쪽방 거주자들의 건강

민중과 함께하는 한의계 진료모임 길벗 동신지부. 쪽방 거주자들의 건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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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은영(jeyjey1234)등록 2017.05.12 14:36
기자:민중과 함께하는 한의계 진료모임 길벗 동신지부 학생 허신철

인간은 본능적이거나 생존과 연관된 욕구가 충족된 뒤에 고차원적인 욕망을 느끼기 시작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성욕이나 식욕 혹은 수면욕 등의 의식주의 욕구가 먼저 충족되어야만 명예욕 등의 사회적 욕망이 충족되기를 원한다. 그리고 본인의 의도와 상관없이 남에게 해를 끼치지 않는 범위 내에서는, 본인이 잘 먹고 잘 사는 것을 바라는 욕심이 그 누구에게라도 비판의 대상이 되어서는 아니 된다. 더 나아가 자기 자신이 바라는 바가 권력으로부터의 핍박을 받지 않은 선에서 자아실현을 목적으로 자유롭게 이루어질 때 우리는 자신이 속한 사회 구성원으로써 소속감을 느끼며 인간다운 삶을 영위한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원리가 민주주의를 지탱하는 자유주의사회의 원칙이며 더불어 다른 사람의 삶까지도 눈길을 돌리게 하는 공감의 원동력이다.

우리나라가 절대빈곤에서 벗어났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지만 아직까지 의식주가 완전하게 충족된 삶을 누리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다. 0.5~1평 정도의 크기의 공간인, 주로 일세나 월세로 운영되는 무허가 숙박시설에서 지내는 쪽방 거주자들이다. 쪽방은 성인 한 사람이 잠만 잘 수 있을 정도로 좁고  별도의 욕실이나 부엌과 같은 편의 시설이 없으며 창문은 없거나 크기가 작아서 환기가 잘 되지 않고 판자로 지어진 곳으로 화재의 위험이 늘 도사리고 있는, 비인간적인 주거 공간이다.

이런 곳에 사는 쪽방 거주자들은 주거 빈곤에 처한 사람의 한 유형이라고 할 수 있다. 이들 중 70% 이상의 사람들이 노숙한 경험이 있고 건설 현장이나 식당 등 직장에서 거주한 경험이 있는 사람도 70% 가까이 된다. 끼니 또한 쪽방에서 해결하는 경우도 있으나 반찬이 한 가지일 때를 흔하게 볼 수 있으며 무료급식이나 복지관에서 제공하는 도시락 서비스를 받는 경우도 많다. 더 심각한 이들의 삶의 양상은 이들의 생계수단이 안정적이지 못한데다가 몸 또한 건강하지 않다는 점이다.

그렇다면 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과연 무엇일까?  OECD 통계가 지적하듯이 우리나라의 불평등은 비단 경제적 영역뿐 아니라 사회 영역 전반에 걸쳐 나타나고 있다. 그리고 국내의 여러 다른 통계 수치들도 우리나라의 의료비 지출은 소득에 따라 격차가 심하다고 말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자유주의적 원칙에 어긋나지 않으면서 이들의 삶에 도움을 줄 수 있는 방법이 존재할까? 심지어 OECD 통계는 우리나라 사람들은 다른 나라 사람들에 비해 건강에 대한 자신감이 월등히 낮다고 말해준다.

이와 관련해서 우선 민중과 함께하는 한의계 진료모임 길벗이 어떤 활동을 하고 있는지 살펴 볼 필요가 있다. 전남 나주의 동신대지부에서는 광주 동신대 한방병원과 함께 매 학기 평균 4회 정도 쪽방 거주자들을 대상으로 의료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한 달에 1번밖에 하지 못하는 의료봉사활동은 쪽방 거주자들의 건강 향상에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하는 것을 알면서도 의료봉사활동을 1년 반 째 지속해오고 있다. 단순히 질병을 치료하는 관점으로 의료봉사활동을 하지 않는다. 한 달 1번이지만 동신대 지부는 이들에게 지속적으로 관심을 보인다. 쪽방 거주자들의 삶은 대체로 인관관계의 단절이 많이 나타나기 때문에 누군가라도 당신의 삶에 관심을 보이는 행위 자체가 이들의 삶의 질 향상에 큰 도움이 되며 당연히 이들의 건강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

이와 같은 실천 활동은 누구나 할 수 있다. 동신대지부가 위와 같은 활동을 할 수 있는 이유는 물론 의료행위를 할 수 있는 한의사와의 연결 고리가 있기 때문일 수도 있다. 또한 예비 의료인으로써 환자와의 신뢰관계를 쌓아가는 훈련이 쪽방 거주자들처럼 사회 안전망에서 벗어난 사람들과 함께 하면 더 효과적일 거라는 이기적인 믿음이 있기 때문일 수도 있다. 그러나 위와 같은 활동은 근본적으로는 타인도 나와 같은 삶을 살았으면 좋겠다는 공감과 연민의 관심이 실천으로 실행되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중학생만 되어도 쪽방 거주자들의 삶에 관심을 보일 수 있고 더 나아가 주변 사람들을 조직하여 연대 활동까지도 희망해볼 수 있다.

다음으로 민주주의 사회의 시민으로서 쪽방 거주자들에게 보이는 우리의 자세에 관한 것이다. 앞서 언급한 연민의 감정은 자유주의적 원칙에 어긋나지 않지만 실질적인 활동으로 옮겨질 가능성은 크지 않다. 따라서 실질적인 실천 활동이 나올 수 있는 우리의 마음가짐이 중요하다. 단순히 쪽방 거주자들을 걱정해주고 이들이 더 나은 삶을 살았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이들의 삶을 더 풍요롭게 해주지는 않는다. 그렇지만 공감에서 출발하지 못한 실천은 그저 봉사활동에 그칠 뿐이며 우리 사회를 더 나은 사회로 나아가지 못하게 한다. 개인의 노력은 사회 전체로 볼 때 그 영향력이 매우 미미하지만 민주주의 사회에 살고 있는 개인의 공감능력과 타인의 삶을 긍휼히 여기고 존중해줄 수 있는 배려의 마음이 우리 사회를 한 걸음 더 나아갈 수 있게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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