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센히어로즈, 납득할만한 비전을 제시하라

결과는 팬들의 외면으로 나타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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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인택(ityeo)등록 2017.04.04 10:13
프로야구 감독은 야구인이 이룰 수 있는 가장 높은 자리이다. 부와 명예를 동시에 누릴 수 있지만 일거수 일투족이 고스란히 언론에 노출되기도 하며, 무엇보다도 팀의 성적에 따라 진퇴가 결정되는 고용이 지극히 불안정한 직업이다.

지난해 넥센히어로즈가 준플레이오프에서 LG트윈스에게 패배한 이후 당시 염경엽 감독은 준비한 퇴임사를 읽어내려갔다. 그리고 사표가 수리되고 장정석 운영팀장이 신임 감독으로 선임되었다.

모두가 꼴찌를 예상했던 팀을 3위에 올려놓은 감독이 시즌이 끝나자마자 기다렸단 듯이 물러난 것도 진풍경이었지만, 후임감독을 감독은 커녕, 코치 경험도 없는 사람을 결정한 구단주의 의지도 놀라웠다.

2017년의 넥센히어로즈에 대해서는 희망보다는 의구심이 더 드는게 현실이다. 4년 연속 포스트시즌에 진출한 저력을 믿기에는 주인공들이 하나둘씩 떠난 상태였고, 나머지 구단들도 누구보다도 열심히 시즌을 준비했기 때문이다.

넥센의 코칭스탭은 상식을 초월하는 구성이다. 프로야구 선수 출신이긴 하지만 필리핀에서 관광가이드를 하던 인물이 3루 주루코치 이고, 주로 중고교 코치 출신이 1루 주루코치이다. 배터리코치는 프로선수 경험이 아예 없는 인물이다. 프로에서의 코치경력이 1년남짓에 불과하다는 공통점도 있다. 이들은 이번시즌 모두 2군이 아닌 1군에서 활동하고 있다.

물론 선수경력과 지도자 경력은 엄연히 다르다. 과거에 어떤 일을 했는지는 중요하지 않을 수 있다. 외부인이 모르는 엄청난 능력이 그들에게 있을 수도 있겠다.

흔히 감독을 뽑을 때 코치진 선임에 대해 구단과 갈등하는 경우가 있다. 감독은 전권을 요구하지만 일부 구단은 코치진의 인선은 구단의 권한이라고 못박는다.  넥센의 경우는 후자에 가까워 보인다.

야구는 궁극적으로 선수가 하는 것이고 코칭스탭은 서포터의 역할을 할 뿐이라면 그것도 맞는 얘기이다. 그러나 딱 1년전 최하위라고 모두가 예상했던 팀이 3위의 성적을 거두었으나 어떠한 이유에서 인지 칭송받아야 할 그리고 계약기간도 남은 감독은 시즌 막판 '흔들지 마라'는 경고를 대외적으로 보내더니 팀을 떠나버렸고, 다수의 코치진도 같은 길을 택했다. 콩가루집안이 되어버린 사정이야 당사자들이 침묵하는 한 알 길이 없지만 그들을 대체할 인물들이 너무도 비상식적인 인선이라면 구단이 지향하는 바가 무엇인가를 의심해봐야 한다.

인사권은 구단주에게 있다. 지금은 송사중이고 엄밀히 말해 대표이사직 까지 사퇴하였지만 넥센히어로즈의 오너는 여전히 대주주의 지분을 유지하고 있는 이장석 전대표라는 것은 이견이 없을 것이다.

2017년 코지진의 인선은 이장석 전대표의 작품이기도 하다.

넥센은 LG와의 개막3연전에서 무기력한 경기 끝에 3연패를 당했다. 불과 3게임을 했기 때문에 이번시즌 넥센이 어떤 야구를 전개할지는 아무도 모른다. 넥센이 앞으로 이기는 야구를 하고 좋은 성적도 올린다면 이제까지 생각했던 야구에 대한 일반적인 생각은 다 뒤짚어질 것이고, 이장석 전대표는 신의 경지에 오를 수 있다.

그러나 그 반대의 결과가 나온다면 야구단의 인선은 구단주 맘에 드는 사람들로만 구성된다는 의구심을 확인시켜주게 될 것이다.

중요한 건 구단주의 능력을 테스트하는 것이 아니다. 납득하기 어려운 구단운영의 결과는 팬들의 외면이다. 개막3연전의 연패보다도 더 주목해야 할 지표는 고척돔을 찾은 평균 관중이 5개 구장중 가장 적은 1만명에도 못미쳤다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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