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명의 유전자로 태어난 아기

<네이처> 장기적으로 건강하게 자랄지 의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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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혜진(sweetshim)등록 2017.04.07 10:27
모든 사람에겐 공통점이 있습니다. 생물학적으로 단 한 명의 엄마와 아빠만을 가질 수 있다는 점입니다. 그런데 세 명의 유전자를 결합해 태어난 아이가 있다고 합니다. 지난 3일 과학저널 <네이처>에 이와 관련한 기사가 실렸습니다.

기사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의 인공수정 전문병원에서 엄마, 아빠, 난자제공자 이렇게 세 명의 유전자를 물려받은 아이가 태어났습니다. 많은 과학자들이 '연구진이 논란이 많은 기술을 사용했다'며 곧바로 반대의 목소리를 냈습니다. 윤리적인 문제와 함께 이 병원의 대표 의료진인 존 장(John Zhang)의 과학적 주장에도 의문을 나타냈습니다.

지난 몇 달 동안 격렬한 논쟁을 거친 끝에, 병원 의료진은 3일 생식 분야 저널 <생식 생의학 온라인>(Reproductive Biomedicine Online)에 세부 내용을 정리해 발표했습니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아이가 건강하게 자랄 수 있는지, 그리고 이 실험이 결과적으로 생식 의학을 발전시킬 것인지, 중요한 의문은 여전히 남아 있습니다.

이 실험은 리 증후군이라는 희귀신경대사질환을 가진 여성이 질병을 일으키는 유전자를 아이에게 물려주지 않기 위해 실시되었습니다. 이 여성은 미토콘드리아 유전자(DNA)변이를 지니고 있었고 이를 통해 자녀에게 리 증후군이 유전되면 일찍 사망할 위험이 있습니다.

연구진은 건강한 기증자에게 난자를 받아 핵을 제거한 뒤 여성(아이의 엄마)의 핵으로 교체했습니다. 기증자의 건강한 미토콘드리아와 질환이 있는 여성의 온전한 핵이 만나 새로운 난세포가 되는 것이죠. 이 난자를 정자와 수정해 자궁에 이식했고, 마침내 지난해 4월 아기가 태어났습니다.

연구진은 미토콘드리아를 교체하는 방법과 절차-전기자극으로 여성의 핵을 기증자의 난자와 융합하기 전에 배아를 얼리고 해동하는 기술-를 논문에 기술해 놓았습니다. 또한 모체의 질병 유전자(DNA)가 의도치 않게 기증자의 난자로 옮겨져 아이의 건강에 장기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밝히고 있습니다.

과학자들은 엄마에게 받은 미토콘드리아가 아이의 몸속에서 눈에 띄는 증상이나 질병을 얼마나 많이 일으킬 수 있을지 아직 알지 못합니다. 하지만 쥐 실험에서 신경질환이나 신진대사 장애를 유발할 수 있음이 나타났습니다.

장기간 추적검사를 통해 아이의 건강 추이를 파악할 수 있지만, 부모는 이를 거절했습니다. 연구진이 아기의 부모에게 장기간 검사에 동의해달라는 요청을 했는지도 확실하지 않습니다. 의료진은 <네이처>의 질문에 아무런 응답을 하지 않았습니다.

아이가 자라는 것을 추적할 수 없다면 이 실험의 가치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습니다. 어떤 과학자는 "이 기술을 사용한 것은 이른 감이 있다. 어떤 결과가 나올지 여전히 알 수 없는 상황에서, 이것은 일종의 '치료'라는 것을 환자에게 말하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미국 정부는 인간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대상자는 실험을 철회할 수 있어야 한다는 규정을 마련해 놓았습니다. 추적조사에 동의하지 않을 경우, 결과적으로 치료가 안전한지 아닌지 판단할 수 어렵습니다. 위스콘신-매디슨 대학의 생명윤리학자 알타 치로는 "부모가 장기간 추적 관찰이 자녀뿐만 아니라 과학에 얼마나 도움이 되는지에 대한 정보를 충분히 받았는지 확신할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이에 대해 연구진은 아기의 부모가 이 실험을 허락하는 동의서에 서명했음을 강조합니다. 하지만 그 동의서는 단지 표면적인 절차만을 묘사하고 있으며, 아이가 겪을 수 있는 잠재적인 위험을 알리는 내용은 빠져 있습니다.

마이애미 대학 법학자 로사리오 이사시는 "아이의 동의를 구할 수 없기 때문에, 의료진과 실험 참가자들은 미래의 아이의 이익을 최대한 보호할 의무가 있다"고 말합니다. 이에 대해 연구진은 논문에서 "부모들은 신중한 상담을 받았다"고 밝혔습니다.

연구진은 <네이처>에 앞으로 42~47세 여성의 난자를 사용해 기술적인 테스트를 계속 해나갈 계획이라고 말했습니다. 젊은 기증자의 세포 속 미토콘드리아가 오래된 난자를 자극해 수정되어 정상적으로 자랄 수 있도록 자극하는지 알아보기 위한 것입니다.

난자의 핵을 교체하는 새로운 방법으로 탄생한 첫 '맞춤 아기'에 대한 관심이 뜨겁습니다. 이 논란이 어떤 결과로 이어질지 지켜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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