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벵거가 달라졌어요

아스날의 3백 변신 성공, 맨시티 꺾고 fa컵 결승 진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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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준호(joon1407)등록 2017.04.24 08:47
최근 아스날의 경기에 늘 등장하던 벵거 아웃을 외치던 비행기 플랜카드가 보이지 않았다. 마치 기성세대와 젊은 세대의 갈등의 모습처럼 더 이상 소통과 변화를 보여주지 않는 고집쟁이라고 불리던 벵거가 미들즈브로전에 이어서 3백의 변화를 다시 한번 보여주었고, 맨시티를 상대로 2대1 연장접전 끝에 승리하며 fa컵 결승에서 첼시와 맞붙게 되었다.

3백 변화를 보여준 벵거 ⓒ 아스날 공식 페이스북


하면 잘해!!
18일 열렸던 프리미어리그 미들즈브로전에서 벵거 감독은 최초로 3백 전술을 보여준다. 이번 시즌 7위라는 초라한 성적과 답답한 경기력으로 사퇴의 압박을 받으면서도 유지해오던 4-2-3-1 포메이션에 변화를 준 것이다.

변화는 생각보다 컸다. 이번 시즌 자주 나오던 이워비와 월콧같은 좌우로 넓게 벌리는 선수들을 선발 라인업에서 빼고 체임벌린과 지루를 투입했다. 토트넘이 3백을 사용할 경우 손흥민 선수가 주전에서 밀리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아스날의 3백은 첼시보다는 전통의 라이벌 토트넘과 비슷했다. 측면선수들이 적극적으로 공격에 가담을 했고, 최전방에서 윙포워드보다는 토트넘의 알리-에릭센-케인의 중앙 유기적인 움직임처럼 산체스-외질-지루의 자율적인 연계 플레이로 공격을 풀어 나갔다.

사실 미들즈브로전에서는 변화를 보여주긴 했지만 경기력이 썩 만족스럽지는 않은 상황에서 변화가 옳은지에 대해 언론은 의문을 보였지만, 벵거는 한층 정돈되고 짜임새 있는 모습을 보여주며 아스날 팬들의 마음에 다시 한번 동요를 불러일으켰다.

갑작스런 실바의 교체, 팽팽한 양팀의 기세
fa컵을 떨어지면 사실상 이번 시즌 무관이라고 봐도 무방한 가운데 선수들과 양팀 서포터즈의 열기는 최근 봤던 어느 경기보다도 뜨거웠다. 팬들은 목이 터져라 응원하면서 상대팀 서포터즈와 신경전을 벌였고, 그만큼 선수들도 더욱 열심히 뛰어주었다.

이렇게 시작한 양 팀의 팽팽한 경기에서 맨시티에게 문제가 생겼다. 공격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다비드 실바가 부상으로 빠지게 된 것이다. 부상 전 상황에서도 날카로운 헤딩을 보여줬기 때문에 맨시티의 아쉬움은 클 수 밖에 없었다.

아스날은 3백 전술답게 양 측면으로 넓게 벌리면서 특유의 패스플레이를 선보였고, 맨시티는 사네와 아구에로 데 브라이너의 빠른 속공을 통해 경기를 풀어나갔다.

산체스, 야야투레, 아구에로 에이스들의 클래스가 눈부신 경기
치열한 전반전을 마무리한 두 팀은 후반전 계속해서 빠른 템포의 공방전을 펼쳤고, 먼저 웃은 쪽은 맨시티였다. 후반 17분 램지의 드리블을 가로챈 야야 투레는 바로 전방에 있던 아구에로에게 연결을 했고, 폭발적인 스피드에 이은 체흐를 농락하는 슛으로 선제골을 기록했다. 야야 투레는 중원에서 경기 내내 눈에 띄며 맨시티를 이끌었다.

하지만 사소한 차이에서 경기는 원점으로 돌아왔다. 후반 26분 발을 잘 쓴다는 이유로 데려왔지만 이번 시즌 적응하지 못하고 있는 브라보가 킥 실수를 했고, 그때 가로챈 아스날의 공격은 몬레알의 동점골로 이어졌다. 브라보의 킥 실수가 바로 골로 연결된 것은 아니었지만, 빅클럽간의 경기에서 흐름이라는 것은 굉장히 중요했고 브라보의 킥 실수는 사소하지만 큰 차이를 허용하는 행동이었던 것이다.

동점골을 넣은 후 다시 원래의 전열로 돌아온 아스날을 맨시티는 쉽게 뚫을 수 없었고 두 팀은 연장전에 접어들게 되었다. 연장전반 10분 먼저 변화를 보인 것은 과르디올라 감독이었다. 최전방 공격수 아구에로와 페르난지뉴를 빼면서 델프와 페르난두를 투입했다. 하지만 토트넘과 첼시의 경기에서도 교체 후 바로 골이 터진 것처럼 아스날은 세트피스 혼란 상황에서 산체스가 황금같은 역전결승골을 터트렸다. 평소 풀타임에 욕심이 많은 산체스는 이 날도 마지막까지 왕성한 활동량을 보여주고 골을 기록하면서 클래스가 남다른 것을 보여주었다.

아스날도 후반 투입한 웰벡이 아쉬운 모습을 보여주었지만, 맨시티도 교체 선수들이 아쉬웠다. 골을 먹히자 최전방 공격수 아구에로를 뺀 것이 크게 다가운 과르디올라는 교체 투입된 스털링을 다시 빼고 최전방에 이헤아나초를 투입하며 다시 한번 공격에 불을 지폈다. 하지만 델프는 중요한 1대1찬스를 놓쳤고, 이헤아나초도 아쉬운 찬스를 몇 번 날리면서 과르디올라의 기대를 저버렸다.

맨시티를 꺾고 결승에 진출한 아스날 ⓒ 아스날 공식 페이스북


벵거 감독의 포효
골을 넣은 이후 눈으로 보고도 믿기 힘든 광경이 연출되었다. 아스날이 5백과 더불어 앞에 일렬로 4명의 미드필더를 세운 일명 '버스 세우기'를 한 것이다. 평소 자신의 축구에 대한 철학이 남달라 마지막까지 시작과 같은 전열을 유지하기로 유명한 벵거 감독이 승리를 열렬히 갈망하고 있다는 모습을 보여준 것이었고, 마지막에 코클랭까지 투입하면서 팬들에게 신선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그리고 경기 종료 휘슬, 팬들은 환호했고 벵거 감독은 포효했다. 평소 젠틀함의 상징이던 벵거 감독의 포효는 얼마나 맘고생을 했는지 보여주었고, 팬들의 마음을 조금 바꾸었을지도 모른다.
여전히 프리미어리그는 7위이기 때문에 남은 일정 어떤 결과를 보여주느냐에 따라 거취가 결정되겠지만 fa컵에서 우승하고 변화한 전술을 통해 좋은 모습을 보여준다면 다음 시즌도 하얀 머리 신사를 아스날의 홈 구장에서 볼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기대를 보여준 경기였다.
덧붙이는 글 블로그에 기재합니다
http://blog.naver.com/joonho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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