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 관계 어떠신가요?

5월 21일 부부의 날 - 이혼이 증가한 사회적 배경과 원만한 부부 관계를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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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수(samaritan)등록 2017.05.21 08:56
작년 이맘때쯤 나는 아내와의 별거 후에 부부 관계를 회복하는 두 달간의 유럽 여행을 떠났다. 독일에 머무를 때 아내와 별거중인 비슷한 처지의 한 독일인 친구와 서로의 문제에 대한 깊은 대화를 나누었다. 문화는 달랐지만 원만하지 못한 부부 관계의 문제는 비슷했다. "대화가 안 된다"는 소통의 어려움이라는 문제를 제대로 해결할 방법을 부부가 모르고 있다는 것이었다. "남자와 여자는 왜 이렇게 서로 다를까?" 하고 서로 위로하고 걱정했던 기억이 있다.

또한 서구 사회가 이미 그랬던 것처럼 우리 사회의 결혼이 불안정해진 것은 개인적인 문제 이전에, 사회적 영향이 크다는 사실도 확인했다. 흔히들 이혼의 이유로 성격 차이를 많이 말하지만, 여성의 적극적인 사회 진출로 인해 결혼 생활에서 여성이 제기하는 불만이 많아진 것이 이혼이 증가한 근본적인 원인 중의 하나이다.

80년대 초중반 나의 중고등학교 시절만 해도 부부의 한쪽 주로 아버지가 병으로 돌아가시는 급우들이 종종 있었다. 20년이 채 되기도 전에 부부 관계의 자연스런 종결이었다. (내가 중학교에 입학했던 1980년에 한국인의 평균 수명이 여성은 70세, 남성은 61.7세에 불과했다.) 사별 후에 홀로 가족의 생계를 감당하며 반평생을 희생으로 보내는 과부들이 흔했던 세상이었다. 환갑이 장수의 대열에 들어선 노인을 위한 잔치가 되었던 이유이다. 30~40년 이상을 한쪽이 죽지 않고 같이 사는 부부가 그만큼 드물었다. 지금의 황혼 이혼이나 졸혼은 부부가 환갑 이후에도 30년 이상 함께 늙어갈 수도 있는 겪어보지 못한 세상에서 맞이하는 새로운 사회 현상인 것이다.

한국인의 평균 수명 ⓒ KOSIS (국가통계포털)


또한, 부부가 같이 장사를 하는 경우는 있었지만 맞벌이를 하는 경우는 드물었고, 대부분의 여성은 육아를 하며 가정을 지켰다. 재학생의 사교육이 금지된 시절(1980년 7월 30일 '과외 금지법'에 따라 재학생의 과외 교습 및 입시 목적의 재학생 학원 수강이 금지됨)이라 지금보다 소득과 생활 수준은 낮았지만 외벌이로도 생계는 그럭저럭 유지되었다. 대부분의 여성이 남성에게 경제적으로 종속되었던 그 시절에 인위적인 이혼은 드물었고 특히 이혼한 여성에겐 사회적 편견이라는 굴레까지 씌워졌다.

여성의 사회 진출이 활발해지면서 남성에 대한 경제적 의존에서 벗어나는 자유를 누리게 되었다. 반면에, 1989년 '과외 금지법' 해제 이후 (1989년에 대학생 과외와 재학생의 방학 중 학원 수강이 전면 허용됐고, 1991년에는 재학생의 학기 중 학원 수강이 합법화됨) 한국 사회가 사교육의 늪에 깊이 빠지면서 소득대비 자녀 양육비가 갈수록 증가하였고, 맞벌이를 요구받는 여성이 처한 문제는 부부 관계의 새로운 갈등 요소를 낳았다. 

여성도 집을 떠난 사회에서 남편이 아닌 남성을 경험할 수 있는 기회가 늘게 되었다. 게다가, 가정에서 평등하지 못한 육아와 가사의 책임은 일하는 여성이 남성에게 일상에서의 불만을 강하게 표현하게 만들었다. 아이를 가정과 사회가 함께 키워 나가는 기반이 갖춰지지 못한 나라에서 맞벌이 부부에겐 새로운 세상을 보게 되는 축복이 되어야 할 육아가 부부의 삶을 힘들게 하는 결혼 생활의 하나의 위협적인 요소가 된 것이다.

지금은 자유로운 연애와 헤어짐의 경험이 많은 세상이다. 자유로운 연애는 낭만적인 사랑의 기운이 남아있을 동안에만 서로 즐기면 된다. 어려운 상황에 처했을 때 서로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노력은 구속으로 여겨질 수 있다. 굳이 힘들여 관계를 회복하기 보단 새로운 상대를 찾아서 떠나는데 점점 익숙해진다.

이런 경험이 많아질수록 결혼 후의 현실에서 부부가 흔히 직면하게 되는 관계의 갈등으로 인한 난관에서 서로를 안고 살아가는 능력은 떨어지게 된다. 연애의 경험은 많지만 부부의 관계에 대한 정서적인 준비가 부족한 상태로 결혼을 하는 경우가 많은 것이다.

과거에 비해 결혼 생활을 속박하는 요소들이 많이 없어졌다. 여성의 경제적 자립 능력이 증가하고, 가정을 유지시켜야 한다는 전통적인 가족 관념도 약해졌다, 이혼에 대한 사회적인 관습도 과거보단 관대해진 편이다. 배우자와 자녀를 위한 희생보단 개인의 자유와 행복을 우선적으로 추구할 수 있는 사회에 살고 있는 것이다.

한국인의 이혼율 추이 ⓒ 통계청


그만큼 구조적으로 헤어질 가능성이 높은 결혼을 하는 사회적 환경 속에 살고 있다. 따라서, 결혼 생활이 깨지기 쉽다는 것을 올바로 인식하고 그에 따른 준비와 노력이 필요한 세상이다. 배우자가 영원한 내편이란 생각은 부부 관계에 대한 무지한 환상이다. 결혼만 하면 내가 조금 잘못해도 언제나 내편이 되어 내 곁을 지켜 줄 거라는 생각은 엄청난 착각이고 불화를 유발하는 오해에 불과하다. 

돈을 벌고 섹스를 하고 자녀를 키우는 것이 겉으로 보이는 결혼 생활의 가장 기본적인 요소라면, 부부 관계는 결혼하기 전엔 보기가 힘들고 잘 드러나지 않는 숨겨진 복병이다. 그것은 우리가 몸을 대하는 것과 유사하다.

우리는 보통 몸이 항상 건강할 것이란 과신과 착각 속에 살고 있다. 경미한 몸의 질병이나 부상은 잘 돌보지 않고 무심코 지나치기 마련이다. 심각한 지경에 이를 때까지 부부 관계의 조그마한 손상을 제대로 인식하거나 개선하지 못하고 내버려 두는 경우가 대부분인 것과 비슷하다. 몸은 오랜 세월 잘못된 음식과 생활 습관 때문에 서서히 병들고 치명적인 상태에 이른다. 일반적으로 막다른 골목에 다다른 부부 관계도 그렇다. 함께 하는 시간 동안 서로에 대해 지속적으로 노출되고 누적이 된 실망과 불만이 더 이상 감당할 수 없는 분노와 원망이 되어 비난의 감정으로 드러나는 것이다.

미디어에 비치는 건강하고 아름다운 몸에 대한 환상은 누구나 있지만 일을 하고 가정생활을 유지하면서 우리의 몸을 꾸준히 관리하는 것은 절제와 타협의 노동이다. 잘하지 않는 운동과 식습관이 우리 몸에 꼭 필요하고 더 유익한 것이 부부 관계와 비슷하다. 스트레칭은 몸을 부드럽게 하고 기본자세를 바르게 하는 필수적인 운동이지만 근력을 키우고 달리기에 바빠서 소홀히 하기 쉽다. 밤의 허기를 채우기 위해 순간적으로 달콤한 맥주와 치킨의 유혹에 빠지기 보단 별맛 없는 견과류로 달랠 줄도 알아야 한다.

부부 관계도 마찬가지다. 돈 벌고, 애 키우기도 버겁다는 핑계로 서로를 사려 깊게 존중하고 위로하는 사랑의 말을 건네는 습관을 잊고 지내기 쉽다. 갈등에 처했을 때 배우자에 대한 실망과 분노에 대한 감정을 진정시키고 통제하는 연습도 필요하다. 반복적인 잔소리와 비난은 당장은 자신을 방어하고 화를 푸는 것 같지만 또 다른 비난이 되어 결국은 서로의 의사소통을 가로막는 독이 되어 돌아올 것이다.

근력 운동과 유산소 운동이 부부 관계의 돈벌이와 섹스 그리고 육아라면 스트레칭과 올바른 음식 섭취는 정서적 교감과 소통이다. 스트레칭과 좋은 음식 섭취에 익숙하지 않으면 몸의 유연성과 면역력이 떨어져 크고 작은 부상에 시달리며 오랫동안 건강하게 운동을 할 수 없다. 일상에서 정서적 교감과 소통이 부족한 부부 관계는 설사 외형적으로 큰 문제가 없어 보일지라도 심각한 문제를 안고 살아가는 것이다.

몸은 시간을 투자하고 건강에 유익한 행동을 하는 정성을 들인 만큼 바르고 아름다워진다. 결혼 생활 역시 배우자를 소중히 여기는 변함없이 마음과 몸을 바치는 만큼 원만하게 유지가 된다. 그만큼, 낭만적인 결혼에 대한 기대와는 달리 부부 관계는 지속적인 노력이 필요한 아주 현실적인 일이다.

밥상머리에서 신문을 접고 눈을 맞추며 대화할 줄도 알아야 하고, 혼자 야구 중계나 뉴스를 보기보단 아내가 즐기는 드라마에 함께 빠지는 시간도 필요하다. 연애할 땐 똑똑해 보이던 아내가 결혼 후에 막장 요소가 가득한 통속 드라마에 빠지며 성형한 연예인을 씹더라도 실망하기 보단 그녀의 정서를 이해하고 같이 공감할 줄도 알아야 한다. 남편과 모든 것을 함께 하기 보단 차이를 인정하고 가끔은 그만의 시간을 즐기도록 허락하는 배려도 필요하다.

맞벌이 부부의 경우 공동 양육을 위해  남성의 도움은 필수적이다. 퇴근 후에 밥을 하고 아기의 기저귀를 갈거나, 우유를 타서 먹이는 일을 자연스럽게 분담해야 한다. 육아가 배우자의 육체적, 정신적 에너지를 고갈시켜 부부 관계를 소외시키지 않도록 하는 정성을 요구한다.

위와 같은 현실적인 노력을 못한 이유로 이미 감정적으로는 회복하기 힘든 상태로 부부 관계를 지속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혼은 여전히 고통스러운 싸움이고 상처를 남기는 법적인 경험이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 경우, 흔히 자신은 일방적인 피해자이고 배우자가 절대 변하지 않는다고 하소연한다. 그러나, 살기로 작정했다면 이 점에 유의해야 한다. 결혼 생활의 모든 문제의 잘못이 한쪽인 경우는 없다. 자신은 문제가 없다는 인식이야말로 가장 먼저 변해야 할 대상이다. 과거의 잘못을 사소한 문제와 연관시켜 계속 반복하는 오류도 더 이상은 범하지 말아야 한다. 정서적으로 성숙하지 못한 채 또 다른 배우자와 시작하는 관계는 똑같은 이유로 실패할 확률이 더 높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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