈이 부실 정도로 산뜻한 풍광을 연출한다. 수목이 많아 싱그러운 녹색의 향연이 펼쳐지는 산은 특히 더 산뜻하게 보인다. 이 무렵부터 장마가 시작되기 전인 대략 하지 초후까지 이러한 풍광과 날씨가 지속된다고 할 수 있다. "상긋 풀 내음새 / 이슬에 젖은 초원. // 종달새 노래 위로 / 흰 구름 지나가고, // 그 위에 푸른 하늘이 / 높이높이 열렸다."[이호우, <초원>]. 이 시구는 아마 이 무렵에 가장 잘 어울리는 자연의 묘사일 것이다. 이처럼 이 무렵은 안정된 날씨 속에서 지상은 녹색으로 그리고 하늘은 청색으로 동시에 푸르러지는 싱그러운 때인 것이다. 입하부터 이어져온, 소만 무렵의 이런 온화한 기후와 산뜻한 풍경이 오월을 '계절의 여왕'으로 부르는 이유일 것이다.
   소만 어간에 보리와 밀의 이삭이 자라면서 배가 불룩해지고 가을의 벼처럼 누런빛을 띠어간다. 그래서 소만 끝 무렵에 이르면 보리가 익어서 누렇게 되기에 이 시기를 '맥추(麥秋)' 라고 부르기도 한다. 이는 보리의 가을 즉 보리의 추수철이라는 뜻이다. 하지만 소만은 아직 보리를 추수하기에는 좀 이른 때이고 다음 절기인 망종 때가 보리 수확의 최적기라 할 수 있다. 이때에는 대나무 또한 죽추(竹秋) 또는 죽맥(竹麥)이라 하여 보리처럼 푸른빛을 잃고 누렇게 변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이는 어미 대가 새로 나온 대나무의 어린 싹 즉 죽순(竹筍)에게 자신의 영양분을 공급해주기 때문이다.
   소만 어간에 쥐똥나무, 팥배나무, 때죽나무, 쪽동백나무, 마가목, 산딸기, 산딸나무, 함박꽃나무 등의 유독 하얀 나무 꽃들이 주로 핀다. 이 가운데 쪽동백나무의 꽃은 곡우 어간의 수수꽃다리꽃과 입하 어간의 아까시나무꽃의 진한 향기를 이을 정도로 방향이 강하고, 그 열매는 옛적에는 기름을 짜서 서민의 아녀자들이 동백기름의 대용으로 썼다. 그런데 그 열매가 동백의 열매보다 작아서 '쪽동백'이라는 이름을 얻게 되었다고 한다. 오동나무도 이때 향기가 진한 종 모양의 연보라색의 꽃을 원추꽃차례로 피운다. 철쭉은 4월 하순 무렵부터 5월까지 피는데 산에서는 개화기가 좀 늦기 때문에 전국의 철쭉제들은 대개 소만 어간에 열린다. 이 무렵부터 들에서는 뿌리혹박테리아에 의해 땅에 질소를 공급하여 땅을 비옥하게 만드는 콩과 식물로서 아일앤드의 국화이기도 한 토끼풀꽃이 피기 시작하여 여름 내내 피는데 꿀이 많아 꿀벌들에게 아주 좋은 꿀의 공급원이 된다.
     이 무렵 심한 가뭄이 들기도 하는데 이때를 대비해 농촌에서는 미리부터 논에 충분한 물을 가두어 모내기를 준비한다. 이런 무논에 개구리들이 모여들어 짝을 찾느라 시끄럽게 울어대기 시작하는데 밤에는 더욱더 요란하다. 옛날과는 달리 별도의 묘판을 만들어 볍씨의 싹을 틔우고 어린모를 키우면서부터 모내기가 빨라져 보리를 심지 않은 논에는 소만 무렵부터 북쪽에서 먼저 모내기가 시작되어 차차 남쪽으로 내려간다. 이처럼 농촌은 모내기, 보리 베기, 밭농사를 위한 파종과 김매기 등으로 무척 바빠지는 본격적인 농번기가 소만 어간부터 시작된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이와 더불어 이제 시절은 본격적인 여름이 되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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