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히 만나 '보노보노'에게 작은 위로를 건네받다

보노보노처럼 살다니 다행이야’

검토 완료

조정림(ccl888)등록 2017.05.04 13:29
나에게는 수많은 역할들이 있다. 장소에 따라 대상에 따라 호칭과 역할을 바꿔가며 시시 때때 나의 일상들을 지배한다. 문제는 이 역할들을 다 잘하고 싶다는 욕심! 이 욕심들이 나를 다독였다가 다그쳤다가 결국 지치게 만든다. 이럴 때 위로가 필요한데, 위로의 방식은 대부분 바쁨으로 해결했다. 그런데 어느 날 전혀 생각지도 못한 만남에서 위로를 받게 되었다.

'보노보노'와의 간접적 만남

한 달에 진행되는 독서모임이 3개이다. 거기에다 나는 그 달의 도서를 선정하기 위해 항상 신간에 대한 관심이 많다. 늘 검색할 때마다 눈에 밟히는 이 책 '보노보노처럼 살다니 다행이야'. 장바구니에 담았다 빼기를 반복하다 등대 모임에서 한 촛불(회원)이 작은 위로를 받았다는 그 한마디에 바로 구매해 읽기 시작했다. 반드시 읽어야 할 책들이 밀려있음에도..

'보노보노'에 대한 사전 지식이 전혀 없는 상태에서 읽을 수 있을까라는 의문도 생겼지만, 이 책의 서두에서 설명한 보노보노의 성격 정리만으로 충분할 것이라 생각하고 책장을 펼쳤다. 이 책은 그냥 저냥 한 작가의 삶에 대한 에세이 집일수도 있다. 삶에서 느끼는 감정과 깨달음을 보노보노와 그의 친구들의 말과 행동에 연결지어 정리하는 방식의 책이다.

이런 종류의 책을 좋아하지 않은 나로서는 왜 '위로'라는 한마디에 덜컥 구매하고 읽기까지 되었을까? 그리고 책장을 넘길 때 마다 위안과 따뜻함 그리고 가끔 울컥 올라오는 이유가 뭘까? 이 부분에 대해서는 지금도 명확히 설명할 수 없다. (나이 듦의 증상인가? 슬프게?) 여하튼 책은 단숨에 읽었고, 다 읽고 난 후의 나의 시선은 매우 부드러워져 있음을 스스로 느낄 수 있었다.

'괜찮아'라는 말은 어른에게도 절실할 때가 있다.

'괜찮아'는 청소년들이 부모님으로부터 듣고 싶은 말 중에서도 꽤 높은 순위를 차지한다. 그래서 나 또한 '괜찮아'를 자주 아이에게 쓰려고 노력하는데 참 힘들다. 우리가 불안할 때 누가 나를 미워하지 않을까 두려워 할 때...'어때...괜찮아'라는 말이 절실히 듣고 싶을 때가 있다.

이 책은 나에게 읽는 내내 '괜찮아'라고 말해주었다. 미움을 받아도, 철없이 세상을 즐겨도, 소심해도, 실수해도, 엄마답지 못해도, 부지런 떨지 않아도, 내 감정을 강하게 드러내도... '괜찮아'라고...

책의 내용 중 작가는 추억을 남기기 위해 셀카를 찍게 되고, 셀카가 맘에 안 들어 사진을 다시 찍고 지우는 등 좋은 사진을 위해 법석을 떤다. 그런 그에게 작가의 친구는 이렇게 말한다.

<<
"그것도 다 너야"

갑자기 뒤통수가 찌릿, 했다.
그래. 그것도 다 나지.
얼굴이 커도, 흔들려도, 표정이 어색해도 다 난데
나는 늘 백퍼센트 완벽한 내 모습만 나로 쳐주는구나.
완벽한 모습이 다 뭐라고
그런 거 나 조차도 본 적 없는데>>

다양한 내 모습을 인정하지 않고, 부족한 내 모습을 부정하다보면 결국 세상을 신명나게 살게 하는 힘 '자존감'은 점점 더 잃게 된다. 어떤 모습도 나임을 인정하는 것부터 시작하는 것이 자기 사랑의 시작이 아닐까? '그것도 다 너야'라는 메시지는 매우 강했다.

상대의 행복과 성공이 나의 기준과 다르더라도 응원할 수 있는 마음 결

이 책은 중간 중간 보노보노 만화 컷을 실려있다. 컷 중에 가장 인상 깊고 마음의 울림과 여운이 긴 컷이 있었다.

홰내기(사막여우) 아빠는 여행을 떠난다. 보이는 풍경이 더 이상 황홀감이 느껴지지 않으면 일주일 후에 돌아온다는 말을 남기고.... 일주일 후 보노보노와 포로리, 홰내기는 아빠를 마중 나간다. 그런데 아빠는 돌아오지 않는다. 한참을 기다린 홰내기의 말 '잘됐다. 아빠'

아빠가 그리울 텐데 그 그리움보다 보이는 풍경에 황홀감을 빠져있는 아빠를 진심으로 응원할 수 있는 홰내기의 마음에 멈칫했다. 너무도 많은 잣대로 재단한 내 모습을 볼 수 있었기 때문이고, 나 또한 이런 마음으로 소통할 수 있을까라고 몇 번이나 되뇌어보아도 시원하게 '그럼'이라고 말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나의 기준이 아닌 오롯이 상대에게 집중할 수 있는 응원!! 그 응원을 받고 싶었고, 그 응원을 할 수 있는 마음결을 가지고 싶게 만드는 컷이었다.

솔직해지는 방법은 솔직해지는 거야

보노보노 친구들이 말하는 솔직해지는 방법은 머릿속에 쓸데없는 걱정을 안고 사는 나에게 질책의 말로 들렸다. 솔직하지 못하고 거짓말로 나를 꾸밀 때 그 거짓말을 하얀 거짓말이라고 스스로를 위로할 때... 앞으로는 솔직해지는 방법에 대해 떠올릴 수 있을 것 같다.

'앞으로 솔직하게 살겠어'라고 자신 있게 선언할 수 없다. 하지만, '나를 포장하기 위한 거짓말은 하지 않겠다'는 도전은 할 수 있을 것 같다.

이 무겁고 혼란의 시점 '보노보노'를 만나서 참 다행이다. 그리고 '보노보노'처럼 살아도 된다니 참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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