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내민주주의의 침묵, 동국대학교의 봄은 언제오는가?

동국대학교 총장사태, 불신과 불통의 늪.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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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홍균(hongkyun98)등록 2017.04.24 14:06
님은 갔습니다. 사랑하는 나의 님은 갔습니다. 동국대학교 1회 졸업생 만해 한용운 선생님의 시 '님의 침묵' 중 일부분이다. 그러나, 시에서 염원했던 우리의 님과 민주주의는 사라진지 오래고 현재, 동국대학교 내에는 학내민주주의가 침묵으로 학교와 학생들을 감싸고 있다. 무엇이 학내민주주의를 파괴하고 그토록 침묵하도록 만들고 있는 것일까?

지금부터 동국대학교 현 총장사태에 대한 의혹들과 진실들을 낱낱이 파헤쳐 보겠다.

2014년 12월 4일 동국대학교 총장후보자추천위원회에서 김희옥 전 총장과 조의연 교수, 보광스님을 총장 후보로 선출한다. 그런데 어쩐 일인지 김희옥 전 총장과 조의연 교수가 후보직을 사퇴한다. "이번에는 스님이 총장을 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라는 말이 오갔을까? 과연 12월 11일 코리아나 호텔에서 있었던 점심식사 자리에서 무슨말이 오갔던 것일까.

보광스님 논문표절의혹, 리더의 청렴성 문제

보광스님은  총장선거의 유일한 후보로 남게되고 사실상 당선이 확실시 된다. 그런데 2015년 1월 12일 '동국대 살리기 비대위'에서 보광스님의 논문 표절 의혹을 제기한다. 나흘 뒤 보광 스님은 논문 표절 의혹을 부인하지만 동국대학교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는 보광스님의 논문 18편이 표절이라고 판정한다. 2편은 표절, 3편은 비난의 여지가 심한 자기표절, 13편은 비난의 여지가 약한 자기표절이었다. 그리고 4월 13일, 동국대가 종결시키려 했던 보광 한태식 총장의 연구부정행위(표절) 재심의가 교육부 산하 한국연구재단으로부터 지적을 받는다. 표절에 대한 면죄부가 무효시 된 것이다.

이사진 도덕성 의혹, 학생들 "누굴 믿고 학교 다니나"

같은 해 3월 18일 동국대학교 이사들의 위법적, 비도덕적 추문이 제기 된다. 일면 이사는 과거 주지로 있던 사찰에서 탱화 2점을 절도하였고, 삼보 이사는 삼척에 단란주점과 모텔을 한꺼번에 운영하는 영업장에 소유자로 등기 되어있었다. 심경 이사 과거 유부녀와 간통하여 구속되었다가 합의를 보아 풀려난 경력이 있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이들은 '스님'이고 '이사'라는 점이다.

학생, 교수, 동문들의 저항과 보광 스님의 총장 당선 논란
종단 개입과 논문표절, 이사진 도덕성 결여등에 맞서 학내 구성원들은 강력한 저항을 보였다. 4월 20일 동국대학교 교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에서 릴레이 단식 농성을 시작하고 21일 최장훈 동국대 일반대학원 총학생회장은 캠퍼스 내의 조명탑 위에서 무기한 고공농성(45일간 지속되었다) 에 돌입한다. 그러나 이에 아랑곳 하지 않고 동국대 이사회는 보광 스님을 5월 2일 총장으로 선임한다. 이때 수많은 학생들이 이사회 개최 장소에 나가 항의했으나 학교는 사설 용역과 교직원들을 동원해 학생들의 출입을 봉쇄한다. 또한 동국대학교 81학번 김영국 동문이 조명탑 고공농성장 밑에서 단식농성(15일 동안 지속되었다)에 돌입하였고 총 학생회장은 3천배를 하다가 쓰러져 구급차에 실려간다. 이후에도 사태 해결을 위한 성토대회, 1인 시위등 저항이 계속된다. 그러나 보광스님은 총장에 취임, 이사회에서는 보광스님의 논문 표절로 인한 징계 안건을 파기한다. 논문 표절 판정일이 논문의 작성 시점으로부터 3년 이상 지나 회칙 상 징게 사유로 삼을 수 없다는 것이다.

917 학생총회와 부총학생회장의 50일 단식농성, '학생들이 얻어내는 학내민주주의'
2015년 9월 17일 제 47대 전체 학생총회가 개최된다. 약 2천명에 달하는 학생들이 참석하였고 종단 개입 반대등 학생요구안이 의결되었다. 10월 15일에는 김건중 부총학생회장이 단식농성을 시작한다 (50일간 지속되었다).  이와 더불어 교수 2인과 교직원 1인도 단식농성에 돌입한다. 부총학생회장 단식 농성 30일째, 보광 스님이 교직원들을 대동하고서 이를 제지하는 학생들을 뿌리치고 농성 천막안으로 침입해서 하는 말이 "스님이 미음이라도 쑤어줄까" 였다.
학생총회 성사와 부총학생회장 단식농성의 압박으로 12월 3일 이사회는 이사진 총 사퇴를 의결한다.

교수해임과 학생고소, '정의란 무엇인가'
2016년 3월 16일 총장 사태 해결에 앞장섰던 국어국문문예창작학부 한만수 교수가 해임당한다. 총학생회가 이사장실을 점거했을 당시 동행했던 한 교수가 학생들을 막는 다른 교직원 폭행했다는 사유였다. 그러나 4월 재판부는 기소내용을 믿기 어렵다며 한 교수에게 무죄를 선고한다. 한 교수는 복직하였다. 이를 두고 말이 많다. 보복성 징계인가 아닌가.
3월 23일에는 학교 측에서 안드레 서울캠퍼스 총학생회장, 강수현 경주캠퍼스 총학생회장, 신정욱 서울캠퍼스 일반대학원 총학생회장, 조윤기 '미래를 여는 동국추진위원회' 집행위원장을 명예훼손과 허위사실 유포로 고소한다. 보광스님이 총장 선거에 나설 당시 관련 고위 인사들에게 고가의 술을 제공하였다는 추문이 돌았는데, 확인되지 않은 사실을 SNS 선전물에 포함시켰다는 사유였다.

328 총장 대치와 415행진
2016년 3월 28일 총학은 학교 당국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개최한다. 안드레 총학생회장과 신정욱 일반대학원 총학생회장은 삭발식을 진행한다. 그러던 와중 기자회견에 참가한 학생들의 눈을 피해 학교 밖을 나가던 한태식 총장을 발견하고, 200명이 넘는 학생들은 총장의 차를 가로막는다. 교직원들은 학생들을 저지하였고, 그 과정에서 옷이 찢어지거나 바닥에 내동댕이쳐지는 학생들도 생겨났다. 2시간이 넘는 대치시간동안 총장은 차에서 나오지 않았고 대신 학생회장과 전화통화를 하여 바로 다음날 면담자리를 마련하겠다 약속했다. 그러나 총장은 건강상의 문제라면서 면담에 참석하지 않았다. 그런데 총장은 당시 조계종 총무원 행사에 참여하여 축사를 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4월 15일에는 약 150여명의 학생들이 모여 동국대를 출발점으로 조계사까지 종단개입 해결과 대학자치 보장을 위한 행진을 하였다. 또한 1년뒤 2017년 4월 14일에도 학생들은 조계사까지 행진하였고 공동행동을 통해 학생들의 목소리를 내었다.

김건중 전 부총학회장 무기정학 징계
7월 15일 학교 당국은 50일간 단식농성을 했던 김건중 전 부총학생회장을 무기정학 처리한다. 김 전 부총학생회장이 작년 학생총회에 참여한 학생명부를 학교 측에 반납하지 않고 파기하였다는 이유인데, 이를 두고 학교 당국은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이며 재물손괴죄에 해당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당시 학생총회의 안건에는 총장 퇴진이 포함되어있었다. 총장을 퇴진시키라는 안건을 통과시킨 학생총회에 참여한 학생들의 명부를 학교측에 반납하라는 것이 올바른 요구인지에 대해 의문이 들 수 밖에 없다. 학생들이 학교측으로 어떠한 불이익을 받을지 모르기 때문이다.
실정법을 위반하였다는 학교측의 주장이 있는데, 학생명부를 보면 학생들의 개인정보는 제한적으로 기술되어있었다 (ex. 홍X동,2017XXXXXX). 애초에 명확하게 학생들의 정보가 드러나 있지도 않은데 무엇이 개인정보를 유출하였다는 것인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의견이 주를 이룬다. 게다가 김 전 부총학생회장은 학생명부를 '파기'하였다. 손으로 잘게 찢어서 버린것이고 어디로 팔아넘긴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또한 재물손괴죄의 성립여부도 의문이다. 김 전 부총학생회장이 파기한 것은 학생명부의 원본이 아닌 '사본'이다. 학생들의 명단은 온전히 학교 데이터상에 남아있다. 굳이 재물을 손괴하였다고 주장하자면, 김 전 부총학생회장이 손괴한 것은 학교측이 학생명부를 인쇄하는 데 사용한 A4용지일 것이다.

총장의 교비 횡령 의혹
앞서 말했듯, 보광 총장은 학생 대표자 3인과 학생회 간부 1인을 명예훼손 등으로 고소한 바 있다. 그런데 이 고소에서 사용된 비용이 학교 교비에서 나왔다는 증거가 등장해 논란이 있었다. 관계자가 제공한 세금계산서에 따르면, '한태식(보광의 본명)고소사건' 이라고 적혀있는데, 법무법인으로 부터 서비스를 제공받고 비용을 지불한 주체는 '동국대학교'이다. 보광 개인의 소송을 위하여 학교가 비용을 지출한 것이다. 뿐만 아니라 고소 당시 제출된 고소장을 보면 고소인은 '한태식', 피고소인은 '안드레' 등으로 적혀 있다.
사립학교법 제 29조에 따르면 학교 교비는 교육 목적의 경비로서 그 제한된 용도 이외의 목적으로 자금을 사용하는 것은 '횡령죄'에 해당한다.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은?

여러가지 방향이 있겠지만 무엇보다도 우선적으로 해결되어야 할 것들이 있다.

첫째, 부정한 방법으로 선거에 개입한 종단, 곧 바로 보광 한태식 총장의 자격을 검증하는 자리를 열고, 학생 동문, 교수가 모두 포함된 가장 공정한 선거관리 시스템을 만들어 여름방학 전으로 학내에 공지해야 할것이다.
둘째, 김건중 전 부총학생회장의 무기정학 징계를 풀고 교수해임건과 학생고소건에 대하여 사과하며 그 과정에서 교비로 변호사를 선임한 것에 대한 처벌을 받아야 할 것이다. 또한 학교측은 이와 같은 일이 다시 벌어지지 않도록 대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고 교비 사용내역을 투명하게 학생들에게 공개 해야한다.
셋째, 학생들과 끊임없이 소통하고 대화하는 재단, 총장, 교직원의 모습을 보여주어야 한다. 학생들이 주인이 되고 학생들의 자치가 학교를 이끌어 나가는 민주적인 동국대학교가 되어야 한다. 학생들에게 믿음을 줄 수 있는 학교, 돈이 먼저가 아니라 가치에 의해서 행복이 커지는 학교가 되어야 한다.

구성원들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어야 한다. 학생, 교수, 그리고 학내 노동자 분들의 삶의 가치가 모두 소중한 학교사회가 만들어 질때 진정한 학내민주주의가 만들어진다. 대한민국에는 비로소 봄이 찾아온 것 같지만, 아직 가야할 길이 남았다.
대학이란 무엇인가? 학내민주주의란 무엇인가? 어쩌면 이 질문은 시대가 가져가야할 과제일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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