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십자가와 부활의 명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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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웅(weltbild)등록 2017.04.24 12:09

십자가 부활의 명상 ⓒ 염웅


"마지막 순간이다. 그러나 내게는 시작일 뿐이다."
예수의 제자이며 친구인 디트리히 본회퍼 목사는 교수대 앞에서 39세에 맞이한 죽음을 새로운 시작이라고 고백했다.
그는 히틀러 암살 계획에 가담한 혐의로 1943년 4월 체포되었고 1945년 4월 9일 교수형을 당했다.
히틀러는 그로부터 3주 후 스스로 자신의 생을 끊었다.
이 책은 본회퍼의 저작중에서 죽음과 부활에 관한 묵상과 글들을 모은 책이다.
나치치하에서 하나님의 뜻을 갈구했고 예수의 정의를 실천했던 신앙인의 통찰이 눈부시다.
나태한 신앙에, 익숙해진 생각의 게으름을 허물어 버린다.
실천 없는 전통을 부수고 사랑 없는 혁명을 부정한다.
십자가로 향하는 신앙의 치열한 투쟁 속에서 고난과 부활에 대한 그의 깨달음은 순교적 신비주의다.
"결국 예수님을 만나는 방법에는 두 가지가 있다. 자기가 죽거나, 아니면 예수님을 죽이는 것이다."(그리스도론 중에서)
예수의 가르침은 죽음에서 정점(頂點)을 이룬다.
하루하루 맡겨진 사명 속에서 세상의 죽음과 싸워나가며 생명의 씨를 뿌렸던 예수의 삶은 끝없는 죽음의 현장이었다.
믿음은 '안전한 삶에서 불안전한 삶으로 이끌'(62쪽)리는 것이기에 예수는 제자들에게 '날마다 자기의 십자가를 지고 나를 따르라고 이야기한다.
그 마지막은 예수와 함께 죽는 것이다.
내 안에 예수가 나와 함께 죽고 다시 부활한 예수를 만나는 것이다.
사람들은 그들의 필요 속에서 하나님께로 간다.
도움, 행복, 빵을 위하여 하나님께 간청하며, 질병과 죄와 죽음으로부터 구원을 얻기 위해 하나님께 간다.
그리스도인과 이교도, 모두가 그렇다.
사람들은 하나님의 필요 속에서 하나님께로 간다.
그들은 하나님이 피난처도 빵도 없이 가난하고 모욕을 당하고 있음을 발견한다.
하나님이 죄와 약함. 죽음 안에 얽혀 있는 것을 본다.
그리스도인들은 하나님의 고난 속에서 하나님 편에 선다.(그리스도인과 이교도 중에서)
본회퍼에게 세상은 그리스도 현실(Christuswirklichkeit)이다.
이 현실은 이 세상의 현실속에 그리스도의 현실을 통하여 나타난 하나님의 현실이다.
다른 말로 표현하면 하나님이 인간이 된 성육신의 현장이다.
그리스도인으로 산다는 것은 이 세상속에서 그리스도의 현실에 참여하는 것이다.
인간이 되고 십자가에 달려 돌아가시고 부활한 그리스도의 모습대로 닮아가는 것이다.
죽음이 지배하는 이 세상속에서 부활의 세상인 '하나님 나라'를 향해 하나님의 맡겨주시고 명령하시는 위임을 수행하시면서 책임적인 삶을 살아가는 것이 그리스도인의 본래적 모습이다.
죽고 다시 부활한 그리스도인의 삶이다.
타자를 위해 세상을 위해 존재하는그리스도의 모습이다.
그리스도인의 타자를 위하는 삶이며 그리스도의 고난에 동참하는 삶이다.
그 삶이 부활의 삶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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